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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컴퓨터(Custom-built computer / Custom PC)
완제품이 아닌 데스크톱 컴퓨터는 전부 조립식 컴퓨터라 부른다. 단어 자체의 뜻은 '부품을 조립해서 만든 컴퓨터' 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구매자의 입맛대로 부품을 선택해서 조립한 컴퓨터라고 보는 것이 좋다. 조립 컴퓨터란 표현보다는 커스텀 컴퓨터라고 부르는 게 맞는 표현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브랜드 PC 역시 커스텀이 가능해서 완벽하게 맞는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의외로 노트북 컴퓨터도 조립 컴퓨터가 존재하는데, 베어본(Barebone) 형태로 메인보드, 프레임, 디스플레이 등 노트북이기 때문에 범용 규격을 쓸 수 없는 부품만 제공하고 CPU, 저장장치 등 범용 규격이 호환되는 부품은 모두 소비자가 직접 구매해서 장착하도록 되어있는 제품이 존재한다. 한국에는 수입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해외직구를 해야 한다. 한성컴퓨터 등에서 판매하는 노트북 제품의 원형도 이것으로 대량으로 도매해서 조립 작업을 거친 다음 사양별로 차등화해서 판매하는 것. 물론 태블릿 컴퓨터는 조립 컴퓨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중소기업, 대기업 컴퓨터들의 안을 뜯어보면 이 역시 부품들이 조립된 PC이고, 대부분의 부품들은 단품으로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IBM이 IBM PC를 만들면서 기성품을 그대로 쓸 수 있고, 각종 부품들이 호환될 수 있도록 IBM PC 호환기종 아키텍처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킨토시를 누르고 PC의 대세가 되었는데, 그 달콤한 열매는 휴렛팩커드, Dell, MS, 인텔 등 참여기업들이 차지했다는게 아이러니. 대기업 PC는 결국 PC 부품들을 대량 구입해서 조립하고 최적화한 뒤 품질검수 비용 + 사후 서비스 비용을 합쳐서 파는 완제품일 뿐이다. 이미 구매한 대기업 PC가 시간이 지나 불만족스러운 경우 확장 공간이 있다면 여러 부품을 추가로 넣어줄 수도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의 PC에는 브랜드 값과 같은 거품 및 고객 지원 비용이 가격에 추가되고, 그들이 만든 PC는 가급적 많은 사람이 만족할 만한 무난한 성능 선에서 타협한 제품이다. 만약 기업체에서 일반 사무작업용 환경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입장이라면, 규격화, 고객 지원 및 물량 확보 차원에서 대기업 PC나 노트북을 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기업체의 입장에서 업무에 필요한 성능이 확보되고 사후 고객 지원을 통해 고장으로 인한 인건비 손실이 크게 절약된다면 가성비가 약간 좋지 않은 것은 매우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고객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서 성능에 투자하거나, 혹은 돈을 더 투자해서 완제품이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한 성능을 확보하는 선택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선택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조립 PC인 것이다.
부품을 입맛대로 골라 조립할 수 있는 특성상 최고의 자유도와 가성비를 갖출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컴퓨터 부품의 숫자와 그 조합을 따질 때 무궁무진한 조합이 나올 수 있지만, 용도, 금액에 따라서 그 조합이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제품으로 나오는 PC와는 비교를 불허한다. 아울러 독특한 목적(스트리밍부터 그래픽 작업, 작곡/영상 작업, 서버 구축 등)에 특화된 개성있는 PC를 구축할 수도 있다.
돈이 많다면 초고사양 PC 또는 무소음 PC를 구축할 수 있다. 주로 그래픽 계열에 투자하는 편이며, 하드코어 게이머나 소규모 디자인 기업에서 사용한다. 대중적인 PC에서 취급하기 어려운 쿼드로나 파이어프로 같은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를 쓰기도 하며, AMD CrossFire나 SLI를 구성하기 위해 그래픽카드를 여러개 연결하기도 한다. 그래픽 작업 외에도 GPGPU를 활용한 병렬연산 머신을 구축하고자 할 때에도 독특한 구성의 조립PC를 구축하기도 한다. 사실 비싸서 그렇지 메이커쪽도 가능하고, B2B 전용으로 풀려 쿼드로, 제온 같이 구하기 힘든걸 쓰려고 하면 메이커 쪽밖에 답이 없는 경우도 많고, 가끔은 리테일로 구하는 것보다 더 싸다. 워크스테이션 참고.
