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드라마가 최근 큰 인기입니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건 총 20부작으로 제작된 긴 이야기 속 출연 배우들의 캐릭터가 모두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현실 세계 속 우리의 삶도 면면히 살펴보면 모두 긴 소설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녹여져 있습니다. 이렇듯 드라마는 짧은 에피소드의 연속임에도 출연배우 한 명 한 명 모두 공감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특히 필자에게 인상적인 건 극중 인물인 영옥(한지민)과 쌍둥이 언니 영희(정은혜)와의 에피소드입니다.
21 삼염색체증,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가족
드라마를 통해 인기검색어에 오른 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은혜씨의 연기력과 다채로운 그림이 한몫 했습니다.
영옥의 언니 영희는 다운증후군으로 잘 알려진 21 삼염색체증 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영희가 부담스러운 영옥은 과거 지하철에서 두고 내린 이야기를 하며 "그때 버렸어야 했나"라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시설에 맡겨진 영희는 늘 쌍둥이 동생 영옥이 그립지만 돈 벌러 떠난 동생은 자주 오겠다던 약속을 뒤로 두 달이 반년으로 다시 1년 그리고 2년으로 뜸해져 버렸습니다. 함께 식당에 가는 것조차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으로 가득했기에 영옥은 언니를 시설에 맡기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영옥은 평범한 삶은 포기한 듯 "죽을 때까지 영희 부양은 내가 해야 해"라며 숙명같은 가족의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그림이 좋아 만나는 사람마다 인물화를 그려낸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씨 (영희 역)은 캐리커처 인물만 4천 명을 그려낸 전문 작가이기도 합니다.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다운증후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건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한몫했습니다.
다운증후군, 사회생활이 쉽지 않고 늘 가족들의 보살핌이 필요할 것 같은 편견. 필자도 편견이 없었다고 하는 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화면에서 만난 정은혜 씨는 매력적인 그림을 그리고 전문 배우 못지않게 연기를 소화해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다운증후군이 인기검색어로 오른 건 정은혜씨의 다채로운 그림과 연기력이 빛난 결과입니다.
다운증후군 : 우리 사이 간극을 비우다
다운증후군은 별다른 치유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증상이나 문제는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을 사전적인 의미로 찾아보면 신체나 정신발달의 지연이 있고 머리와 얼굴 등에 특징적인 요소들이 드러납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별다른 치유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증상이나 문제는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의 염색체 중에서 21번 염색체가 2개가 아닌 3개가 존재하면서 21번 삼염색체증, 또는 21세염섹체증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이라면 다운증후군 자녀 아버지가 일반적인 아버지보다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연구 결과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다운증후군, 평범한 사람보다 더 친절하고 관대하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다정한 성격을 가졌음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그들이 노련한 배우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특징입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장애가 없는 형제보다 다운증후군 형제에게 더 친절하고 더 관대하며 덜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려서부터 이러한 경험이 쌓여 더 조숙하거나 배려심도 더 많이 나타납니다. 작가 앤드루 솔로몬은 저작 '부모와 다른 아이들(열린책들, 2015)'에서 "지적 장애 아동 형제들은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거나 감정적, 심리적인 문제를 겪을 위험이 높다."라면서 "건강한 형제간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변덕도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다정한 성격을 가졌음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그들이 노련한 배우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특징"이라고 말합니다. 이렇듯 다운증후군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중증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은 여전히 필자에겐 물음표입니다.
다운증후군,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최근 발달장애인을 돌보던 가족이 독박 돌봄을 괴로워하며 비극으로 치닫는 뉴스를 접하고는 합니다. 사회적 편견은 둘째치고 전혀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버티기 어려운 결과일 것입니다. 발달 바우처 예산은 한정돼 있고 각종 장애 지원 사업은 자격이 안 되고, 장애아동 돌봄 지원사업은 해당 사항이 없는 그런 암울한 현실 말입니다. 장애로 삶의 질이 나락으로 떨어진 가족들이라면 가족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입니다.
또 실제 이용이 용이한 활동 지원 서비스와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하지만 늘 예산 문제에 부딪힙니다. 한 장애인 부모 단체는 전체 발달장애인이 돌봄 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10%에 그친다고 지적합니다. 2019년부터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폐지, 중증도 평가 조사표를 바꿨고 이 기준이 오는 7월부터 적용된다. 지원 적용 대상자가 대폭 줄어드는 우려마저 낳고 있습니다.
김지환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