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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전 이스라엘 대사가 말하는
‘리얼 이스라엘’
성경속의 이스라엘이나 유대인의 성취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닌, 현실적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스라엘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본다!
우리에게 있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어느 정도 익숙하다. 이스라엘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많다. 우리와 이스라엘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탈무드’나 유대인의 교육방식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크다. 하지만 정작 1948년에 건국된 이스라엘이라는 젊은 나라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이스라엘은 때때로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가 이스라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이스라엘의 실제 모습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이 아닌 국민들이 1/4이나 될 만큼 많다. 이들 중에는 국가 ‘하티그바’를 따라 부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여성도 군대에 가는 징병제 국가이지만 군대에 가지 않는 집단들이 있다. 단일민족으로 간주되는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출신지역이나 피부색에 따른 구분이 엄연히 존재한다. 나라 전체에서 유대교라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작동하지만 정작 종교를 바라보는 인식에 있어서는 그룹별로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고 다양하다. 심지어 유대인이면서 무신론자마저 있다.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만든 이민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 성차별, 각종 특혜정책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둘러싼 혼란은 다른 나라들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 유대 정체성의 보존과 민주주의라는 두 개의 핵심가치를 놓고 싸우는 정치적 갈등도 일상화 되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유대인의 우수성이나 ‘하브루타’ 교육 등에 대한 인식도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이 거둔 성취의 배경에는 ‘ISRAELI’의 특성과 더불어 ‘후츠파’라는 모멸적 언어를 긍정적 평가로 반전시킨 전략도 존재한다. 미국은 영혼을 공유하는 동맹국이지만 미국인 중에도 이스라엘 입국이 거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유대인과 이스라엘 유대인이 서로를 바라보는 인식에도 간극이 있다. 겨우 70여년의 젊은 국가 속에는 3천년의 율법과 전통이 상상을 뛰어 넘는 모습으로 오늘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랜 역사와 종교와 정치가 씨줄날줄로 얽혀 있는 매우 특별한 나라이다. 이 책은 이스라엘에 관해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거나 별로 드러나지 않은 이야깃거리들을 7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펼쳐놓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설명은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보듯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이스라엘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성지순례나 비지니스 출장 등 여러 목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이스라엘 방문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현지에서 놓치기 쉬운 이스라엘의 속내를 미리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 저자 소개
최용환
대구에서 출생하여 경북대학교 법학과와 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 대학교 법과대학원(LL.M.)을 졸업했다. 공직에 입문하여 30년간 해외 분야에서 근무한 후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에서 3년간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8년부터 현지 대사로 일하면서 이전에 가졌던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과 현장에서 바라본 이스라엘의 모습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음을 알고 오늘의 이스라엘에 대한 정보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 목차
프롤로그 익숙하지만 낯선 나라, 이스라엘
1장 시오니즘과 분쟁
분쟁의 역사를 딛고 선 나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오래된 분쟁의 땅
이스라엘 건국을 촉발한 시오니즘
비극의 씨앗, 팔레스타인 지역 분할안
지속되는 분쟁의 핵심, 예루살렘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1 두 개의 땅, 두 개의 세력
3대 유일신 종교의 성지, 예루살렘