반대로 전성비를 챙기는 조용한 PC를 구축할 수도 있다. 무소음 PC, PC-Fi, HTPC, 홈서버 등등이 그 예시이며, 필요한 것은 좋은 부품으로, 필요없는 것은 과감히 생략하여 나름대로의 가성비도 챙길 수 있다.
돈이 없다면 메이커 PC에 없는 초저사양 PC를 구축할 수 있다. 부품 선택의 여지는 없겠지만, 인건비와 브랜드 비용과 AS비용을 아껴 스스로 컴퓨터를 조립해야 하니 조립 PC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20만원만 있어도 리그 오브 레전드, 서든어택, 스타크래프트, 문서 작성, 웹서핑, 스트리밍 등등등 될 건 다 되는 PC를 구축할 수 있다. 시대가 흐르면서 다소 고사양 게임으로 분류되던 오버워치까지 40만원으로 중간옵션을 돌리는 PC를 조립할 수 있다. 물론 배틀그라운드 같은 상당한 고사양으로 분류되는 온라인 게임까지 올라간다면 옵션타협을 감안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준의 그래픽 카드까지 필요하므로 60만원 이상의 게이밍 PC를 구매해야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게다가 신품과 중고 부품을 조합하여 최고의 가성비 PC를 제작할수도 있다. 케이스, 파워, HDD/SSD 같은 것은 신품으로 구입하고 잘 고장 안나면서 (동일 스펙)신품과 성능차이 없는 CPU, RAM 등은 중고로 구입하여 완성품 PC를 만들수도 있다.
하다못해 89,000원으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까지 구동 가능한 중고 조립 컴퓨터까지 만들 수 있다. 단 옵션 타협은 필수적이다.
또한 기존에 가지고 있는 PC에 필요부품만 교체하는 소위 '업그레이드'가 수월하다. 최초 구입시 동세대 저가형 CPU로 구입한 경우 나중에 호환되는 고가형 CPU로 교체할 수도 있으며, 나머지는 그대로 두고 그래픽카드만 교체해서 고사양 게임을 돌릴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케이스, 파워, SSD 정도만 놔 두고 내부를 완전히 갈아 엎을 수도 있다.
간혹, 규격이 호환이 되는 버려진 남는 부품들을 모아 새 PC를 꾸며볼 수 있다는 점도 조립 PC의 매력이다. 또, 예산이 매우 여유로운 경우 커스텀 수냉 쿨러 등 컴퓨터의 외관을 맘대로 꾸밀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장점이다.
제일 먼저 만나는 큰 난관은,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면 구매부터 완성까지 매우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일단 수많은 핵심 부품들 중에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나쁜지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 내 예산 상황과 용도에 맞는 부품을 하나하나 선택해야 된다. 그렇게 각 부품들을 구매한 후 조립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OS부터 설치해야 되는 경우가 많으며, OS 설치를 완료하더라도 각종 드라이버들을 일일이 잡아주고 업데이트해줘야 된다. 완제품으로 판매되는 PC들은 이런 세팅이 다 되어 있어서 사자마자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조립 PC를 사용한다면 이런 과정에 한나절은 걸릴 생각을 해야 된다.
하드웨어 고장은 대부분 구매 후 6개월 이내 발생하는 초기불량이다. 초기불량을 제외하면 파워 서플라이를 지나치게 싸구려를 쓰지 않는 이상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충격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고장을 제외하고) 순정으로 썼을때 컴퓨터 하드웨어는 거의 고장이 나지 않는다. 브랜드 PC의 A/S는 사용자 부주의로 인한 소프트웨어 재설치가 반을 넘는다. 실제 운영체제 재설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나 불필요한 재설치가 많다. A/S 기사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PC 환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백업복구를 하거나 윈도우를 밀어버리는 것이 빠르고 확실하며 편하기 때문에 애용한다.
