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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김승호 (스노우폭스 그룹 회장, 『사장학개론』 저자)
『위기의 역사』는 전 세계를 뒤흔든 주요 경제 위기와 그 영향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다. 매번 느끼지만 오건영 선생의 거시적 시각과 적절한 비유를 통한 미시적 설명에 항상 경탄한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다. 이 책은 위기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은 기회를 설명하고 있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다면, 경제 공부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독자들은 그의 분석과 견해를 통해 현대 경제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얻게 될 것입니다. 또한, 나 역시 저자로서 경제 분야에 이런 책과 함께 진열되는 것을 영예롭게 생각한다.
김동환 (「삼프로TV」 진행자,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오건영 팀장은 『위기의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뒤흔든 네 번의 경제 위기를 돌아본다. 그리고 당시 위기가 벌어졌던 원인, 국가 간의 이해관계, 사회 분위기를 생생하게 설명하며 위기의 실체를 파헤친다. 위기를 실제로 겪었던 사람도, 겪지 못했던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과거를 잊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위기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을 갖추게 되고, 그때 진정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위기의 실체를 바로 알고, 미래에도 더 있을 위기를 대비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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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사람은 누구나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거죠. 그런데 저금리가 2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어느 누가 내일 금리가 크게 뛰어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현재의 금리 하향 흐름, 혹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할 겁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이후 단순히 저금리가 나타난 것뿐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마음 속에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쌓여갔던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지나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그러니 이 금리 변화가 사람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느껴진 겁니다. _p.36
물론 고베 대지진이 엔화 강세 및 역플라자합의 이후의 엔화 약세 전환을 설명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닐 겁니다. 다만 기존부터 이어지던 엔화 강세 기조를 더욱 강화시키는 촉매제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달러당 80엔을 밑돌던 1995년 4월의 슈퍼 엔고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다가 2011년이 되어서야 깨졌습니다. 그해 3월에는 모두의 기억 속에 생생할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죠. 동일본 대지진 이후 나타난 슈퍼 엔고에서 벗어나고자 아베노믹스가 시작되었고, 이는 급격한 엔화 약세로 이어지게 됩니다. _p.59
특정 국가의 수출 기업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라면 어떨까요? 이때 가장 좋은 것은 환율의 안정일 것입니다.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환율의 움직임이 이어진다면 기업들이 안심하고 설비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동인이 되어줄 겁니다. 상당 수준의 설비투자를 진행했는데 갑자기 환율이 급변하면서 유리했던 환경이 불리해지게 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까요.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보다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하면 경제 성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_p.86
외환위기를 한 번 겪으면서, 달러가 부족한 경우에 너무나 빠르게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 것입니다. 당시의 경험을 교훈 삼아 우리나라는 과거보다 더 많은 외환보유고를 꾸준히 쌓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기외채의 무서움을 알기에 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만기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죠. 외환위기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방파제가 300미터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4200미터에 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4200미터의 방파제가 해변의 미관을 해칠 수도 있겠지만 파도가 더 크게 치더라도 막아낼 수 있는 힘을 보유한 것입니다. 과거 대비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뜻이죠. _p.144
‘금리가 인하되면 주식시장은 상승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금리 이외에도 수많은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은 뒤집어 말하면 ‘금리를 인상하면 주가는 하락하는가?’라는 질문이 될 수 있죠. 마찬가지로 금리 이외에도 주가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기에 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_p.218
신용도가 높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대출이 풀리면서 낮은 등급, 즉 서브프라임(Subprime) 등급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주택 구입의 증가는 주택 수요의 확대를, 주택 수요의 확대는 주택 가격의 추가 상승을 부릅니다. 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확대는 주택 가격의 꾸준한 상승세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아무리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라고 해도 그 담보가 되는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대출을 떼일 가능성이 매우 낮겠죠. 상승 일변도의 주택시장과 부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게 여겨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바탕으로 AAA 등급의 채권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_p.281
