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코’ 승웅아, 며칠 전 너의 메일을 보니
“샌프란시스코 경삼아! 요즘 네 글이 글방에 하나도 안뜨기에 걱정이다.
어디 아프냐? 아니면 성생활이 과(過)한 거냐?”라고 내게 묻더라만, 둘 다 아니다.
이제 우리 나이가 이렇게 되었구나.
조금만 소식을 못 들어도 어디 아픈가? 걱정이 되고, 성생활까지 걱정을 해주었는데,
어떻게 설명 할 방법이 없네~.
요즘 이건희에 대해서 쓰기에 하는 말이다만, 내 그 친구와 서울사대부고 1, 2학년 때 같은 반을 했다.
오늘 네가 이건희의 언어 구사를 논한 것을 읽고
‘맞아, 넌 확실히 관찰력이 뛰어 난 녀석이구나!’ 여겼다.
고교 일학년 초반에 DIXON 책으로 영어를 가르치던 젊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던 선생님이
영어로 아무거나 물어 보라 했는데 모두 눈만 깜박이고들 있는데,
이건희가 일어 나 너의 지적대로 사무라이 식 직설적으로 “Do you have a wife?"하고 물었다.
선생님은 웃으면서 “부인이 있습니까? 하고 묻기 보다는, 결혼을 하셨나요? 하고 묻는 것이
좋을듯하다”라고 말씀하시더구나. 네가 이건희의 말을 평한 대로,
“현명이나 세련과는 거리가 먼, 무척 거칠고 투박한 언어였다” - 바로 네 말 그대로였다.
당시 서울사대부고는 전국적으로 럭비, 레슬링, 유도, 밴드부가 유명했다.
우리 학년에 레슬링 선수가 이건희를 비롯해서 5명이 있었는데, 모두 쟁쟁했다.
그들은 특별 합숙도 하면서 3년을 매일 방과 후 매트에서 땀이 범벅이 되어 엎치고 뒤치고 했다.
기업인 이건희 이전에 체육인 이건희가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IOC위원 자격이 충분히 있다.
고교 졸업 후 연세대 상과대학에 진학했고, 일 년 후 일본 와세다 대학으로 전학을 갔다.
귀국 후 나이가 많은데도 육군사병으로 보안사에 보충역으로 근무를 했다.
우리 동기들조차 모르는 미담 하나 하마.
20여 년 전에 한국에 있는 동기생이 몹슬 병에 걸렸는데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할 길이 없어
가족들이 애타고 있다는 소식을 뉴욕에 사는 Mr.곽이란 친구가 듣고 서울 친구들에게
“우리에겐 이건희가 있지 않냐? 부탁 해봐!” 하더라.
허나 그 땐 이건희가 IMF사태라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서울 친구들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친구 직접 이건희한테 전화를 시도 했더니, 비서나 나오더란다. 당연했지.
이 친구 옛날 친구 대하듯 비서한테 이렇게 말했다더군.
“이 회장 좀 빨리 바꿔 줘, 내 긴히 할 말이 있다.”
비서 대답인즉 "죄송합니다. 지금 통화를 하실 수 없으시니 저에게 말씀 하시면 전해 드리겠습니다.”
며칠 후 그 비서가 뉴욕으로 전화하여 “말씀하신 친구 분, 저희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비서 보고를 받고 곧 조치를 취한거지. 옛 친구를 위하여
건희의 따듯한 돌봄에도 수술을 너무 늦게 했는지 완치는 되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한과 슬픔을 어루만져주었다고 생각 된다.
건희에겐 이렇게 세상에 들어나지 않은 크고 작은 선행이 많이 있으리라.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삼이가
<홍경삼/화가/미 북가주(北加州) 서울대 총동창회이사장/서울대 문리대 외교학과졸/
샌프란시스코 거주> - 2114년 2월 17일자 글방의 글 再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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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삼아,
1년 전 네가 보낸 옛글을 읽고 글방에 재록했다.
