행복레서피
무료한 일상에 행복을 불어넣는 나만의 노하우
요리이름 : 일상의 작은 행복
요리재료 : 무료한 일상 한 접시, 따분한 하루 한 조각,
아이디어 1 작은술, 약간의 노력 1 큰술, 행복 조미료 1그램,
기쁜 마음 주스 1온스.
요리특징 : 정해진 방법은 없고 각자의 취향과 식성에 맞춰
재료의 종류를 달리 해도 한결같이 아름답고 따사로운 맛을
낼 수 있음. 언제 어디서나 만들 수 있음.
단, 요리사의 정성이 없이는 안 됨.
열 일곱 가지의 예시 조리방법 :
- 내 물건들에 이름을 붙여준다.
내가 쓰는 컴퓨터, 들고 다니는 워크맨이나 CDP, 선물 받은 인형
등등. 심심하고 재미없던 내 방이 <토이스토리> 속의 공간처럼
재미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읽고 있는 책 속표지에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코멘트를 달아본다.
<2001.7.5일 친구 혜원이와 들렀던 현대서점에서 샀던 책,
2001.7.8일 새벽 두 시까지 읽고는 울어버림>과 같은 간단한
메모부터 시작해서 책의 내용을 더 마음에 와 닿게 했던
그 당시의 BGM이라든지, 그 당시 날 괴롭히던 고민,
날 기쁘게 해준 사람의 이름 등등을 적어보면 어떨까.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그 책을 꺼내 들었을 때 그 안에 적혀 있는
키워드들이 당시의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떠올려도 보고,
궁금해도 해가며 추억작업을 할 수 있다.
- 방안에서 여행을 떠난다.
원하는 여행지 한 곳을 정한 후, 웹 서핑으로 그곳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보자. 누군가 공들여 써둔 그 곳에 대한 여행기가 있다면
더 좋다. 머리 속으로 내가 그 주인공이 된 듯 상상해보며
여행을 마친 뒤, 첨부되어 있던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지정해본다. 컴퓨터를 킬 때마다
약간은 낯선 그 풍경 속에서 작은 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그 곳이 익숙해질 때쯤 또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면 되고.
- 나만의 아지트를 마련해둔다.
집 근처 공원,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앞 떡볶이 가게,
추억이 담겨 있는 카페, 마음에 드는 음반이 많은 레코드 점…
어디라도 좋다.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이 알려주지 말고
혼자 간직해 두었다가,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찾아간다.
물론 그 곳에서 내가 가장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일까지
갖고 있다면, 언제든 내가 찾아가 위로받을 수 있는
든든한 보루 하나를 만들어놓은 기분이 될 것이다.
- 내 주위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귀담아 들어 둔다.
같이 보던 CF를 보고 "아, 저 캔 커피 진짜 시원하겠다"라던 친구,
"00 앨범 나왔다던데 들어보고 싶어"라고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하던 선배, 피곤해 죽겠다며 투정부리는 동생…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들에게 작은 깜짝 선물을 보낸다.
가방 속에 슬쩍 캔 커피 하나를 넣어준다거나, 동생의 키보드
옆에 비타민C 한 박스 몰래 놓아두고 나서기,
강아지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웹 서핑 하던 중에 발견한
예쁜 강아지 사진을 이메일로 띄우기, 새로 나온 앨범의
타이틀곡 MP3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띄워보내기 등등.
아주 작은 성의만으로도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나의 아주 큰 기쁨이고.
- 여행수첩을 만들어 둔다.
여행지에서 쓴 일기와 그 곳에서 가져온 기차표, 미술관 입장권,
찍어온 사진들과 그 곳에서 주워온 네잎 클로버나 조개껍데기
같은 것들을 모아 정성껏 여행수첩을 만들어본다.
무료한 일상 속 어느 날, 꺼내어본다면 즐거워질 것이다.
- 정성껏 'HOME SPA'를 해본다.
보디케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져 가는 요즈음.
목욕은 가장 기본적이고도 효과 좋은 보디케어다.
욕조에 내가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가득 받아두고 버블바스를
풀어놓는다. 화장품 가게에서 한 번 사용할 정도의 양 씩 파는
작은 포장 버블바스를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버블바스 대신 먹고 남은 녹차티백을 병에 넣어 모아두었다가
사용해도 좋고, 갖고 있는 향수 몇 방울을 물에 떨어뜨려
그 향을 즐길 수도 있다.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만들어놓은
주스 한 잔과 느긋한 마음으로 보고 싶은 잡지나 책도 준비한다.
- 허브 화분을 산다.