이스라엘의 1980 예루살렘 기본법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2 통곡의 벽이 아닌 코텔
영토 확장과 유대인 정착촌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3 보안장벽인가 분리장벽인가
분쟁은 현재 진행 중, 테러의 물결
팔레스타인의 보훈 수당과 이스라엘의 주택 철거
부동산 거래로 종신형을 선고받다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4 테러범은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없다
분쟁의 상흔, 현충일 다음 날이 독립기념일
집안의 대피소 마마드
싸우면서 협조한다
땅굴에서부터 풍선까지
분쟁 해결은 메시아의 몫
-여행자를 위한 정보 01 올드시티의 숨어 있는 전망 포인트 · 95
2장 디아스포라와 이민
‘알리야’와 ‘올림’
약속의 땅에 모인 네 그룹의 유대인들
아시케나지와 세파르디
에티오피아 유대인들
뿌리의 발견, 타글리트 프로그램
이스라엘의 아랍인들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5 유대인에서 무슬림으로
제3의 민족, 드루즈와 베두인
격차해소와 통합의 길
인구 증가인가 인구 폭발인가
이민 가기 어려운 이민 국가
-여행자를 위한 정보 02 두 개의 예수님 세례터
3장 유대 국가와 유대 정체성
유대인은 누구인가
유대인이 아닌 유대인
초정통파 하레디 종교 정당
유대인 우월주의와 정치
유대인의 지도자, 랍비
도전받는 하레딤
하레디 공동체를 떠나는 요침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6 근시는 젊은 하레딤을 좋아한다
유대 국가와 민주국가
국가를 부르지 않는 사람들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7 헌법이 없다
죽음을 다루는 유대인의 방식
부활을 위한 망자의 집, 지하묘지 프로젝트
-여행자를 위한 정보 03 공휴일은 피하라
4장 작은 나라 강한 군대의 비밀
전쟁국가 이스라엘
이스라엘 강군의 비결
이스라엘의 통과의례 군 복무
병역특혜 논란
하레딤 부대와 헤스더 예시바
아랍계 군인도 있다
자원입대로 외로운 병사들
네버 어게인 정서
용서도 없고 잊지도 않는다
미국에 등 돌린 유대인 스파이
계급장 떼는 군대문화
-여행자를 위한 정보 04 현금법을 제정하다
5장 창업 정신과 후츠파
이스라엘 사람 ISRAELI
후추와 파가 아니라 후츠파입니다
기술만이 살 길이다
스타트업 국가
창업국가의 명과 암
창업국가와 팔레스타인 문제
기회를 찾는 요르딤과 두뇌유출
-여행자를 위한 정보 05 이스라엘에도 눈이 온다
6장 조약 없는 영혼의 동맹 미국
11분 만의 건국 승인
조약보다 강력한 조약 없는 동맹
신앙으로 다져진 연대의식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미국 유대인들
반시오니즘과 반유대주의 논쟁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8 이스라엘에도 BTS가 있다
입국을 거부당하는 미국인들
미국 크리스천 대학생 대상 패시지 프로그램
미국의 1995 예루살렘 대사관법
-여행자를 위한 정보 06 이스라엘의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7장 젊은 나라 속의 오랜 율법
먹고 기도하고 일하지 마라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이스라엘의 교육
도망치고 싶은 신부
‘아구나’를 아시나요?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 09 이스라엘에는 간통죄가 있을까?
하레디 그룹과 여성
세상사 일시정지, 샤밧
남녀차별인가 남녀분리인가
유월절의 누룩전쟁
에필로그 닮은꼴의 나라, 이스라엘과 대한민국
📖 책 속으로
반대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 다음 날인 5월 15일을 ‘알 나크바 Al Nakba’, 즉 ‘나크바(재앙)의 날’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의 건국 선언 다음 날인 5월 15일 제 1차 중동전쟁이 일어나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자신들의 고향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는 2천년 이상의 유랑생활을 끝내고 에레츠 이스라엘로 돌아와 나라를 세운 것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사명이 실현된 것이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건국이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재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18년 5월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이스라엘 전역에는 환호와 축제의 분위기가 가득 찼다. 하지만 ‘알 나크바’를 맞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잃어버린 자신들의 고향땅을 되찾아 돌아가야 한다는 ‘귀환 대행진 Great March of Return’ 시위를 도처에서 벌였다. 시위대 일부가 국경선 울타리를 넘다가 이스라엘 군의 강경 대응으로 수백 명이 죽고 다치는 등 불행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1장 시오니즘과 분쟁」중에서
사실 이들 네 그룹을 두부 자르듯 각각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종교적 성향도 사람이나 세월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하레디’ 그룹과 가장 진보적인 ‘힐로니(세큘라)’ 그룹 사이의 인식 차이는 무척 명확하다. 하레디 그룹에 대한 징병제 특혜, 안식일 준수 등 다양한 사회적 주요 이슈들을 둘러싸고 하레디와 힐로니는 자주 대립각을 세운다. 이들 각각의 그룹은 자신들이 속한 집단 내에서만 결혼하거나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부터 내려오는 유대의 종교법과 이스라엘의 세속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하레디는 당연히 종교법을 우선시한다. 반면 힐로니는 세속법을 앞세운다. 규모로 볼 때 힐로니는 다수인 반면 하레디는 소수이다. 