또, 브랜드 PC의 친절한 출장 A/S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손꼽히는 단점이다. 컴맹들에게 출장 A/S는 전화 한 통이면 죽이되든 밥이되든 컴퓨터가 다시 동작하게 만들 수 있는 마법의 서비스이다. 출장 A/S가 중요한 이유는 컴맹은 고장의 원인을 직접 진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고장났을 때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도 직접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봐야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 컴퓨터는 6개의 하드웨어 주요부품인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 파워 서플라이,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와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직접 조립도 못한다면 원인진단이 가능할리가 없다. 참고로 컴퓨터란게 얼마나 오묘하냐면, 냉장고랑 같은 코드에 전원선 꼽았다고 전력 부족해서 안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뭔가 안된다면 하드웨어일지 소프트웨어일지 종류가 수천수만이라 대충 며칠 배운 인간도 고칠수 있는 일반적 문제, 전문가 아니면 감도 못잡는 문제가 섞여있다.
조립식 PC는 각 부품이 완제품이고 직접 개별 A/S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원인진단을 못하면 수리조차 맡기기 어렵다. 이 경우 본체를 그대로 구매한 업체로 가져가거나 완전분해해서 각 부품의 제조사로 A/S 보내는 방법을 택해야 할 텐데, 이걸 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컴맹이 아닐 것이다. 출장 A/S는 이러한 문제를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
2010년 이후 다나와 등의 유명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완제품으로 구매한 조립PC는 전화 한통이면 전국 어디나 출장 A/S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다나와 같은 곳을 통해 서비스를 받아 보면, 조립PC의 A/S는 담당자와의 의사소통이나 스케줄 조정, 고객 응대 능력 등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대기업의 A/S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참고로, 뭣도 모른 채 조립PC를 통째로 수리 맡길 경우 고급품이었던 부품이 최소의 기능 또는 역할만 갖춘 싸구려로 돌아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럴 경우 그 부품이 언제 터져버릴지는 아무도 모르고 게다가 당사자는 대체 어디 부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개별부품 A/S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고장이 의심되는 부품을 확인해서 해당 부품을 서비스센터로 택배로 보내거나 방문을 해서 서비스를 의뢰하는 것도 시간과 비용을 꽤나 소모하며 문제의 부품을 교체하는데 비용이 어느 정도 나올지도 모르는데다가 해당 부품의 재고 없음 등의 이유로 수리나 교환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늘어나면 그동안은 컴퓨터 사용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봐야 한다. 또한 A/S의 질 역시 브랜드 PC에 비하면 좋지 않으며 불량 부품을 돌려막기하는 경우도 매우 흔한 편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2015년 이후 한성컴퓨터의 데스크톱 제품군은 조립컴과 가성비가 비슷해졌다. 보증기간은 한성컴퓨터가 1년으로 조립컴의 2~5년보다 더 짧고 고가격대로 갈수록 가성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같은 스펙의 조립컴에 비해 60만원~100만원 정도로 비싼 삼성 데스크톱보다는 많이 싼 편이다. 적당한 스펙대의 컴퓨터를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되고 이런저런 귀찮음과 조립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조립 PC의 우위가 많이 사라진 상태. 심지어 델의 데스크톱 제품군도 조립컴 수준의 가성비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쪽은 컴플릿케어 때문에 A/S에 있어 한성보다도 우위가 있는 편. 그리고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점점 성장하면서, 게임은 하고 싶은데 굳이 데스크탑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은 이쪽을 알아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2020년부터 일어난 그래픽카드 채굴 대란 때문에 완제품 PC가 내장된 그래픽카드의 시세와 비슷해져 가성비가 역전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컴맹이거나 조립PC를 구매함으로서 따라오는 여러가지 불편 사항이 귀찮은 사람의 경우, 조립PC를 이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만약 주변에 믿을만한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도움을 받거나 직접 배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것도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 될 수 있으니 남에게 배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컴덕후는 조립컴 셔틀이 아니에요
어쨌든 이런 조립의 보편화와 '조립하는게 싸고 좋더라'는 관심의 증대 덕분에 주위에 컴퓨터를 조립할 능력이 있거나, 매뉴얼만 참조하면 쉽게 조립할 수 있는 사람(소위 컴덕후)이 상당히 많아졌다. 그러나 이런 조립이 가능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조립해주는 걸 상당히 꺼리는 편이다. 쓰다가 안 되면 조립한 놈을 탓하기 때문이다.