윗 글 보내기 앞서, 내가 너한태 보낸 2013년 11월 27일字 글을 찾아
末尾에 붙였다. 정말이야, 세월이 쏜살 같네 그려!
승웅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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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홍경삼,
맞아, 너... 이 글방에 새로 오신 김무일 씨(전 현대제철 부회장)와 서로 알고지내는 사이지?
김무일 씨를 이 글방에 소개한 우리 동기 엄준걸의 귀띔이 이제야 생각난다.
너랑 김무일 씨... 서울사대부고 동기구나. 맞지?
그러고 보니 니네 사대부고 동기들이 의외로 많구나.
대학동기인 홍싸대기(사덕)랑 데모 쟁이 김도현은 말할 것 없고,
이 글방의 단골 이길룡 화백도 그렇고! 삼성의 이건희도 니네 동기지?
사대부고 라는 니네 학교...
배출한 인물들은 널 포함해서 쪼까 쓸만한 사람들이 적지 않구나.
아, 또 한분 계신다. 이 글방에 아직 글을 등판하지는 않았다만 김희경 씨도 니네 동기가 맞다.
얼마 전 이길룡 화백의 전시회에서 만나 함께 술 한 잔 했지.
E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분인데...백작부인 같더라.
또 우리가 대학 1~2학년 때던가, 네가 날 소개해주겠다면 불문학과 오현우 교수 조교로 있던
너보다 1년 위 되는 황경자 교수(이대 불문학과 명예교수)도 '그 잘난' 사대부고였고.
네가 사대부고에서 남녀공학을 했다는 사실... 너한테 부러웠던 건 이것 딱 하나다.
한참 감수성이 높은 고교시절 남녀 공학의 학교를 다녔으니 얼마나 좋았겠냐!
눈 맞으면 남 몰래 손도잡고,
네가 글 속에 언급한 대학선배 송복 교수님(연세대 정치사회학 명예교수)은 요즘도 자주 뵙는다.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이라는 명저로 필명을 날리셨고
얼마 있으면 ‘우암 송시열’에 관한 책도 곧 출간될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편집인을 맡고 있는 정치-외교동창회보의 편집 고문을 (계창호 선배와 함께) 맡고 계시는지라
가끔 뵙고 자문을 구하고 있다. (다음 번에 그 송복 선배가 내게 보내신 글 한편을 여기 실으마)
그리고 "20년 전 파리의 맥주 맛”을 글방에 올리신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 연구원님,
첨부파일로 함께 보내신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칼럼-“부시 대통령 8년의 교훈”도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잘 쓰신 칼럼입니다. 오바마의 취임일자가 내년 1월 20일이니
부시 볼 날도 이제 딱 한 달 남았네요.
떠나가는 주역들을 본다는 건 서글픈 일이지요. 퇴임하는 것도 ‘기술’ 같습니다.
엊그제 제가 이 글방에 소개한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의 쇠망사”가운데
그 퇴임에 관해 언급한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괜찮았던 황제입니다)의 언급이 등장하기에
여기 그대로 옮겨 봅니다.
"모든 기술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퇴임하는 기술이다
.
너 댓 명의 고관이 작당하여 자기들 군주를 속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높은 지위에 올라 사람들로부터 격리되면 진실이 감춰져
군주가 이를 알지 못하게 된다.
군주는 오직 신하들의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그들이 조작한 내용만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는 중요한 직책을 악하고 나약한 자들에게만 주고,
덕망 높은 유능한 신하들을 물러나게 만든다.
이처럼 파렴치한 농간 때문에 아무리 훌륭하고 현명한 군주일지라라도
타락한 신하들에게 속아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홍현익 아우님, 아무튼 건필 바랍니다.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의 칼럼니스트 필진을 선정하는 임철순 주필님의 안목이 과연 높구나 여깁니다.
허나 신문에 너무 많이 쓰시지 말고 강의에도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신문에 너무 글 많이 쓰시는 학자들... 저 별로 고운 눈으로 봐지지 않거든요.
<김승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