그러나 유대 국가 이스라엘에서 하레디가 가진 영향력은 작지 않다. 하레디의 인구 증가율이 다른 그룹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이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사그라지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이들 그룹의 인구변화 추세는 미래 이스라엘의 모습과 관련하여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2장 디아스포라와 이민」중에서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자신들은 크리스천이 아니라 역시 유대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유대교의 명절을 지키고, ‘카슈룻(음식 계율)’에 따라 인정되는 음식인지를 따지며, 머리에는 유대교의 상징인 ‘키파’를 쓰기도 한다. 이들의 교회에는 가톨릭이나 개신교와는 달리 사제나 목사도 없고 십자가 역시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그것과는 다른 형태로 된 것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 스스로의 생각과는 달리 초정통파 유대인 그룹은 이들을 유대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유대교에서 이탈한 이교도인 크리스천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대인 사회 내에서도 종교적 관점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초정통파에서부터 보수파나 개혁파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충돌이 있다. 그러나 예수를 곧 메시아라고 인정하는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많은 종교적 유대인들로부터 일종의 왕따를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3장 유대국가와 유대 정체성」중에서
8200부대와 더불어 유명한 군 정보부대 중의 하나로 9900부대가 있다. 9900부대는 위성이나 드론 등을 이용하여 수집한 영상을 판독·분석하여 지리정보를 제작해 정책결정권자나 지상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에 배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특수부대이다. 미국 국가지형정보국NGA의 기능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2013년부터는 이 부대가 군 복무를 면제받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년들을 특별 채용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 부대는 특정 사물을 집중적으로 탐색하거나 시각적인 관찰을 반복적으로 즐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독특한 능력을 영상정보 분석이라는 업무에 활용한다. 부대원의 절반이 여성인 9900부대는 최근 들어 공군이나 육군이 작전에 투입되기 이전에 3D 기술과 인공지능AI를 활용하여 정확한 현지 상황 파악과 공격목표 설정에 필요한 다양한 지리정보를 생산해서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팔레스타인 주민과 유대인 정착촌이 공존하는 동부의 서안지역, 무장정파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남부의 가자지역, 구릉과 산악이 많은 북부의 레바논 인접 지역 등에는 각 지역별로 특화된 부대들이 있다. 또한 지리적 특성에 따라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특수전 부대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베두인 특수부대는 야영이나 이동 등 사막 생활에 익숙한 베두인족의 습성을 활용해 남부 네게브 등지에서 사막순찰 활동과 같은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특화된 특수부대의 운영은 작지만 강력한 국방력을 유지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4장 작은 나라 강한 군대의 비밀」중에서
어쨌든 이같이 부정적 의미로 가득 차 있던 후츠파가 오늘날에는 이스라엘의 성공 비결이자 발전의 원동력으로 변모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소멸되지 않고 주변의 안보 위협 속에서도 살아남아 계속 성장 발전하는 것은 후츠파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과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들은 후츠파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후츠파로 인해 주변의 비판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용기를 갖고 도전하며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실제로 후츠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후츠파는 유대인들의 DNA 속에 이미 태생적으로 각인되어 존재하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앞에서 나왔던 ISRAELI의 머리글자로 설명된 그들의 특성들도 결국 후츠파와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스라엘 기업들의 성공 비결로 후츠파가 집중적으로 부각된 이후 오늘날에는 드디어 '후츠파 정신 Chutzpah Spirit'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오던 자신들의 부정적 특성을 어느새 세계가 배워야 할 중요한 정신으로 그 수준을 격상시킨 셈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강한 유대인의 특성이 원래 부정적이던 단어의 이미지조차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그대로 성공한 것이다.
