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49) - 산불이 삼킨 일상
아파트 주변에 매화와 개나리가 활짝피는 등 봄기운이 편만한데 최악의 산불 위험으로 스산한 분위기, 지난 21일 경상남도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영남 일대에 동시다발로 발생한 화염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는 지역이 잿더미로 변했다. 28일 현재 이번 산불로 숨진 사람은 28명으로 1989년 강원도 산불(26명), 1995년 경북 지역 산불(25명) 때의 인명 피해를 넘어서는 사상 최악의 재난이다. 희생자들은 아들네 집에 머물다 돌아온 100세 할머니, 불에 탄 사찰에서 숨진 85세의 주지 스님, 진화작업에 차출된 70대 헬기조종사, 60대 이상의 진화대원 등 모두가 안타까운 사연의 귀한 목숨이다.
3월 2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야간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독자 제공,(중앙일보 2025. 3. 28)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의 위세에 밀려 여러 자치단체가 거주자 전원에게 대피령을 내리는 등 비상상황, 뒤늦게 화마가 번진 안동에 집안의 장손이 살고 있다. 안부가 궁금하던 차 가문의 카페에 올린 장손의 소식,
‘안녕하세요 장손 00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한옥스테이는 낙동강 이북 안동 시내 한가운데라 화재피해는 없습니다. 북쪽 영주방향 도로 제외 모든 외부 고속도로와 철도가 차단되어, 혹시라도 있을 고립과 비상시를 대비해서 어제(25일) 탈출하여 지금은 청주 부모님 댁에 있습니다. 정전예정이 있고 전 시민 대피하라고 해서 체육관 같은데 있어봤자 답이 없을 듯하여, 길을 돌고 돌아 4시간 걸려 청주로. 좀 일찍 나온 편, 떠난 후 더 혼란스러웠다고 합니다. 제가 나오기 전에 이미 하늘이 공습 난 것처럼 붉게 물들고 헬기가 수시로 다녔습니다. 나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구요.’
온갖 수단을 동원한 진화작업에도 속절없이 번지는 산불대응책의 주된 기대는 27일로 예정된 강우소식, 이를 바라보며 단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민초들을 달래려 간절한 심정으로 기우제를 드린 왕정시대를 떠올리며 쓴 웃음이 나온다. 초조하게 기다린 강우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지만 이를 기점으로 산불의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어 다행이다. 화재발생의 주된 원인은 실화와 부주의, 화불단행이라는 말이 있거니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의 대비에 위정자는 물론 시민 모두가 각별한 대처와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때다. 오늘 접한 당국의 안내 문자, '전국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작은 부주의가 대형산불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산림 주변 소각행위 금지, 성묘 ‧ 입산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물론 사회전반이 위기대응에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자.
* 엊그제 3월 26일은 잊힌 역사를 되새기는 날, 대한민국 초대대통령 이승만의 150주년 탄생일이자 애국열사 안중근의 115주년 서거일이다. 1875년 3월 26일에 태어난 이승만은 1919년 탄생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당시의 대통령이자 광복 후 수립된 대한민국정부의 1~3대 대통령, 4‧19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그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에 나름의 자취를 남겼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내내 대통령이었던 그를 칭송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중학교 수업시간에 쓴 작문이 전교생의 대표글로 선정되기도. 종로구 이화동의 이화장이 그가 살았던 집, 하와이 망명 중 1965년 7월 19일에 서거한 그가 유해로 돌아와 장례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그 가까운 곳이 나의 거처, 장례 중 이화장을 찾았을 때 전직대통령 윤보선 씨 내외가 문상한 시간과 겹쳐 윤대통령 내외가 방명록에 서명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4‧19혁명에 순응하여 깨끗하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그의 처신이 위정자들에게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안중근 의사의 서거일에 즈음하여 접한 단신에 눈길이 간다.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안 의사의 행적을 다룬 적이 있는데 안중근 의사와 그 대척점에 있던 이토 히로부미의 초상이 한데 담긴 일본 엽서를 접하는 소회가 별다르다. 그 내용,
‘안중근 의사-이토 초상 담긴 日엽서 나와, 순국 115주기 맞아 숭모회서 공개
이상현 ㈜태인 대표(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가 25일 안중근 의사 순국 115주기를 맞아 개인 소장 중이던 안 의사 초상 엽서를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처음 공개했다. 일본이 발행한 해당 엽서는 안 의사가 조국 독립을 맹세하면서 동지들과 함께 자른 손가락이 드러난 사진과 함께 저격 당시 사용한 권총, 이토 히로부미의 초상이 함께 담겼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측은 일본에 의해 발행된 엽서 가운데 안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가 함께 등장하는 엽서는 해당 엽서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안 의사의 업적에 비해 관련 유물이나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안중근의사기념관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직접 엽서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25. 3. 27)'
이상현 태인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안중근 의사 순국 115주기 기념일을 맞아 공개한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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