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를 구워본 지가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크림치즈값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이나 굽는 시간도
내 인내심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인터넷쇼핑몰에서
베이킹 재료들을 주문하면서
크림치즈도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말았다.
이런 내맘을 어찌 알았는지
우리딸이 빵에 발라 먹으려고 주문을 했다는데
금요일에 택배로 도착을 한 것이다.
잘됐다 싶어 이 참에 내 인내심의 한계도 테스트해 볼 겸
대대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재료: 크림치즈224g, 설탕2/3컵, 계란3개, 옥수수전분2/3컵, 황치즈파우더3큰술,
딸기요구르트110g, 베이킹파우더1/2작은술, 소금약간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로 분리해 놓고...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차가운 계란으로 해야
흰자 거품이 잘 일어난다.
노른자의 냉기가 가실 동안
먼저 흰자를 거품기로 저어가며
어느정도 거품이 일면
설탕1/2를 넣고 거품이 단단해질 때 까지
계속 저어준다.
이렇게 단단한 머랭이 됐으면
잠시 시원한 냉장고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고...
다음은 실온에서 말랑해진 크림치즈를
부드러운 상태가 되도록 저어주다가
나머지 설탕을 넣어주고
계란노른자도 넣어주고
딸기요구르트도 넣어주고...
원래는 한라봉요구르트를 넣고 싶었는데
우리아파트단지내 수퍼에는 한라봉요구르트가 없었다.
옥수수전분과 황치즈파우더를 체에 쳐서 넣고
골고루 잘 섞어준 다음
냉장고에서 쉬고 있던
흰자 머랭을 꺼내 2~3번에 나누어 넣어가며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살살 조심스럽게 저어준다.
이렇게 빈죽이 완성됐으면
지름20cm 원형 케이크틀에 유산지를 깔고
반죽을 고르게 부어서
속에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케이크틀을 2~3번 탕탕 내리쳐 준 다음
넓은 틀에 물을 충분히 담아 미리 예열시킨 오븐에
160도에서 1시간30분, 180도에서 15분 정도
장시간 스팀사우나를 시켜준다.
윗면도 타지 않고, 꺼짐도 없이
아주 탱글탱글하게 사랑스런 모습으로 구워져 나온 아이
꼬지테스트 하느라 생긴 저 작은 구멍이 옥에 티이긴 하지만....
약2년 전, 처음 이 아이를 만났을 때는
구울 때마다 윗면이 많이 타서 진한 갈색이 되거나,
아니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여기저기 터져 있기도 하고,
또 가운데는 왜 그리도 푹 꺼지던지...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구울 생각 조차 하지 않던 아이였는데....
오늘 아주 오랜만에 만난 이 아이는
어찌 이리도 예쁘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맛은 둘째 치고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다 벅차오를 지경이다.
옆면도 깔끔한 자태를 뽐내고...
냉장고 안에서 몇시간 동안 차갑게 식혀야 하지만
거기 까지는 내 인내심이 허락칠 않아
그냥 한조각 잘라봤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살며시 윙크를 하고...
완전히 식은 다음에 잘랐으면
단면이 훨씬 더 깔끔했을텐데....
과연 맛은 어떨까?
사뭇 기대대는 맘을 안고...
포크로 한조각 자르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
차르르...차르르...
다른 케이크에서는 들을 수 없는 특별한 맛있는 소리로
상냥하게 내게 인삿말을 건넨다.
한조각 더 먹고 싶은 휴혹을 물리치고
내일 아침 한결 더 숙성된 맛을 기대하며
랲을 씌워 냉장고로 고고씽~~~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달콤한 맛.
한조각만 먹기엔 너무도 큰 아쉬움이
늦은 저녁의 나를 유혹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맛있는 내일을 위해서
이만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