---「5장 창업정신과 후츠파」중에서
영화 [레옹]으로 스타덤에 오른 나탈리 포트만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녀는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으로, 영화 [블랙스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유명인사이다. 그런 그녀가 2018년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상 Genesis Prize’의 수상자로 선정이 되었으나 정작 시상식 참석을 거부했다. 당시 나탈리 포트만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반대의사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를 차별하는 네타냐후정부의 정책은 유대교의 가치에 반한다는 이유로 수상식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그녀의 불참 선언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 보수성향의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그녀가 진정한 유대인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국적을 모두 가진 그녀에 대해 이스라엘 국적을 박탈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는 2019~2020년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필요성에 대한 미국 유대인의 인식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조사 대상자가 모두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흥미롭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응답은 45%였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필수적이지는 않다는 응답은 37였으며,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도 16%나 되었다. 분석 결과 미국 유대인은 대부분 이스라엘을 중요하게 여기고는 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반을 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16%나 되는 적지 않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전혀 중요하지 않게 여기고 있는 점도 드러났다.
---「6장 조약 없는 영혼의 동맹 미국」중에서
이처럼 샤밧 계율을 지키려는 유대인들은 샤밧 동안 엘리베이터 작동 역시 금기시한다. 하지만 병원이나 요양시설, 고층 아파트 등과 같이 엘리베이터 이용이 불가피한 곳이 있다. 환자나 노약자가 고층 건물의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찾은 대안은 무엇일까? 샤밧 동안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엘리베이터가 건물의 모든 층(또는 지정된 층)에 정지하도록 미리 세팅을 하는 것이다. 예루살렘의 하레딤 밀집 지역에 있는 호텔에도 이 같은 세팅을 해두는 호텔이 있다. 물론 이 방법을 이용하려면 샤밧 세팅에 필요한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 모든 층에서 정지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운행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전기에너지부담도 더 커진다. 따라서 샤밧 세팅을 원한다면 건물의 입주자나 엘리베이터 이용자들로부터 일정 비율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건물 내 엘리베이터 대수에 따라 동의가 필요한 비율은 다르다. 샤밧 엘리베이터 운용에 대해 세속적인 세큘라들은 당연히 반대한다. 일부 근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하레딤도 비판적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는 자체가 샤밧 계율을 어기는 것인 만큼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사람은 고층 건물이라도 엘리베이터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샤밧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려면 다리가 튼튼해야 할 것 같다.
---「7장 젊은 나라 속의 오랜 율법」중에서
🖋 출판사 서평
한국과도 여러 모로 닮은꼴인 나라, 이스라엘
한국과 이스라엘의 역사에는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고난과 박해를 겪으면서도 비슷한 시기에 건국의 꿈을 실현해 냈다. 두 나라 모두 작은 영토와 부족한 자원 속에 태어났다. 하지만 높은 교육열과 헝그리 정신을 바탕으로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적 성취를 거두며 기술 강국으로 성장했다. 오늘날에는 여전히 주변국으로부터의 일상적인 안보위협에 놓여 있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닮은 양국의 관계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배울만한 분야도 많다. 두 나라가 윈-윈의 호혜적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특정한 관심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이스라엘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프레임을 통해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①이스라엘을 읽는 키워드 '시오니즘과 분쟁'
-이스라엘은 왜 오늘까지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국가가 되고 있을까?
오랜 세월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민족이 시오니즘을 통해 ‘약속의 땅’에 나라를 세우면서 이스라엘에는 축제의 잔치가 팔레스타인 아랍민족에는 재앙이 되었다. 분쟁의 핵심에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유일신을 믿는 세 종교의 공통 성지인 예루살렘이 있다. 이스라엘은 법을 만들어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편을 들면서 대사관까지 이전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로켓 공격과 대피소로 상징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공방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으며,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대해서는 최고의 우방 미국조차 비판적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건국되었는지, 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왜 미국처럼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수 없는지, 분쟁의 해결 가능성은 남아 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분쟁의 전개과정과 현재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준다. 이스라엘이 처한 모습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②이스라엘을 읽는 키워드 ‘디아스포라와 이민’
-이민국가 이스라엘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집단 간의 갈등과 격차는 어떤 모습일까 ?
