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午睡)
에우제니오 몬탈레
뜨겁게 달아오른 정원의 담벼락에 바싹 대고
파리한 얼굴로 오수에 빠진다.
가시덤불 사이로 검정새들이 똑똑 쪼는 소리
그리고 뱀들이 스치는 소리를 듣는다.
갈라진 땅의 틈새로, 혹은 풀잎 위로
나지막한 흙더미 위로
쉴 새 없이 무너지다 엇갈리는
빨간 개미들의 행렬을 본다.
벌거벗은 꼭대기에 매미들이
찢어질 듯 우는 동안
하느적이는 나뭇잎 사이사이로
바다 물결이 멀리서 헐떡이고 있다.
눈부신 햇살 속에 방황하는
우리의 삶과 괴로움이여,
그대는 꼭대기에 병조각들이 박힌
담장을 따라가는 것과 어찌 그리도 똑같은가,
서럽고, 놀란 마음으로 느껴 본다.
장석주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 명시 100선 중 073
[작가소개]
에우제니오 몬탈레 [ Eugenio Montale ]
<요약> 이탈리아의 시인. 전통적 시형을 깨뜨리고 황폐한 현대세계의 내적 풍경을 복잡한 새 기법으로 정착시켰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현대세계의 비참함을 읊는 동시에 거기에서 포착된 불멸의 미의 순간을 담았다. 20세기 이탈리아 시단의 주류인 ‘에르메티즈모(순수시)’로 군림했다.
출생-사망 : 1896.10.12 ~ 1981.9.12
국적 : 이탈리아
활동분야 : 문학
출생지 : 이탈리아 제노바
주요수상 : 노벨문학상(1975)
주요저서 : 《오징어의 뼈》(1925) 《기회》(1939) 《폭풍우와 기타》(1956)
제노바에서 출생하였다.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시를 습작하였으나, 대학 재학 중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보병장교로 참전하였다. 1922년 《프리모 템포 Primo Tempo》지를 창간하고, 《소라리아》지의 편집에도 참여하였으며, 1925년에 발표한 시집 《오징어의 뼈 Ossi di seppia》로 일약 유명해졌다. 여기에서 그는 전통적 시형(詩型)을 깨뜨리고 황폐한 현대세계의 내적 풍경을 거기에 어울리도록 복잡한 새 기법에 의하여 훌륭하게 정착시켰다.
그의 출현은 선배인 G.웅가레티의 그것과 더불어 현대 이탈리아 시(詩)의 빛나는 출발을 장식하는 것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그의 작품에는 현대세계의 비참함을 읊는 동시에, 거기에서 포착된 불멸의 미의 순간이 솜씨 있게 시현되었다. 그는 20세기 이탈리아 시단의 주류인 ‘에르메티즈모(순수시)’로 군림하여 1975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대표작에 《기회 Le occasioni》(1939) 《폭풍우와 기타 La bufera e altro》(1956) 등의 시집이 있고, W.셰익스피어와 T.S.엘리엇 등 영미문학의 번역물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에우제니오 몬탈레 [Eugenio Montal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첫댓글 힘든 오수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쉬임없이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