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요일인 9월 23일은 서울의대 동창회 임원 골프 및 등산 모임이 있는 날.
등산은 나를 비롯하여 3명, 서초동에 사는 내 동기와
개포동 우성아파트 후배 집 앞에서 만나 7시 반이 조금 넘어 출발한다.
내비를 "도드람산"으로 놓고 시키는 대로 운전을 하면서.
운전하는 안과 개업의인 이선생을 보니 노란색 안경을 쓰고 나왔다.
이유인즉 이 칼라에서 유해한 가시광선을 차단하여 노인실명의 주범인 황반변성을 막기 위하여 란다.
백내장이나 황반변성도 결국 여러 광선에 노출 결과.
아침부터 좋은 강의를 잘 들으며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왔다.
날씨는 더 없이 좋으나 옅은 안개가 끼어 다른 팀이 골프가 시간 맞추어 나갈 수 있을 지 걱정.
말주변 좋은 이선생의 이야기를 듣다 이크, 나갈 길은 놓치고 조심조심 후진을 하여 빠져 나왔다.
자기 차 자랑 중 오늘모는 BMW 말고 다른 차인 카니발은 여러모로 편리하다.
어디던지 주차하여도 안심이고, 혹 부부싸움으로 집을 나와도 한강 둔치에서 차안에서 하룻밤을 지내도 좋고,
병원 옮기면서 많은 짐들을 넣어 보관하기도 좋고 등등.
나야 이사갈 일도 부부싸움 후 집 나갈 일도 없으니 필요가 없겠다.
도드람 산 가는 길을 물으러 가게에 들어가서 안내를 받고
커피 한잔을 마시려니 천원 미만으로 물을 부어 맥심 커피를 따끈하게 마실 수 있었다.
느긋한 표정들로 커피를 마시는데 최선생이 지난번 다친 발이 어떨지 하며 걱정한다.
어제는 연습삼아 6킬로를 뛰어 봤다며.
어디에서 빛이 들어왔을까?
오른 쪽으로 SK연수원 옆으로 오르는 길도 있으니 그 쪽으로 하산하면 어떨까?
앞에 파헤쳐진 건설 현장은 무엇을 하려는지. 그냥 두면 안되나?
다음 중앙대 내과 등산은 도드람산이나 설봉산으로.
쉬면서 시도 읽어 가면서 산행을 하자.
도드람산의 유래가 적혀 있다.
이길로 곧장 가야 쉬운 등산로이나 올라오는 길로 착각을 하고
요즈음 인기있는 시인의 시도 읽으며
조금 경사가 있는 길을 오르다 쉰다.
등산객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구나.
아차, 웬 동아줄이.
안선생이 줄을 잡고 오른다.
길은 갈수록 태산이다.
그러니 이 등산로가 조용했구나.
오른 쪽은 천길(?) 낭떠러지이다.
최선생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올라온다.
왕년에는 서울의대 산악반에서 록 클라이밍도 곧잘 하였는데.
이건 역광이라 잘 나오지 않을 터.
능선 넘어 보이는 들판은 나락이 익어간다.
암릉의 중간에 서서
왼쪽으로 줄이 쳐진 쉬운 길이 보인다.
앞서가는 등산객을 보고 겁먹었는데
다행히 옆으로(야불떼기, 경상도 사투리) 나가는 길이 있다.
뚱뚱한 몸을 추스리면서 바위를 넘어
뒤로 돌아 줄을 잡고 내려온다.
간신히 힘든 구간은 지났다.
누가 "중간에 진퇴 양난이었어요.
쉬운 산책길이라 말한 진 모씨한테 내려가서 따져야 겠어요."
휴, 제 1봉을 올랐다.
우리가 내려 온 암릉 들.
여기 아래는 절벽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아 두었다.
숲으로 난 길을 걸어간다.
이제 조금만 오르면 정상이다.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올라 온 길을 내려다 본다.
내려와서는 과거 조난 당하였던 이야기들이 그칠 줄 모른다.
누구는 제주도 파견 나갔다 어리목에서 열 몇시간을 해매고,
누구는 설악산갔다가 봉정암 전에서 쫄쫄 굶고 간신히 낮은 굴에서 비박을 하고,
나도 소백산 연화 2봉에서 링 반데룽으로 길을 헤맨 적도 있었다.