이스라엘은 2천 년간 흩어져 살고 있던 유대인들이 ‘에레츠 이스라엘’(이스라엘 땅)로 돌아오는 대규모의 ‘알리야’(귀환 이주)로 만들어진 이민 국가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유대계 국민은 모두 ‘알리야’를 한 ‘올림’(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여러 형태의 구분이 있다.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그룹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엄격한 율법적 삶을 강조하는 초정통파 ‘하레딤’과 가장 세속적인 ‘힐로니(세큘라)’라는 양 극단의 두 그룹은 거의 모든 이슈에서 충돌하면서 국가적 위기상황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출신 지역에 있어서도 유럽중심의 ‘아시케나짐’, 지중해 중심의 ‘세파르딤’, 아프리카 출신의 에티오피안 유대인 그룹 사이에는 사회적 격차가 적지 않다. 또한 유대국가로만 인식되는 이스라엘에 전체 인구의 1/4이나 되는 아랍인 등 다양한 비유대인 집단이 살고 있으며 그들 사이에는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존재한다. 유대공동체의 나라인 이스라엘에서도 국민통합과 격차 해소의 길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③이스라엘을 읽는 키워드 ‘유대국가와 유대 정체성’
-유대인은 과연 누구인지, 유대국가 이스라엘 정체성의 뿌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유대인의 나라라는 이스라엘에는 도대체 유대인이란 누구인지, 유대인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유대인의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근본적 논란이 존재한다. 이스라엘 유대인 인구 약 700만 명 중에 모계 혈통이 아닌 유대인이나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인 유대인 등과 같이 자신 스스로는 유대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대종교법상으로는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50여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유대 정체성(Jewishness)의 해석과 판단에 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초정통파 하레디 그룹을 강하게 비판한다. 전체 인구의 12-13%에 불과한 하레디 그룹의 영향력은 개혁파 그룹이나 세속파 그룹의 도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 평균치의 2배를 넘는 높은 출산율과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한 정치 시스템에 힘입어 이들의 힘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유대 정체성이 강조되면 될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아랍계 국민들의 욕구불만이 쌓여가고 팔레스타인과의 갈등 역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 규모가 증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단일 민족으로서의 정체성 문제가 화두가 될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④이스라엘을 읽는 키워드 ‘작은 나라, 강한 군대의 비밀’
-강력한 전쟁국가 이스라엘을 지탱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건국 직후부터 현재까지 전쟁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전쟁국가’ 이스라엘의 배경에는 싸워서 이기는 강한 군대가 있다.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과학 엘리트를 선발하여 군 정예간부로 양성하는 ‘탈피오트’ 프로그램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특수부대들에 이르기까지 강한 국방력을 담보하는 다양한 제도를 갖고 있다. 특히 사이버 보안이나 IT 업무에 특화된 8200부대, 영상자료 판독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폐 장애 청년들을 채용하는 9900부대 등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와 더불어 계급장 떼고 논쟁하는 것이 가능한 특유의 군대문화, 두 번 다시 나라를 잃을 수 없다는 이른바 ‘네버 어게인’(Never Again)의 정신, ‘용서도 않고 잊지도 않는다’는 정보기관의 집요함 등도 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대단히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도 군대에 가는 징병제 국가에서도 특별한 지위를 가진 두 집단, 즉 아랍계 국민과 초정통파 하레디 그룹의 존재는 사회적 논란과 갈등의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강한 나라의 배경에 숨어 있는 특징들은 징병제 국가로서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⑤이스라엘을 읽는 키워드 ‘창업정신과 후츠파’
-이스라엘에는 왜 그렇게 스타트업이 많으며, 창업국가를 만든 유대인의 특성은 무엇일까?
