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이야기 602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6 : 북한
임꺽정의 난 진원지 청석골
경기도 개풍군과 인접한 금천군 고동면 구읍리의 제석산에는 조선시대 3대 도적 중의 한 사람인 임꺽정의 산채가 있던 청석골이 있다. 임꺽정은 제석산 산줄기의 영향으로 지형이 삼태기 속 같은 천연의 요새 청석골을 근거지로 삼아 1559년부터 1562년까지 3년에 걸쳐 조선 조정을 괴롭혔다.
임꺽정, 일명 거정(巨正)은 양주의 백정이었으나 정치적 혼란과 관리의 부패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명종 14년(1559)에 불평분자들을 규합한 뒤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곡식 창고를 털어 빈민에게 나누어주고 관아를 습격하여 관원을 살해하기도 하였다. 개성으로 쳐들어가 포도관 이억근을 살해한 일도 있다.
백성들의 호응으로 관군의 토벌을 피했으나 1560년에 형 가도치와 참모 서림이 체포되어 그 세력이 위축되다가 1562년 토포사 남치근의 대대적인 토벌로 구월산에서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명종실록』에는 그의 이름이 임거질정(林巨叱正)으로 기록돼 있다.
한편 임꺽정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홍명희1)가 임꺽정을 소재로 한 소설을 신문에 연재하면서부터다. ‘임꺽정전’이란 제목으로 1928년 11월 21일부터 1939년 3월 11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고 1940년 『조광』 10월호에도 발표되었으나 미완인 채로 끝났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 최대의 도적이었던 임꺽정 부대의 활동상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살아 있는 최고의 우리말 사전’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토속어 구사가 뛰어나며, 근대 서구 소설적 문체가 아닌 이야기식 문체를 통해 박람강기(博覽强記, 동서고금의 책을 널리 읽고 잘 기억함)의 재사인 작가가 구연하는 한 판의 길고 긴 이야기다.
한편 고려 말기의 문신 백문보는 그의 시에서 “산사람들 매를 많이 기르는데, 서로 부르며 산언덕을 올라가누나. 돌아와서는 마주 앉아 술 드는데, 집집마다 멧짐승 매달려 있네”라고 하였던 것으로 보아 금천군에서는 지금은 보기 드문 매잡이가 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금천군의 특산물은 맛이 좋고 크기로 유명하여 서울이나 평양 등지로 반출되었던 금천 대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