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실개천에서 만난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은 햇빛처럼 내 맨 탈을 힐-링 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남은 잔설마저 형체를 찾아볼 수 없고 까투리가 더 이상은 가만
있지 않겠다고 푸드덕거리며 날아갔습니다. 비발디가 뭐하는 놈인지 몰라도 클래식도
20번 이상 듣다보니 고개가 까딱까딱 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물론 사계 중 ‘봄‘만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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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것 같아요. 앙상한 가지로 긴긴 겨울을 버텨낸 버드나무 가지에 조만간 싹이
나고 이파리가 새파래질 것입니다. 저도 꼬랑지 바짝 낮추고 1년 6개월을 인내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주께서 내리실 상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기다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와신상담을 하는 것도 그렇고, 자녀를 독립시키는 것도 기다림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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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사 하고 첫 날밤을 보내면서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베스트 오브 미’라는 영화인데 달달한 사랑영화가 아직도 제게 감동으로 다가올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마이클 호프만 감독이 도슨과 아만다라는 여인의 러브스토리를
엮어놓았는데 올 제 스타일입니다. 고교 때 첫사랑이 20년 후에 다시 만나는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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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주인공 남녀가 두 명 씩 캐스팅이 되었는데 남자는 어른 도슨(제임스 마스던)이
더 낫고 여자는 젊은 아만다(라이아나 리버라토)가 훨씬 섹시합니다. 가장 찬란했던 순간,
둘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서로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아만다’와
‘도슨’은 열렬한 사랑을 키워 가는데 두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닥치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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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순둥이 도슨이 아버지의 행패를 보고, 나서는
과정에서 오발 사고로 친구를 살해하고 8년 형을 언도받는 바람에 둘은 이별을 했고,
아만다가 1년 동안 면회를 가지만 도슨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변호사로부터 두 사람은 각각 유언 상속자 자격으로 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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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면서 뜨거웠던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제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2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사람. 첫사랑의 추억과 사랑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데…
내가 만약 2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난다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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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그 산전수전 공중전 중에 25년 만에 만난 러브스토리가
없을 리가 있겠어요? “20년 동안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그런데 또
너를 사랑하라고? “ 이 말이 어떤 감정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남자만이 진정한 사랑꾼일 것입니다. “보고 싶다. 죽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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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미’는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더이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고 공허를 느끼는 중년의 나이.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내 곁을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형성할 나이가 되었네요.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하며 삶을 영위할 것인가? 한 때는 사랑하여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알 콩 달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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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지만 당신과의 관계는 이미 시들해져 이른바 패밀리가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어요.
사랑하던 감정은 식어버렸고 그냥 가족이니 그럭저럭 살아갈 뿐입니다. 남편은 사업하느라
바쁘고 더욱이 알 콜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술을 마셔댑니다. 뭐, 그렇다고 술주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 거지같은 상황입니다. 이럴 경우 사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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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내가 몰두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이럴 경우
우울증에 빠진다고 하는데, 그놈의 우울증은 나에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무미건조한
하루하루가 지속될 뿐입니다. 이때, 20년 전 고향에서 가족같이 지내던 턱 아저씨의 부음
소식과 더불어 유산상속이 있으니 찾아오라고 합니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예정된 약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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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냐며 나보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합니다. 저는 25년 만에 만난 첫사랑에게서
이런 글을 받았습니다. “서방을 팝니다. 헌 서방을 팝니다. 반 백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빠져 덤덤하겠지만 허우대는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6척에 조금은 미달이고 똥배라고는
할 수 없으나 허리는 솔 찬 이 굵은 편,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깡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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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잔잔한 미소 한 번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달착지근한 눈 맞힘도 바람결에 날아 가버린 민들레 씨앗 된 지 오래
입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에 두 눈 감고 두 귀 막고 방안의 벙어리 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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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입니다. 연애시절의 은근함이며, 신혼초야의 뜨거움이며,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며
이제는 그저 덤덤할 뿐, 세월 밖으로 이미 잊혀 진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물방울 속에 아련한 무늬로 떠오르는 무지개일 뿐, 기억줄기일 뿐......,
밥 먹을 때도 차 마실 때도 은근한 눈빛 한번 주고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Tv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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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담담하게 한마디의 따끈따끈한 말도 없고 매너도 없고 분위기도 모르는지......,
흔한 맥주 한잔 둘이서 나눌 기미도 없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들뜨는 나들이 계획도 없이
혼자서 외출하기 아니면 잠 만자기.......씀씀이가 헤퍼서, 말도 잘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 있지만 집에서는 반벙어리 자린고비 서방도 헌 서방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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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빈 가슴에 바람 불고 눈 비 내리어 서방 팝니다. 헐값에 팝니다.