조립이나 윈도우 설치의 경우에는 컴퓨터를 산 뒤에 들어있는 설명서로 모든 걸 끝낼 수 있다. 조립식 컴퓨터를 사용할 때의 문제는 부품 하나가 고장날 경우 직접 고장난 부품을 찾아서 수리를 맡겨야 한다는 것으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스스로의 판단이 서질 않기에 필요하다면 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택배를 보내야하는 번거로운 일도 해야 한다. 애초에 조립식 컴퓨터는 스스로 조립하고 테스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능력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한 컴퓨터다. 한마디로 말해 컴맹은 조립식 컴퓨터의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조립 자체는 할 줄 알지만, 고가격 고성능의 기기들(예를 들면 수랭식 쿨러)을 조립할 때 자칫 자신이 실수를 저지른다면, 혹은 저가형 컴퓨터만 다루다가 고가형을 다루게 되면 아무래도 사소한 실수로 뭘 잘못 건드리게 되는 문제가 우려될 경우가 있거나 조립 및 정상작동 확인 여부의 번거로움 등, 어느 정도 예외는 어디에나 있다.
왜냐하면 컴맹으로 대표되는, 컴퓨터를 조립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컴퓨터 관련 지식을 습득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원래부터 컴퓨터를 게임이나 문서 작성용 업무수단 이상으론 거의 쓰지를 않기 때문에 컴퓨터를 그냥 사용만 할 뿐 관리를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개념 등이 사실상 없다시피 해서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능력조차 약하다. 이 때문에 이것저것 호기심에 만지작 거리다가 각종 악성 코드를 컴퓨터에 깔아버리거나 혹은 부팅에 중요한 설정을 잘못 건드려서 컴퓨터가 맛이 간다. 그래서 컴퓨터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신속하고 절대적으로 시스템을 망가뜨려주는 것에 탁월한 재주를 보이곤 한다. 문제는 조립해 준 컴퓨터에 이상이 발생하면 조립자가 부품을 이상한 걸 골라줬거나 조립을 잘못했거나 돈을 횡령한 게 아닌가 의심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거리다.
