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먼저 변화해야
맹자는 말하기를 “뜻하지 않게 칭찬을 받을 때도 있고, 완전하기를 바라다가 비방을 받을 때도 있다[有不虞之譽, 有求全之毁]”라고 하였다. 이처럼 맹자는 사회로부터 받는 평가에 대해서 이미 깨달은 바가 있었으니, 그는 세상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 끊임없이 반성하며 변화,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맹자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문제가 없는데 여전히 자신을 비방하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짐승이 짖는 소리 일 텐데, 구태여 짐승들과 옥신각신할 필요가 있는가?”라고도 말했다. 아울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도의(道義)에 맞는 것이라면 천만 명의 사람이 가로 막아도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이런 맹자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녔지만 결국 그가 유일하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뿐이었다. 남을 감화시켜 변화시키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변화되지 않고는 되지 않는 것이며, 자신이 변화된 이후 남들이 영향을 받아 감화되는 것은 하늘의 섭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세상을 선(善)하게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먼저 나 스스로가 선하게 변화해야 그 뜻을 이룰 수 있는데, 이를 온전히 이루려면 나 자신이 피상적으로 선하게 변화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먼저 영원불멸의 도의(道義)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서야만 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라고 말씀한 바가 있는데, 우리가 진리를 탐구해가는 끝에 영원불멸의 도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서게 되면, 먼저 자기 자신이 선하게 변하게 되어 있는 것이고, 그 이후에 다른 이들이 영향을 받아 선하게 변화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이루어져 나가는 것일 뿐이다.
생각건대 석가모니도 이런 취지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숫타니파타)”는 말씀을 하였을 것이다.
너무 많은 친구를 갖고자 하지 말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에 헤매지 말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自制)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한편 서하 이민서 선생은 “김화 도중에[金化道中]” 이라는 시(詩)에서 세상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이 터득한 진리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다짐한 바 있었고, 결국 그는 지조 있는 훌륭한 선비로 남게 되어 후세에 까지 많은 이들에게 좋은 감화를 주고 있다.
서울을 슬프게도 이별하고 / 京洛噫噫別
운산(雲山)으로 의기양양 돌아간다오 / 雲山得得歸
차가운 냇물은 간밤의 안개 속을 흘러가고 / 寒流穿宿霧
멀리 보이는 나무 아침 햇살 머금었네 / 遠樹帶朝暉
마음 맞는 이 만나기 드무니 / 罕遇同心子
생기(生氣)가 기틀 막힌 것 누가 알리오 / 誰知杜德機
가고 또 가서 돌아보지 말지니 / 行行莫回顧
내 가는 길을 누가 그르다 하랴 / 吾道孰云非
[주-1] 생기가 …… 알리오 : 그동안 벼슬살이에 구속된 생활은 이민서의 생기(生氣)를 잃게 했는데, 이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원문의 ‘두덕기(杜德機)’는 덕(德)의 움직임, 즉 생명력이 막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정(鄭)나라에 계함(季咸)이라는 신통한 무당이 있어 열자(列子)가 칭찬을 하자, 호자(壺子)가 그를 데리고 와서 자신의 관상을 보게 하였다. 계함이 호자의 관상을 보고는 열흘을 못 넘기고 죽을 관상이라 하고 갔다. 이 말을 전해들은 호자가 열자에게 “나는 그에게 움직이지도 멈추지도 않는 땅 모양의 관상을 보여 주었다. 그는 아마도 나에게서 생명력이 막혀 있는 상태를 보았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호자는 열자의 스승이다. 《莊子 應帝王》.
[출처 : 서하집(西河集)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다만 진리의 길, 영원불멸의 도의(道義)의 길을 바라보고 가고 또 가서 돌아보지 말지니, 내 가는 길을 누가 그르다 하랴! 하늘은 이런 다짐과 결행을 하는 이들로부터 많은 이들을 감화시키고 변화시켜갈 것이다.
2024. 7.18.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