라벤더, 로즈마리, 페퍼민트 등 요즘은 작은 꽃가게에서도
2000원 남짓한 가격에 허브를 살 수 있다. 창가에 놓아두고
정성껏 보살핀다. 기분이 울적한 날은 살살 문질러 그 향을
느껴보기도 하고. '바질'과 같은 식용허브를 키우면
요리할 때 조금씩 잘라 넣을 수도 있다.
- 나를 위해 꽃을 산다.
양재동 화훼 시장이나 진양상가, 고속 터미널 지하상가와 같은
꽃시장을 지날 일이 있으면 잠깐 들러 마음에 드는 화분이나
꽃을 사본다. 때론 누군가에게 선물할 것처럼 포장까지
정성스럽게 마친 꽃을 사들고 거리로 나선다.
돌아와 책상 한 켠에 꽂아두면 시들 때까지 두고두고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꽃을 오래 두고 보고 싶으면
아스피린을 한 알씩 매일 넣어주는 것이 효과가 있다.
꽃이 시들어 가면 거꾸로 매달아 드라이플라워를 만들거나,
꽃잎을 하나씩 떼어 말린 후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려
포프리로 만들어보자.
- 하루쯤 안경을 벗고 생활해본다.
눈이 아주 많이 나쁜 사람이라면 오히려 생활을 더 우울하게
만들지도 모르겠지만, 쉬는 날 하루쯤 안경을 벗고
약간 흐릿해 보이는 풍경 속에서 조바심 내던 마음을 쉬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늘 보던 풍경이 아주 새로워질 것이다.
- 무작정 좌석버스를 타고 어디로든 움직여본다.
좋아하는 음악과 책 한 권, 사진기가 있다면 사진기도 손에 들고.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창 밖 구경을 해본다.
덜컹거리는 기분에 맞춰 자잘한 고민들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서울 83번 버스를 타면 남산길을
구경할 수도 있다. 수서가 종점이고, 양재, 강남, 광화문 등을
오고가는 버스. 약간 빠른 듯한 속도에 덜컹거림이 더해져
남산 나무길 사이를 달릴 때면 영화 <이웃의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를 탄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 여행지에서 내 자신에게 엽서를 보낸다.
집에 돌아왔을 때 책상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다른 공간 속의
또 다른 내가 보낸 엽서가 색다른 기분을 줄 것이다.
혹은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 속으로 다시 적응해 갈 때 즈음
느닷없이 도착한 오래 전 내가 띄워둔 엽서를 받게 되면,
무료한 듯한 일상이 더욱 새롭게 느껴질지도.
- 책상 주변에 메모판 하나를 마련해둔다.
대형 문구점에서 파는 코르크 판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혹시 코르크 판이 아니더라도 두툼한 사과 박스나 문방구에서
아주 싸게 살 수 있는 스티로폼보드 등으로 대용해도 충분하다.
친구의 사진이나 누군가로부터 날아온 편지, 좋아하는 그림 엽서,
잡지를 보다 마음에 들어오린 사진 한 컷 등을 붙여놓으면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 한 가지를 마련해둔다.
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맛있는 쥬스나, 나만의 커피 끓이는 법,
칵테일 만드는 법 등을 확실하게 익혀 두었다가
기분 좋은 손님이 찾아왔을 때 대접한다.
누군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무료한 나 자신을 위해 솜씨를
발휘해보는 것도 좋다.
-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와인에 비해 쓰임새가 다양하다.
각종 이태리 요리를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고,
와인셔벗도 만들 수 있다. 와인셔벗을 만드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
우유 얼음과 보통 얼음을 팥빙수를 만들 때처럼 섞어서 간다.
예쁜 유리 그릇에 얼음을 소담스럽게 담고, 연유를 부어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만든 후, 약간의 와인을
그 위에 부어준다. 그 후 체리를 한 알을 얹어 장식하면
와인셔벗 완성. 레드와인을 사용하면 예쁜 분홍색이 나오고,
화이트와인을 사용하면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 예쁜 얼음을 만든다.
얼음을 넣을 일이 많은 여름. 재미없는 네모얼음보다는
약간의 아이디어를 내어 나만의 예쁜 얼음을 만들어본다.
식용 꽃, 허브 잎, 작은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레몬조각,
체리조각 등을 넣는 것. 얼음상자에 물을 반만 넣어 얼린 후
그 위에 넣고 싶은 것을 넣고 다시 물을 부어 나머지 크기만큼
채워 얼리면 완성!
- 마지막으로,
아주 작은 것으로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행복은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생각의 변화와 약간의 정성, 간단한 아이디어로 나 스스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행복은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먼저 찾아온다는 것을 믿고 내게 주문을 건다.
나는,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박세라/공동작당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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