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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三景
- 제 49차 정기답사 < 강원 청태산 자연 휴양림 숲체험과 허브나라 산책을 마치고 >
나무를 본다.
나무가 있는 숲을 본다.
숲이 있는 산을 본다.
세찬 빗줄기가 육신을 관통한다.
아슴한 기억의 편린들...
육신 속의 무수한 티끌들이 흐벅지게 비에 젖는다.
티끌을 녹여 내리고 빗물은 다시 대지를 적신다.
텅 비어 가는 머리...
젖은 옷은 오히려 상쾌하다.
산은 침묵하고 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도
산은 확고함 속에 스스로에게 집중한다.
고요하고 평온하다.
새로운 기운으로 충만함을 더 한다.
생의 무게, 실체 없는 두려움,
사랑, 욕망, 화, 격렬함...
모든 억압으로 부터 탈출하라.
마음의 모든 움직임을 중단하라.
산은 내게 말한다.
나무들은 다른 그 무엇이 되려 애쓰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이상도 없기에 과민하지 않는 것인가.
자아의 껍질을 안으로만 감추며 연륜의 나이테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인가.
그대의 모습 그대로 존재하라.
이미 존재하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금...
여기서...
빛나고...
축복하고...
즐기라.
나무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모놀가족 뮈토스님의 <청태산 휴양림에서의 단상> -
지루한 장맛비가 끝이없다.
습기로 가득한 도시.
중부지방 곳곳에 내린 폭우로 많은 피해를 본 곳이 걱정이 된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귀찮은 요소가 아닌 낭만적인 요소로 남아 있는것은
아직도 소년적 설레임이 남아 있는것일까?
답사 뒤안길.
재미난 에피소드로 다져진 끈끈한 정이 흠뻑 배인 모놀 가족들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들쳐보며 번잡한 도시 속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인한
짜증으로 부터 탈출해 본다.
비가 하늘을 촘촘히 내리긋는 날엔 숲 속에 가고 싶어진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머릿골이 시끄러울 정도로 어지럽고,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아부어도 실수만 연발하고,
마음은 지쳐 가고, 그 앞은 보이지 않는 날.
세상의 한 가운데에 붕 떠버린 하나의 섬처럼 스스로가 느껴지는 그런날은
찾을 사람도 찾아줄 사람도 없는 비내리는 숲 속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자연 속에서 여유있게 바라보는 빗줄기는 낭만과 감상을 자극한다.
비 내리는 날의 여행은 맑은 날에 느껴볼 수 없는 나름의 운치가 있다.
장마철 곰팡내 나는 도시를 떠나 짧은'빗속의 여행'을 떠나는 민산관광 버스안은
출발서 부터 후끈 달아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자리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대장님의 몸 동작에 맞추어 하나됨을 느낀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멀리 지방에서도 마다않고 버스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일것이다.
장평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눈에 익은 봉평읍을 거쳐 첫 답사지 허브랜드에 다다른다.
허브랜드의 초입길부터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고
그에 아랑곳 하지않고 여유있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려는듯
모놀 가족들의 얼굴은 밝기만하다.
입구에 예쁜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라틴어로 '푸른 풀'을 의미하는 Herba 에서 어원이 비롯된 허브는
예부터 잎,줄기가 식용,약용,방향,방충및 염색재료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테에마별 허브 정원을 둘러보니 마치 동화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속에 곧게 빗살지으며 같은 방향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정교스럽다.
짙은 초록옷을 입은 나무에도, 키 작은 허브 이파리에도 바위와 돌로 어우러진 계곡에도
알록 달록한 옷위에 받쳐진 투명한 우비위에도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모놀가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허브 갤러리를 빠져 나오니 이른 오전 시간이지만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숲속 길위로 빗물이 흘러 넘친다.
서두르는 대장님의 외침이 들린다.
급하게 입구 다리를 건너니 싸이렌 소리와 더불어 대피 방송이 요란하게 계곡을 울리며
입산을 통제하고, 널찍한 흥정계곡이 일시에 불어난 물로 평상시 이쁘던 물색은 없어지고
기운찬 황토물살만 거세게 흘러간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모놀에는 혜안을 가진 분들이 많은지라
무사히 둔내 삽교리에 있는 산채마을까지 올 수 있었다.
참으로 감사하다.
초록 빛깔의 잔디밭을 배경으로 숙박시설과 부속 건물들이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리는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빗물에 흠뻑 젖은 신발들이 어수선하게 자리를 잡고
운치있는 통나무 식당으로 빨려 들어간다.
산나물 만큼이나 상큼한 이장님의 인삿말 한마디 한마디에
'산채와 녹색농촌체험'이 어우러진 청정 생태 체험관광지로 거듭나려는 날갯짓이 보인다.
곤드레 밥과 곰취나물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산채.
그리고 토속두부와 묵으로 어우러진 소박한 밥상은 넉넉한 시골 인심과 더불어
아침 식사를 거른 배를 채우기 충분하였다.