네번째 메시지는 놓치고
내려 오는 길에 쉬면서 산에서 조난을 당한 내 동기 이필복, 나의 선배 최석주, 요절한 최성재 등에 대하여 말한다.
밤을 좋아하는 처를 생각하면서 밤 한자루를 산다.
뒤의 건물은 SK연수원이다.
저 위에 보이는 바위들을 멋도 모르고 올랐었다.
하여튼 등산 잘하고 시도 많이 읽고 별로 부족한 점이 없었다.
가는 길에 차 한대가 "휙"하고 추월금지선을 넘어 간다.
십여년전 만하여도 내차를 가지고 국내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왕복 2차선인 3번 국도에서 언덕길을 뒤차가 내차를 추월하려고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갔다 하다가
내가 저멀리 있는 경찰차를 보았다.
슬쩍 속도를 줄였더니 내 차를 추월하고는 그대로 단속에 걸렸다.
다른 이야기 하나
골프를 칠 때, 지금은 무슨 골프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는지 모르나 한성칸트리라고 꽤 좋은 골프장에 휴일 아침,
차를 몰고 가는데 내차를 맹열한 속도로 추월하고 간다.
이 길의 끝은 골프장이니 지나 내나 골프를 치러 가는게 아닌가.
도착하고 보니까 짐칸에서 골프체를 내리고 있다.
가서 한마디 했지요.
"당신이 뭔데 추월금지구간에서 추월을 하냐" 고.
이 말은 한 이유는 첫번 티샷부터 망치라면서.
나는 전공의 시절 별명이 "놀부올씨다"
드디어 뉴스프링스빌 골프장에 도착.
벚나무는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
프론트에서 락카 키를 받고 목욕탕에 들어가려니 우리 동기가 "아니, 석희 니가".
나도 한때는 골프를 즐겼었다.
80년 대초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남들보다 훨씬 일찍 시작하여 먼저 그만 두었으나 아직도 골프세트는 집에 있다.
그만 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공이 안맞아서.
좋은 시절에 골프를 칠때 캐디가 백 하나씩을 매었지요.
목욕탕에서 우리 동기 여럿을 만났다.
춘추로 하는 동기 골프 대회이었다.
창밖으로 골프 코스를 내려다 본다.
가운데 높은 곳은 예전 클럽하우스로 요즈음은 골프텔로 쓰인다.
Azalea Hall에는 발렌타인 30년 산이 놓여 있고
옆의 Lilac Hall에는 26회 동기들이.
동기들 경조사나 다른 모임에는 나오질 않고 여기만 나오는 친구들은 각성이 필요하다.
양주대신에 소주가, 안주도 조금 우리팀보다는 못하다.
옆에 차려진 반찬도 심심하여 술 안주로 딱.
등산을, 골프를 마치고 샤워를 한 후에 마시는 찬 맥주는 그 청량함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병권을 쥐고있는 김부회장님.
창밖으로는 골프 코스가 보인다.
특별 주문한 전어 세트, 전어회, 전어회무침, 그리고 전어 물회
안주는 찹 스테이크로 바뀌고.
어디선가 또 발렌타인 30년짜리가 등장.
술 못먹는 분들을 빼면 한병에 다섯명 꼴,
또 맥주도 있었지요.
그러니 맛있는 음식에 좋은 분위기에 술 좋치.
식사까지 된장찌개로 배불리 먹고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나올 때는 회장님이 주신 선물까지.
저 구름 한점없는 가을 하늘을 좀 보세요.
일부는 서울대 한교수의 세컨드 하우스구경과 와인과 양주를 마시러 가고
이선생의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졸다 보니까 벌써 집에 다 왔다.
"이선생, 고마워요. 술 안마시면서 차 태워주고, 사진도 금방 보내어 주고"
첫댓글 거...도드람산은 아무나 못 갈것 같네요..... 발렌타인 30년산은 가격이 꽤 나갈것 같은데요.... 너무 과음 하시는건 아닌지..?
기식아, 같이 함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