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은 대나무 잎, 꽃은 복사꽃 닮은 상록수… 잎·가지에 독 있으니 손대지 말아야
협죽도
요즘 서울 시내 골목을 걷다 보면 가끔 큼지막한 화분에 잎이 댓잎(대나무 잎)처럼 생겼고 꽃은 복사꽃처럼 생긴 붉은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협죽도 꽃이 피기 시작한 것입니다.
협죽도에 꽃이 핀 모습. /김민철 기자
협죽도는 인도와 유럽 동부가 원산지인 협죽도과 상록관목입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는 노지에 관상수로 심어 이국적인 정취를 연출하는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20년쯤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협죽도 꽃은 여름에 주로 붉은색으로 피지만 품종에 따라 흰색이나 연한 노란색으로도 핍니다. 녹색 잎은 3개씩 돌려나고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밑에서 많은 줄기가 올라와 울타리 같은 수형을 이루는데 높이 약 3m까지 자랍니다.
협죽도(夾竹桃)라는 이름은 잎은 댓잎처럼 생겼는데 복사꽃 같은 붉은 꽃이 핀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잎이 버드나무잎 같다고 유도화(柳桃花)라고도 부르는데, 실제로 보면 댓잎보다는 버드나무잎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협죽도는 비교적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편이고 공해에도 매우 강합니다. 여기에다 꽃도 오래가고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니 가로수로 심기에 적격인 나무입니다. 실제로 베트남 등 아열대 지역이나 지중해 연안,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 가면 가로수로 길게 심어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협죽도는 우리 문학작품에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성석제의 단편소설 ‘협죽도 그늘 아래’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가시리로 가는 길목, 협죽도 그늘 아래’라는 문장이 열 번 넘게 나옵니다. 스무 살에 결혼하자마자 6·25전쟁이 나서 학병으로 입대한 남편을 여전히 기다리는 70세 할머니의 애절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협죽도가 강한 독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난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협죽도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오는데, 이것이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강하다’ ‘먹고 사망했다’는 얘기가 퍼진 것입니다. 10년 전쯤 방송 등 언론에도 나오자 제주도, 부산시, 통영시 등은 협죽도를 많이 베어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협죽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협죽도에 유독 성분이 있는 것은 맞으니 잎이나 가지가 입에 닿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합니다. 2009년 아주대 의대에서 집에서 기르는 협죽도 꽃잎을 먹고 독성 증상을 보인 16세 남자를 치료한 후 쓴 논문이 있습니다. 다만 심각한 증상은 없었고 구토와 어지럼증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먹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은데 굳이 제거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독성을 가진 식물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디기탈리스·은방울꽃도 독성이 만만치 않은데 요즘 도심 화단에 많이 심고 있습니다. 관련 공무원들이 이런 점을 잘 기억해 더 이상 애꿎은 협죽도가 수난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