산채마을 식당에서 사나운 비가 어느정도 그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식후 커피와 함께 올려다 보는 태기산은 곳곳에서 함께 뭉치어 떨어지는
거센 비로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통유리 창밖으로 초록비에서 떨어져 나와 매달려있는 하얀 물방울이 바둥거린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이다.
하얀 운무가 올라가다가 걸쳐진 빗속의 초록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것도 잠시
태기산 아래 산채마을에서의 여흥시간.
아쉽게도 자연 휴양림 맑은 숲속에서의 작은 음악회는 아니었지만
모놀가족들의 끼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내리는 날 자연 휴양림.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이다.
그곳에 나무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숲길이 있고,
물기 흠뻑적신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전나무숲에 빗물이 흐르고
통나무 산장의 처마밑으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어도 행복한 마음이 든다.
여름 장맛비를 고스란히 맞아들임으로
나도 함께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듯한 초록여행.
거닐고 싶은 숲길이 있고 비까지 뿌려주니
이런날은 하루 종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삶의 모양 그 자체만큼이나 다양하게...
평탄한 길, 굽이굽이 굴곡진 길, 도시 한 귀퉁이 골목길 그리고 나무로 빽빽한 숲속길.
그래서 "길을 걷는다"라고 하는 것은
"인생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일상의 목표는 일직선을 향하지만
때로는 오늘 같은 날에는 축축한 신발과 양말을 벗어들고 맨발로
보드라운 흙과 아무렇게나 툭 삐져 나온 돌이 있는 숲속길을 걷고 싶은것은 어째서일까?
수십 수백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켜 왔던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빗방울은 내 마음을 적신다.
비오는 날 숲속에 있으면 맑은 날과는 달리 어딘가 다른 기분이 든다.
"마이너스 이온"이 활성화되어서 같은 논리와는 다른 이유로...
청태산 계곡의 물이 흙탕물이 되어 뒤엉켜 거세게 흘러 간다.
너른 초록의 잔디를 앞세우고 아프로모시아색을 띤 통나무 산장이 자리잡고 있다.
가지런히 놓인 데크와 아스팔트 슁글 지붕들.
건물이 푸른숲과 내리는 비와 잘 어우러져 있다.
저 통나무 집을 만들어 놓은 사람도
어쩌면, 비오는 날 나처럼 이 산책로를 걸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억지로 꿰어 마추어 내려는 동질감에 그 이름없는 친절이 새삼스럽게 고맙다.
언제 부터인가 이름모를 풀 한 포기, 한 그루의 나무와도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언제인가 일하다 다친 허리를 추스리기 위해 동네 사회 복지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일을 마치고 찾는 밤시간이라 가르칠 강사도 없이
본능적으로 평영을 한답시고 10미터도 못가 허우적 거리는 일상이지만
수영도, 일도, 삶도, 그 어떤 것도 물의 흐름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것.
유연하면서도 강인하게 흐름을 타는 것.
그런것이었다.
모처럼 찾은 휴양림이지만 지리한 여름 장맛비 일지언정 그렇게 받아들이자.
비오는 날의 신록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숲속으로 오르는 길.
신전의 제단을 오르는 기분이 든다. 저 구릉을 넘으면 숲의 요정이 보일까.
통나무 집과 숲,
거센비와 너른 잔디밭,
대화와 사색,
세상의 소리를 모조리 지워낸 것같은 적막함 속에
가슴 속에 느껴지는 파동.
우산을 받쳐든 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숲속길을 향해 걷는 저 모놀가족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함박 웃음을 머금고 초록 잔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싱그럽다.
훌쩍 자란 고사리과 풀들이
어딘가 곱게 감은 머릴 빗어내린 소녀의 수줍은 미소와도 같다.
녹색의 병풍을 지나 돌아가니 어느새 청태산 산지기의 마법에 걸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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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장맛비가 시원스럽게 내린다.
베란다 밖으로 내다보이는 나무는 진초록옷의 옷이 흠뻑 젖은 채
풋풋한 여름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용히 흐르는 야상곡의 선율이 수놓고 있는 이 밤.
마치 숲 속 가득히 야상곡의 선율이 흐르고 쇼팽의 영감이 나의 숲으로
안개처럼 드리워지고 있는 기분이다.
늦은 밤임에도 모놀에 흔적이 보인다.
보이지 않은 실체이지만 모놀의 수렁에 점점 빠져드는 그런 기분이다.
전에는 세 자릿수 이상의 사람들이 있는 곳은 어딘가 불편하게 여겨져
잘 찾지 않는 편이었다.
시끄럽고 번잡하고 후텁지근하고 산소 결핍이 될 듯한 숨막히는 분위기가 싫어서였다.
그러나 언제인가 부터는 그러한 내 모습이 싫어졌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마음도 시시각각 틀려지는 모양이다.
푸른 잔디밭의 구릉을 지나 작은 바람이 불어온다.
피아노의 섬세한 음들이 솔잎 사이를 날아
고요한 숲속 길 위에 사뿐사뿐 내려 앉아있다.
이제는 조용히 내 마음 속 깊이 나만의 숲을 가꾸고 싶다.