중국에서 만들어 수입되는 제품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고 말합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고급스럽다기보다는 매우 저렴하다는 느낌을 주죠. 2000년대 초반, 전 세계로 저렴한 중국 제품이 흘러 들어가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의 기세가 크게 꺾이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물가는 안정세를 보였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은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_p.306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많은 분들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혹은 조금 디테일하게 미국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파생상품의 부실이 현실화되었고, 금융기관들의 파산 우려가 커지며 나타난 신용 경색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다는 생각도 하십니다. 이는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은 설명할 수 있어도 당시 글로벌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던 신흥국과 이들 국가들을 둘러싼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환경을 설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줄어든 소비를 메워줄 수 있는 신흥국의 성장은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일정 수준 해결하면서 이후 금융위기 극복의 핵심이 되죠. _p.352
https://www.youtube.com/watch?v=-FB5et5gi2M
가끔 횡단보도를 건너다 보면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횡단보도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는데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뀐 거죠. 뛸까 말까 고민을 계속하는 겁니다. ‘다음에 건너지, 뭐’라고 생각하면서 안일하게 걷다가 갑자기 건널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전력질주하면서 신호등의 깜빡거림이 거의 끝나갈 때에야 도로를 건넙니다. 워낙 빨리 뛰었기에 힘이 들어서 헉헉거리면서 숨을 몰아쉬게 되곤 하죠. 연준이 비슷한 실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일찍 금리를 인상했다면,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뀔 때 천천히라도 뛰기 시작했다면 마지막에 전력질주를 하는, 아주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는 그런 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_p.402
기업들의 투자가 쉽사리 늘어나지 않는다면, 경기가 다소 좋아지더라도 기업의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정체된다는 의미는 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사무실을 늘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신규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고용이 늘지 않는 만큼 사람들의 소득도 늘어나지 않을 겁니다. 소득이 늘지 않으니 당연히 수요가 강해지지 못하죠. 약한 수요는 약간의 충격만 받아도 크게 위축되면서 물가의 하락, 즉 디플레이션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_p.421
어느 군부대에나 초소가 있습니다. 위기가 언제, 어떤 시기에, 어떻게 닥칠지 안다면 굳이 초소를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경계 근무를 이어갈 필요가 없을 겁니다. 항상 위기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찾아오곤 합니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사자성어가 있죠. 편안함에 머물러 있을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격언입니다. 우리가 지금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_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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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외환위기, 닷컴 버블, 금융위기, 인플레이션까지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든 위기의 원인과 극복 과정을 찾다!
이에 대한민국 최고의 거시경제 전문가 오건영 저자는 『위기의 역사』를 통해 과거의 위기에 대해 통찰의 시각을 제공한다. 그는 과거의 불안했던 시기에 조금 더 깊이 있는 지식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찾아올 수 있는 불안한 시기에도 공포감에 휩쓸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 책을 통해 과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분석한다.
1~6장까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 가장 비극적인 역사로 남아 있는 ‘IMF 외환위기’를 다루고 있다. 국가 경제가 흔들리면서 서민들의 삶까지 비극으로 몰아넣었던 충격이었던 이 사건을 당시의 언론 기사 등을 활용하여 생생하게 담아냈다. 7~9장은 인터넷 혁명이 몰고 온 ‘닷컴 버블의 생성과 붕괴’를 다룬다. 닷컴 버블을 경제 위기라고 부르지 않지만 당시 자산시장에 매우 큰 충격이 발생했고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부양책이 이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점을 짚었다. 10~14장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기록된 강력한 위기이며 전 세계의 저성장을 몰고 온 악재였다. 15~17장은 ‘코로나19 사태 및 이후 나타난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충격’이고 마지막 에필로그인 18장에서는 가장 최근에 나타난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에 빗대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위기들의 공통점을 알아본다.
이 책은 과거의 이야기들을 통해 현재의 위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 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 낙관에서 벗어나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금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열여덟 개의 에세이로 풀어낸 글로벌 경제 수업
200개의 기사로 경제를 바라보는 혜안을 얻다
18개의 에세이 구성된 이 책은 각각의 에세이가 한 편의 영화와 같다. 각각의 에세이가 다루고 있는 큰 주제의 사건이 펼침 일러스트로 한눈에 보이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하는 연대기적 접근에서 벗어나 사건으로 호기심을 던지고, 이를 확장시키고,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다.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와 금융의 이야기지만 오건영 저자의 설명이 있다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의 최고의 장기인 초보자들도 금융 전문가로 만드는 적절한 예시와, 술술 읽히는 문장을 만드는 스토리텔링은 이번 책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언론사를 통해 받은 경제 기사들은 책에 생생함을 더한다. 위기라는 거대한 역사의 맥락 속에서 실제로 등장했던 기사를 읽으며 접근하면 보다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총 200개의 기사가 인용된 이 책은 효과적인 읽기 공부에도 매우 좋은 교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