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여행가방부터 똑똑한 히트펌프까지…BC주 전기 기술의 현주소
최초의 전기차 개발자가 말한다, ‘진짜 대박은 상업용 트럭 시장’
지난 주말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에브리띵 일렉트릭 엑스포’는 전기 기술이 바꿔놓을 미래를 한눈에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최신 전기차(EV)부터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BC주 스타트업들의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스마트홈 기술까지 현재를 볼 수 있는 장이자,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를 개발했던 업계의 전설로부터 미래 시장의 방향을 듣는 기회가 공존했다.
엑스포 현장은 전기 기술이 어떻게 일상의 영역을 파고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써리의 '에어휠 캐나다'는 전동 스쿠터가 내장된 여행용 캐리어를 선보였다.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이 제품은, 최고 시속 13km로 최대 1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빅토리아의 '일렉트롬'은 자전거와 자동차의 간극을 메우는 덮개형 2륜 전기차 ‘벨로모빌’을 공개했다. 200km 이상의 긴 주행거리와 100리터가 넘는 화물 공간을 갖춰 기존 전기 자전거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나비의 스타트업 '엔보'는 필요에 따라 잔디깎이, 제설차, 환자 이송용 들것 등으로 변신하는 ‘레고 블록’ 같은 다용도 전기 플랫폼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3륜 전기차 ‘비모’와 전동 스노바이크 회사 ‘문바이크’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EV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인프라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됐다.
밴쿠버의 '허니배저 차징'은 아파트나 호텔 등에 EV 충전기를 무료로 설치하고, 사용자에게 앱으로 직접 요금을 부과하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노스 밴쿠버의 '젯슨 홈'은 단순한 냉난방을 넘어 실내 공기질까지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히트펌프를 공개하며 스마트홈 기술의 진화를 이끌었다.
이처럼 수많은 스타트업이 전기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가운데, 행사장 한편에서는 이 모든 혁신의 시작점에 있었던 인물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대 전기차의 대부’라 불리는 밥 퍼셀이다.
그는 1990년대 GM에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EV1’ 개발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시대를 앞서갔던 EV1은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2003년 단종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하지만 그는 EV1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이 도요타 프리우스 등 경쟁사들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개발에 기폭제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GM을 떠난 후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중국의 BYD에 대한 투자를 조언해 막대한 성공을 이끌기도 했다.
그런 그가 현재 전기차 시장에 대해 내놓은 진단은 냉철하다. 정부와 업계가 승용차 시장에만 몰두하며 초점을 잘못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미래 최대의 기회 시장은 바로 ‘상업용 배송 차량’이다.
그는 “배송 트럭들은 도심 정체 구간이나 하역장에서 공회전하며 막대한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며, 전기 트럭은 배출가스가 없고 운행 비용이 저렴하며, 정해진 경로를 운행해 주행거리 불안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퍼셀은 “도심 환경에 깨끗하고 비용 효율적인 운송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이며, 전기차는 이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