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루가 벅차다.
아침에는 인천여울, 시간을 끊어가며 장구 연습, 피리 연습.
정오가 되자 불지 않아 메마른 대금을 꺼내어 레슨을 겨우 받는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 대충 떡으로 때우고 종로를 향해 출발한다.
두 시 도착, 후다닥 올라가 ‘취타 공연 팀’에 합류한다.
선생님이 젊고 맑고 청아하다, 한마디로 미남이시다.^^
취타의 곡에 대한 유창한 설명이 깊고 재미있다.
“취타(吹打)” ; 불고(吹) 타는(打) 곡으로써 행진곡이란다.
아명(雅名; 우아한 별명)이 “만파정식(萬波停息)”이라고 하며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유래와 역사와 현재까지의 흐름을 설명하신다.
이어서 합주를 시작한다.
한 번, 소리가 어그러진다. ---> 박자의 개념을 설명,
두 번, 제법 어우러진다. ---> 각 악기의 역할을 설명.
세 번, 비교적 잘 적응한다. ---> 각 악기에 대한 지적.(소금만 칭찬을 받는다; 좋겠다^^)
네 번 그리고 다섯 번, 흐름을 느낀다. ---> 굳었던 선생님의 얼굴이 펴지며 밝아진다.
쉬고 나서 여섯, 일곱 번. ---> 느낌이 좋다, 선생님의 말씀에 바로 따르는 경지가 놀랍다.
해금 네 분은 곧잘 하시는 듯.
대금은 일취월장, 두 분이 힘이 좋고 경쾌하다.
거문고가 짚는 박이 또렷하고 시원하다, 고마워라.
소금의 소리 청아하게 끌고 가니 공력이 대단하시다, 감사.
가야금 두 분이 처음 참석하시어 고요히 뜯는 모습, 곧 적응됩니다.(우리가 한 달 빠를 뿐.ㅋ)
장구는 아직 고무줄 박이지만, 좌고가 덩덩~ 잡아주니 절뚝이지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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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의 수업 겸 합주가 끝나고, 2부의 즐기는 시간이 되어
거문고, 해금, 대금 겸 피리, 단소 겸 대금; 도드리 후에 중광 한 바탕을 거뜬히 건넌다.
대금 선생님이 함께 해주시더니 조언과 가름침도 주어 어찌 고맙고 즐겁던지....
: 거문고여, 갈수록 줄을 더 눌러서 음이 높아지는구나, 소리에 집중하라.
피리여, 첫 음부터 높아지더니 들쑥날쑥 하는구나, 정진하라.
해금이여, 잘 흘러가는구나, 조금만 투자하면 높아지리라.
이창재 선생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말씀 따라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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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모임은 더욱 화려하고 웅장해질 것을 예감합니다, 어서들 오세요.
저는 일이 너무 바빠 어찌 될지 모르오나 최대한 참석을 해 보겠습니다.
첫댓글 ㅎㅎㅎ 후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조용히 앉아 소리로 이끌어주시니
해금 파트는 그 물결을 중심으로 흘러
선생 없이도 잘 갈 수 있는 능력자들의 모임인 듯 하더이다.
이슬 가득한 새벽의 풀밭 길에서 앞에 선다는 것.
신발과 바지 자락은 물 범벅이 되지만
그로 인해 뒷사람은 조금만 젖는....
앞 선 이의 걸음은 사랑이며 존경이지요.
우리는 그를 "이슬털이"라 부르지요.
해금의 이슬털이,님.
소리의 이슬이 첫 새벽 해의 살을 맞아
찢어져 튕겨지며 아롱지는 빛의 형상을 "윤슬"이라 부르나요?
고맙습니다.^^
4월 첫번째 합주는 공지만 하고 참여 못해 아쉬웠지만 23일 두 번째 4월 합주가 기다려집니다. 3시반 이후는 무엇을 할까요?
저는 어찌 될지 불분명하지만
약간의 무리가 된다면 가겠고, 큰 무리가 되면 못 갈 것이기에 답을 드리긴 그렇습니다만....
무엇을? - 은 미리 정하지 말고
모인 분들이 그 자리에서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하는 원칙은 참가자의 수준에서 상중하 셋이라면 하, 수우미양가 다섯이라면 양.
(즉 합주는 다다익선이니 모든 이들이 함께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기본원칙을 정하라면
도드리(수연장), 세령산, 유초신지곡....을 우선 순위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에 중광을 했으니 유초신이 맞겠습니다. 그때쯤이면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새싹이 제법 올라오는 진짜 봄이 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