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며칠 전부터 수학여행 간다고 설레서 잠도 안온다고, 수학여행 갈 때 입을 거라며 이 옷입어보다. 저 옷 입어보다. 갖은 쑈를 다하더니...
공항까지 데려다주는데 잠시도 입을 가만두지 못하고 쫑알댄다. "그렇게도 좋냐?"했드만 " 그럼 엄마는 수학여행갈때 안좋았어요?"하고 반문한다. "그래 좋았지 말할 수도 없이 좋았지" 좋아라 어쩔 줄 모르는 딸아이를 바라 보고 있자니 나의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이 떠올랐다.
78년.
교무실 중앙에 걸려 있는 칠판 4월 행사 계획에 18일 "2학년 수학여행"이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그해 봄은 심한 가뭄으로 부모님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못자리를 해야 할 시기에 못자리는 커녕 당장 식용수도 부족한 판이었다.
그러니 수학여행 간단 말을 입밖에 꺼낸다는 것은 불난 집에 선풍기 틀어놓는 격이었다.
수학여행 날짜는 뽀짝뽀짝 다가오는데, 비는 오지 않고, 논바닥은 거북이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부모님들의 가슴은 타들어간 논바닥보다 더 타들어가고, 집집마다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철없는 우리들은 농사보다는 오로지 수학여행 못갈까봐 안달이고...
집에서고 학교에서고 들려오는 소리는 한숨소리 뿐이었다. 이러기를 한달여가 지났다.
이제는 수학여행이고 뭐고 다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얼마나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을 해댔는지...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하늘이 시커매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업을 하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운동장으로 뛰쳐나와서 얼마나 얼마나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던가?
집에 돌아온 나는 엄마 아부지 눈치만 보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아부지, 엄마. 저어~ 우리 수학여행 간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는" 언제가냐?" "이~ 곧" "얼마 내야된디?" "만이천원" "알았다. 줄것인께 꺽정말고 있거라이~"하셨다.
중학교때 셋째(미몽)오빠와 수학여행이 겹쳐서, 일찍 철(?)이 든 내가 차마 수학여행간단 말을 하지 못했던 탓에 수학여행을 못간 것이 늘 마음에 걸리셨던지 고등학교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학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셨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렵사리, 4월중순으로 예정되었던 수학여행을 5월18일에야 제주도로 갈 수 있었다.
수학여행 당일 아침 일치감치 눈을 떠서 먼저 하늘을 쳐다 봤다. 날씨는 쾌청하다못해 덥기 까지 했다. 하지만 더운게 대수랴....룰루랄라
이미 부엌에서는 할머니하고 엄마께서 나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계셨다.
"엄마~ 뭐여?" "이~ 문지잔 지진께 선생님도 드리고 친구들 하고 나눠묵어라이~" "찐계란도 줘이~" "그라제" 기분 째졌다.
가방에는 사이다, 찐계란, 문지, 꽈배기, 먹을것으로 가득했다.
마침 며칠 전 막내고모가 다녀가시면서 용돈도 두둑히 주셨겠다. 이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었다. 천하를 얻은 것 같은 이 기분!!!
배를 타기 위해서 어란항으로 갔다. 집에서 어란항까지 십리나 되는 거리를 걸어가면서도 힘든줄을 몰랐다. 생전처음 2박3일간 집을 떠난다는 생각에 전날 밤. 잠 한숨 못잤지만 기분만은 '왔다'였다.
배를 타고 진도에서 제주로 가는 배를 또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도 우리에게는 즐거움이었다. 하마터면 영영 못갈 뻔한 수학여행이었기에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해야 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았다.
배안에서 우리는 목이 터져라 '김 인순의 여고졸업반''영아''오동잎'..등등. 그동안 수학여행길에 부르려고 갈고 닦은 노래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었다.
조금 전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딸아이 한테서 전화가왔다.
점심먹고 버스안에서 쉬고 있는중이라며, '엄마, 벌써 보고 싶어'한다. 아침에 지 아빠로부터 용돈을 받아들더니 생각보다 많았는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오빠, 학교 동아리 선생님 2분. 목사님, 교회 언니, 오빠.하면서 수를 세길래 뭐하느냐고 물었더니 선물 할 사람이란다. "그르케 많은 사람한테 선물할라믄 돈이 안부족하겄냐?" 했드만 그냥 성의만 표시한단다.
이르케 이삔 딸이 토요일에 집에 돌아오게 되어서 정모때 참석을 못할것 같아요. 이해해 주씨요이~
첫댓글 루디야! 내마음이 그냥 찡하다잉. 바로 내가 그랬는데.. 그렇지만 그 세월이 어디로 갔남? 어제께 일같은디 벌써 중반 아줌마라니 ㅠㅠㅠㅠ....
아따 이해안하고 자픈거~
나도 가고 자퍼 죽겄다. 홍어도 묵고 잡고....
뒷 풀이도 있다는디요??????????하하하!
꼬시지 마씨요!!! 그래도 못간께!!! 절대로....... ㅠ.ㅠ
지금 루디 언니 맘 갈팡질팡....... 이삔딸도 존디 그담날 봐도 괜찮은께 성부가 허락만 하믄 서울 올라 가쑈~~~~~~~
아야!!! 제발 나잔 가만 놔뚸야!!!!!!
먼소리여? 성부는 이미 낙찰 봐부럿는디? 나하고 일대일 쇼부 봐부렀당께.그랑께 더 한장 하것제 언니가...ㅎㅎㅎㅎㅎㅎ뵈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