이스라엘은 전자, 정보통신, 항공우주, 바이오, 방위산업, 신재생 에너지 등 기술 집약형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면서 제 2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하였다. 또한 지속되는 창조적 혁신의 결과로 수많은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M&A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에 매각됨으로써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신화의 주인공도 적지 않다. 그 같은 성공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흥미로운 두 개의 단어가 있다. ISRAELI(이스라엘인)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스라엘인은 격식을 별로 따지지 않고(Informal), 직선적이며(Straightforward), 목표달성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데다(Risk-taking), 야심만만하고(Ambitious), 사업가 기질을 갖고 있으며(Entrepreneurial), 목소리가 크고(Loud), 임시변통에 능하다(Improvisational)고 한다. 이와 함께 ISRAELI의 배경에는 ‘후츠파’(Chuzpah)가 존재한다. 후츠파는 뻔뻔하고 독선적이며 후안무치하다고 유대인을 비난할 때 사용하는 모멸적 표현이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부정적 단어를 유대인의 성공비결이자 발전의 원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변의 비난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용기 내어 도전하며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엄청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성취의 역사를 꿈꾸는 우리로서도 이 같은 유대인의 특성에 대한 취사선택의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⑥이스라엘을 읽는 키워드 ‘조약 없는 영혼의 동맹, 미국’
-미국 유대인과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어떻게 다르며, 왜 항상 미국은 이스라엘의 편을 들까 ?
미국은 이스라엘이 건국되자마자 가장 먼저 지지를 선언한 나라이며,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다.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을 편드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이지만 양국 사이에는 동맹조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한 영혼의 동맹인 양국관계의 배경에는 전략적 가치와 더불어 이스라엘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미국 유대인의 역할 외에도 유대교와 기독교는 뿌리가 같은 종교라는 신앙적 연대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유대인들은 대체로 이스라엘 우파정부에 비판적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이들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를 둘러싸고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들의 연대의식이나 우호적 감정도 점차적으로 약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보수적 경향이 강한 이스라엘 유대인의 다수는 아직 여전히 미국에 대한 연대의식이 강한 편이다. 이들 모두 다 같은 유대인이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에 사는 유대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인식에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⑦이스라엘을 읽는 키워드 ‘젊은 나라 속의 오랜 율법’
- 70여년의 젊은 역사 속에 3천년의 오랜 율법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이스라엘에는 유대교의 오랜 율법적 전통이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법원도 랍비가 관장하는 종교법원과 세속적인 가정법원이라는 두 개의 시스템이 공존한다. 결혼에서부터 이혼, 장례, 음식계율, 안식일 등 일상생활을 유대율법이 관장한다. 율법의 준수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도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이혼사건의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이혼판결을 할 수 없다. 남편의 이혼선언서(게트) 전달을 통해서만 혼인관계가 종료되며 그 권리는 남편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하레디 종교정당에는 여성의 가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등 남녀차별도 아직 여전하다. 여성의 사진이 삭제된 카탈로그를 세속파 가정에 배포했다는 이유로 세계적 가구회사 ‘이케아’(IKEA)가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유월절 기간 동안 기발한 방식의 매매를 통해 율법이 금지하는 누룩 식품을 처리하는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당연히 유대교의 전통율법과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간에는 괴리가 존재하며 그에 대해 비판적 여론도 강하다. 세속파 그룹에서는 이스라엘이 사우디나 이란과 같은 종교국가가 되어간다고 비난한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갈등 속에 공존하는 나라이다. 초고속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오랜 전통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지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울 듯하다.
소소한 재미의 읽을거리
이스라엘 속으로 한발 더, 여행자를 위한 정보
성스러운 코텔(통곡의 벽)에는 어떤 흥미로운 스토리들이 숨어 있는지, 왜 첨단 기기를 멀리 하는 초정통파 젊은이들 가운데 근시가 많은지, 요단강에는 왜 예수님 세례터가 두 개나 있는지 등 그간 잘 알려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책을 읽는 동안 소소한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