이렇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립한 사람에게 AS 및 소프트웨어적 관리 역시 부탁하고, 무슨 사소한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전화와 문자를 날려댄다.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백이면 백 무보수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서 횟수 제한이 없는 무료 긴급출동 A/S담당자 당첨이다. 원래 컴퓨터 출장수리는 대기업 브랜드 PC에서 보듯이 일단 부르면 기본적으로 출장비 명목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엄연한 지식 서비스이다. 하지만 이쪽 업계의 인식 문제 같은 어른의 사정으로 몰라서 불러놓고 가르쳐 줬더니 옆에서 보니 간단한 거였다며 돈 안주는 배짱을 튕기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이런고로 조립해주는 사람들은 정말 친한 친구나 가족의 컴퓨터가 아니라면 아니. 그렇다 해도 공짜로는 조립해주는 걸 꺼린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대로 실천할 용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립해 주는 걸 꺼린다는 것. 수리하는 사람은 우선 컴퓨터를 점검하여 시스템을 맛가게 한 원인을 파악하는데, 그러면서 발견된 원인들을 바탕으로 컴퓨터 사용자에게 이러이러한 것은 컴퓨터에 좋지 않으니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컴퓨터 유지 관리를 위해 몇 가지 지식을 가르쳐 주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당 사실을 부인하거나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한 후에 적반하장의 기세로 달려든다. 일례를 들자면 수상한 야동 사이트나 이상한 게임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는데, 그런 사이트가 바이러스와 트로이로 범벅이 된 경우가 압도적이라 가지 말라고 조언해도 필사적으로 가서 컴퓨터를 깡통으로 만든 다음에 조립자만 탓하는 웃기지도 않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접속기록조회까지 동원해서 사용자 과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앞에서는 인정하는 것 같다가도 뭔가 다른 사실을 숨기며, 수리해준 사람의 조언을 깡그리 무시한다. 그러면 결국 수리하는 사람은 정확한 원인을 짚지 못하게 되고, 어찌어찌 고쳐준다고 하더라도 얼마 후 또 다른, 혹은 비슷한 증상으로 그 사람을 부르게 된다. 이것은 가족이라도 예외가 없다.
그런고로 부탁을 받는 사람은 예상되는 출장수리 퀘스트의 길이를 보고 해줄지 말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혹시나 컴퓨터를 잘 몰라서 지인에게 부탁을 할 거라면 그들이 하는 말을 적어서라도 기억해두자. 이것저것 물어보면 자기가 다시 오기 싫어서라도 제대로 가르쳐 준다. 또한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은 반드시 보상을 받아갈 것을 추천한다. 결국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컴맹들은 안타깝게도 처음에 부품 고를 때부터 막힌다. 대체 뭐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야 사지. 게다가 CPU/메인보드/램은 서로 호환성까지 따져봐야 하는 등의 자잘한 문제점도 있다.
이후 다른 네티즌이 컴퓨터 조립 10단계 인포그래픽을 만들기도 했다.
참고로 다나와 등의 일부 견적 사이트에서 온라인 견적을 낸 다음 2만원~5만원 사이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업체에서 조립과 배송, A/S를 모두 지원해 준다. 조립컴을 사고 싶지만 조립이 귀찮을 때 조립을 속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조립비가 비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조립 과정에서 전원을 넣고 모니터에 화면이 나오는지 여부를 테스트 후 배송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불량부품이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부품하나 불량으로 (어느 부품이 고장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머리싸매고 택배보내고 시간낭비하는 것을 감안하면 꽤 매력적인 장점이다. 거기에 깔끔하게 선정리까지 해주니, 컴퓨터를 조립할 줄 알아도 조립옵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조립된 컴퓨터는 부품 구성에 따라 무게가 꽤 되는 경우가 있는데, 택배 분류 하는 과정 등에서 택배가 무겁다고 던지거나 하는 경우가 간혹 있어 재수가 없으면 그 충격에 컴퓨터가 맛이 간 채로 오기도 한다. 물론 조립을 주문하면 업체에서 충격 방지 처리를 다 해주지만, 상기한 대로 재수가 없으면 맛이 간다.
어찌됐든 컴퓨터 견적을 짜주거나 조립을 해준다면 가족 외에는 되도록 해주지 말고, 만약 해줘야 한다면 조립(견적)은 해주겠는데 나중에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도 나한테 따지거나 문의는 하지말라고 각서를 써두거나 녹음을 해두는 것이 좋다.
번외편으로 자신의 직업이 프로그래머임을 밝히면 당연히 PC 조립을 잘 한다고 생각하고 조립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3D 렌더링이나 게임 개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 또는 컴덕후 취향과 프로그래머로서의 직업이 겹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외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지 PC 부품과 조립에까지 흥미를 두는 것은 아니다.
첫댓글 저는 중고컴퓨터를 매입하면 HDD 그냥 포맷합니다. 오래된 컴퓨터 그냥 버리면 신상이 모두 털릴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간혹 컴퓨터에서 이력서 또는 소송사건문서, 여행사진 등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범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