주정 거리듯 비틀거리며 말은 하지만 가슴에는 싸한 아픔 눈물 번지고 허무감이 온 몸을
휘감고 돌아 빈 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서방 팝니다. 헌 서방 팝니다. 며 울먹입니다.
흩어 진 마음 구멍이 송송 뚫린 뜻한 빈 가슴을 두드리며 안으로만 빗질하며 울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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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글을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40대의 도슨도 이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아만다와 도슨이 처음 만나 작업하는 장면의 당당한 아만다의 모습을 보면서는 우리
딸내미들이 연애벤치마킹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약밀매업자라는 불의한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성장한 도슨은 진정한 상 남자였습니다. 거친 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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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피해 도망친 도슨이 간 곳은 턱 아저씨 창고였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턱 아저씨를
만납니다. 까칠한 성격의 턱 아저씨는 도슨에게 편안한 잠자리와 있을 곳을 제공했고
도슨은 보답으로 턱 아저씨의 정원을 관리합니다. 아만다과 도슨은 턱 아저씨의 집에서
만나고 사랑을 합니다. 턱 아저씨는 그들의 사랑을 아낌없이 격렬하고 후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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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유한 집안의 아만다의 아버지는 도슨을 못마땅해 합니다. 도슨의 집안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아만다와 헤어지기를 요구합니다. 8만달러라는 도슨의 대학교
학비와 생활비를 제공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일언지하에 거절한 도슨은 아만다와의
사랑을 이어가는 도중, 도슨의 아버지 토니는 도슨이 없는 틈을 타서 눈에 가시 갔던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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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를 폭행합니다. 이를 알게 된 도슨이 분노하며 총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그 자리에 동생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싸우던 중 총이 발사되고 엉뚱하게도 동생이 총에
맞아 죽게 되면서 감옥에 갑니다. 제가 6개월 정도 영어의 몸이 된 적이 있는데 만약
도슨이 양형을 1년 정도만 받았다면 아만다의 면회를 거절하지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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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교도소 3상9방 시절 매일같이 면회를 와준 그녀가 생각이납니다.
도슨은 복역 후 석유시추 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면서 번 돈 중 일부를 죽은 동생의
아내에게 송금을 합니다. 막노동을 하면서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던 중 사고를 당하고 극적으로 죽음에서 벗어납니다. 그때 턱 아저씨의 부음소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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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상속에 대한 연락을 받는다는 설정으로 두 사람의 재결합을 엮은 작가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서먹서먹하던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할 일을 합니다. 이제는 과거의 사랑했던
남녀가 아니기에 그들은 서로를 회피합니다. 그러나 같은 추억과 사랑을 먹었던 그들이니,
곧 서로에게 이끌리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아직도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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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다시 그들의 사랑은 불타오릅니다. 그러나 아만다는
유부녀에 자식까지 있는 여자이니 불륜입니다. 뭐, 내가 하면 로맨스이기에 아만다와
도슨은 다시 시작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유럽의 로맨스를 강력 지지합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습니다. 둘 명 중 누군가 하나가 끄기 전에는 무엇으로도 끌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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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입니다. 이때 아만다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아만다는 집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있는 아들을 봅니다. 남편은 술에
취해 겨우 병원에 오지요. 실망감이 폭풍처럼 몰려오면서 오만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이젠 더 이상 남편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더더욱 잃어버렸던 옛 사랑을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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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으니 그녀에게 남편은 이제 아웃입니다. 1년 후 아만다는 남편과 이혼하고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살고 있습니다. 아들의 생일에 함께 기념사진을 찍지만 더 이상 가족이 아니니,
잠깐의 시간 후 각자의 길로 갑니다. 아만다도 돌 싱, 도슨도 돌 싱이 되었습니다.
20년 전 꿈꿨던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고 있는 아만다에게 어느 날 도슨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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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꽃을 들고......,그들의 찐하고 강한 키스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영화를 보는 관전 포인트는 각자의 몫이지만 저는 섹시한 사랑과 도슨의 진득한 기다림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인생이 누구는 일장춘몽이라고 하고, ‘사랑하라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카피도 있습니다. 꽃을 든 남자, 언젠가는 제게도 사랑이 올까요?
2019.2.22.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