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연 명인이 알려주는 김장김치 쉽게 담그는 법
찹쌀죽, 불린 찹쌀 끓여 만들지만 번거롭다면 밥 갈아넣어도 돼
미나리·쪽파, 쉽게 뭉그러질 수 있어 나중에 부재료·양념 섞을 때 넣어야
김칫소, 줄기부분에만 펴 바르면 양념 흘러내려 이파리까지 묻어
보관할 땐 겉잎으로 둘러싼 뒤 단면 위로 오도록 김치통에 넣어야
김장철이 돌아왔다. 직접 담근 것보다 ‘엄마 김치’ ‘시어머니 김치’ ‘사 먹는 김치’가 더 익숙한 요즘, 김장은 어느새 특별한 일이 된 듯하다. 그러나 평생 가족의 김치를 공수받기란 어려운 일일 뿐더러, 내 손으로 만든 것만큼 안전하고 믿을 만한 음식이 어디 있으랴. 혹 김장의 번거로움이 두렵다면 조금이라도 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이를 위해 경기 남양주에 있는 봉우리김치문화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이하연 김치 명인(대한민국김치협회장)에게 초보도 도전해볼 만한 쉬운 배추김치 김장법을 배워봤다.
절임배추 쓰거나 비닐봉지에 절이거나
김장은 재료 준비가 전체 과정의 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손쉬운 김장을 위해 최소한의 기본 재료를 택했다. 더군다나 오래 두고 먹을 김장김치는 재료를 과하게 넣지 않을 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이 난다는 게 이 명인의 설명이다.
이 명인이 꼽은 꼭 필요한 김장 재료는 모두 15가지. 가장 까다로운 작업인 배추 절이기의 수고를 덜어줄 절임배추와 부재료 채소, 양념 재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김치에 단맛을 더해줄 재료로는 배를, 젓갈은 가장 기본인 새우젓과 멸치액젓을 준비했다.
“시판 중인 절임배추를 사용하면 김장 시간이 확 줄죠. 요즘은 좀더 쉬운 방법으로 집에서 배추를 절이는 가정도 많아요. 큰 대야 대신 비닐봉지에 배추와 소금물을 채워 넣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이렇게 하면 때맞춰 배추를 뒤집어주지 않아도 빨리 골고루 간이 배이죠.”
김장할 때 불을 쓸 일은 두번이면 된다. 바로 다시마물과 찹쌀죽을 만들 때다. 먼저 절임배추를 엎어두고 물기를 빼는 동안 천연 조미료로 쓸 다시마물을 만든다. 다시마를 넣은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7분 정도 뒀다가 다시마를 건져내고 국물을 식히면 끝. 다시마를 오래 넣어두면 국물이 끈적하고 탁해지기 때문에 제때 꺼내는 게 관건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만든 다시마물은 김치의 농도를 조절하고 달큼하면서 구수한 맛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찹쌀죽 대신 밥 갈아 넣으면 간편
찹쌀죽은 불린 찹쌀을 걸쭉하게 끓여 식힌다. 찹쌀죽 대신 간단하게 밥을 갈아 넣어도 무방하다. 단, 중요한 점은 찹쌀죽이든 밥이든 꼭 넣어야 한다는 것. 찹쌀죽은 발효 촉진제이자 김치에 양념이 잘 엉겨 붙고 감칠맛이 돌도록 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제 껍질 벗긴 무와 배는 채칼로 쓱쓱 썰고, 홍갓·쪽파·미나리까지 4㎝ 길이로 숭덩숭덩 자르고 나면 부재료와 양념 재료를 신나게 섞을 차례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데 모으는 게 아니라 순서가 있다. 먼저 큰 통에 채 썬 무·배와 홍갓·쪽파·미나리를 떨어뜨려 담는다. 그리고 무와 배에만 고춧가루 100g을 붓고 붉은 물을 들인다. 남은 고춧가루는 통의 빈자리에 모두 넣고 다시마물을 부어 갠다. 그 위에 멸치액젓, 새우젓, 다진 생강, 다진 마늘, 멸치가루, 저민 생새우를 차례로 넣어 양념을 만든 후 무·배와 섞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홍갓·쪽파·미나리를 같이 버무린다. 굳이 3가지 채소를 나중에 섞는 이유는 쉬 뭉그러질 수 있어서다.
여기까지 한 후에 코팅하듯이 찹쌀죽을 부어 고루 섞으면 김칫소 완성이다. 김칫소는 상온에서 30분~한시간 두면 재료끼리 더 잘 어우러지고 무와 배에서 촉촉한 수분이 나와 뻑뻑함이 덜해진다.
김칫소는 위쪽 줄기에만 발라도 OK
이제 드디어 배추에 빨간 양념 옷을 입힐 순서. 사실 포기수가 많지 않다면 김칫소를 넣는 일은 생각보다 수월하다. 배춧잎 한장 한장에 소를 꼼꼼히 묻힐 필요가 없기 때문.
“줄기 윗부분(중륵)에만 김칫소를 펴 바르면 나중에 양념이 아래로 흘러서 이파리에까지 묻어요. 줄기보다 이파리에 소금간이 더 배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전체적으로 간도 맞출 수 있죠. 그리고 혼자 살거나 식구가 적은 가정은 김칫소를 바르기 전에 배추를 8등분 크기로 갈라 담그면 조금씩 꺼내 먹기 좋아요.”
김칫소를 다 넣은 배추는 겉잎으로 곱게 돌려 싼 후 절단면이 위로 오도록 해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는다. 김치 자체에서 수분이 나오지만, 국물이 더 많은 김치를 원한다면 김칫소를 버무린 통에 다시마물과 소금 약간을 넣고 헹군 후 김치통에 부어주면 된다.
필요한 재료는요…
●주재료 : 절임배추 4포기(7㎏)
●부재료 : 무 1㎏, 배 1개, 홍갓 200g, 쪽파 200g, 미나리 150g, 생새우 200g
●양념 : 다시마물 2컵(다시마 10g+물 1ℓ), 찹쌀죽 2컵(찹쌀 1컵+물 7컵), 고춧가루 350~400g, 다진 마늘 300g, 다진 생강 60g, 멸치가루 1큰술, 멸치액젓 350g, 새우젓 8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