그 곳에 나무가 있고, 우거진 풀들이 있고, 나무들 사이로 날아다니며
노래하는 새들이 살고있는....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숲이 말일세...
긴 머리에 빗방울이 뚝뚝 돋는 긴 실크치마를 입은 처녀같지 않는가?
그녀는 항상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있지.
마음 편하게 숲 속을 한번 거닐어보게...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이면
태양은 여름내 따스한 마음을 깊은 숲에 나누어 줄것 이라네...
그러면 산새들은 둥지에서 나와 노래 할 터이고,
웅크리고 있던 다람쥐도 제 굴 속에 나와 벗하자며 신나게 놀것이라네.
그리운 사람들이 저만치 멀어지기 전에 나무들과 풀잎을 헤치고
숲길을 걸어 나가게나...
아직도 청태산 기운이 안빠져 나갔나 보다.
밤새도록 그냥 비가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밤은 아무도 모르게
야상곡의 비감을 나만의 비오는 숲 속 가득히 풀어놓고 싶으다....
2006. 07. 18. WOOD™
- Wait For You_Toshifumi Hinata -
첫댓글 우드님~..이 아름다운 후기에 1등으로 꼬리글을 달아서 영광이예요~..가슴에...눈가에..촉촉한 무엇...비는 아니고 무엇일까요..?..너무 아름다워서 채워지는 스스로 일어선 수분일까요~..아~..행복하다..........
이젠 들바람도 우릴 행복하게 해 줄때 되지 않았어?...기대하고 싶어..ㅎㅎ
유분과 수분의 불균형...ㅎㅎ 과다한 유분의 여드름쟁이 맹수기도 이날 수분 공급 실컷 했지요...거기다 산림욕까강...피부가 탱탕해졌답니다요 ㅋㅋ 우드님 글, 오랜만에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숲이 말일세...'하는 구절은 김민기님께서 들려주는 목소리로 상상해 보았답니다. 참 좋으네요^^
글을 읽으면서 그냥 좋다!! 좋구나!! 하는 느낌뿐입니다. 오랜만에 좋은 글 읽으니 너무 좋네요... 우드님의 글로써 행복함을 느낌니다
꼬리글이 등수안에 못 들어도 영광입니다. 쇼팽의 선율보다 더 감미로운 글에 흠뻑 취해봅니다. 우드님과는 아무리 먼 길이라도... 한 마디 말 없이도... 오랫동안 함께 걸을 수 있겠습니다.
늘 나무와 같은 삶을 꿈꾸는 저에게 와 닿는 너무 좋은글이기에 뮈토스님의 '청태산 휴양림에서의 단상' 부득이 인용 하였습니다. 허락도 없이 게재함 용서 하십시요.
아~~~
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비를 맞으며 청태산 숲속을 걸었던 그때를 회상해 봅니다. 늘 감동을 주는 글..넘 좋습니다.
우드님의 시선으로는 모든게 ...............................말랑말랑~~달콤달콤~~새콤새콤~~
아무 말없이 ..~!. 그냥.... ~! 조용히.....~! 눈을 감고....~! .무념무상으로..... ~! 너무 좋네요... 말이 필요없는 순간입니다.....
우드님 그리고 뮈토스님! 남자분들이 이토록 글을 감성적으로 잘 쓰시면 제가 씩씩대며 경찰에 신고할랍니다^^
어찌 우드님이 조용하시구나~했더니..이제서야 진가를 발휘 하시는군요...이렇게 좋은 글을 읽으면 나도 덩달아 업되는 기분입니다..넘 좋다는 말 밖에......감사합니다
아~~~함..!!~ 우드님~~ 넘 멋져요^^*^^
야~~~ 우드님 글이 몸서리 치는 "비" 를 사랑하게 하는 군요 그래요 아무리 비가와도 숲은 그냥 있어요 인간이 깐죽거린 곳은 황폐 되구요 울 휴양림도 임도 몇 곳이 떨어진곳이 있구요 숲 길은 말장 합니다 ^&^
청태산산지기님! 그 북한돈 이번 모놀에 지갑에서 몇 장이나 축내셨나요? 저도 저번에 상상마당에서 한 장 상품으로 받았는데^^
셀 수가 없을 정도로요...담부터는 그 산과 연관된 북한돈을 못 볼지도 몰라요..너무 과용 하셨어요~~ 푸하하하~
산지기님~~반갑습니다~`그날 솓아지는 빗속에 숲해설은 끝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고마운 마음 전해 드립니다.(근데..산지기 산지기 산지 산지 산지산저산저 산적?~~ㅋㅋㅋㅋ)
난 우드가 우드인지 전혀 생각 못하고 그냥 우드겠거니 했는데, 우드였구나! ^_________^
그 우드가 그 우드여?
네.... 그 우드가 이 우드예요 ^^;;
어쩜 이리도 감성이 풍부하실까 ??? ~ ~~~한마을에 산다는 것이 영광 입니다.~~~
휴일오전 좋은 음악과 감성어린 아름다운글에 빠져 봅니다. 동참하지는 못하였지만 빗속을 뚫고 함께 답사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