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28〉
■ 철원평야 (최두석, 1955~)
내 마음속에 구름 모이고 흩어지는
철원평야 같은 너른 벌판이 있어
때로 폭우 쏟아져
한탄강 같은 강물이 격류로 아우성치기도 하고
때로 폭설이 내려
지상의 모든 길이 끊기는 눈나라가 되기도 하는데
폭우 속에서도 백로는 알을 품고
폭설 속에서도 두루미는 새끼를 기르나니
나 세상일에 하염없이 슬퍼질 때
부엉이 되어 찾아가 밤새워 우나니.
- 2003년 시집 <꽃에게 길을 묻는다> (문학과 지성사)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내린 눈은 크리스마스 내내 이어져, 정말 오랜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시현된 어제였습니다.
그런데 요번 크리스마스 아침, 눈이 펑펑 오는 가운데 창밖으로 팔뚝 만한 시커먼 물체가 데크 옆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습니다. 올해부터 집 근처에서 서식하는 까마귀였습니다. 이놈은 처음에는 수십여 마리 까마귀 무리들 중 하나였다가 올봄부터는 데크에 놓아둔 냥이 먹이를 몰래 훔쳐먹기 시작하더군요. 그 후부터는 아예 암수 두 마리가 집 근처에 둥지를 틀고 냥이 먹이를 먹으며 근처를 떠나지 않더니, 12월 추위가 시작되어 다른 까마귀들은 먹이를 구하러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가버렸는데도 그대로 남아 있습디다.
겨울 추위가 한창인 지금부터는 먹이를 넉넉히 놓고 우리 식구로 편입시켜야 될 듯합니다 그려.
이 詩는 마음을 상징하는 사상의 공간인 '철원평야'를 찾아, 자연으로부터 세파로 찌든 고단한 삶의 위로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이 詩에서는 철원평야에서도 폭우, 폭설이 내리는 등 어려움과 굴곡이 있지만 폭우 속에서도 알을 품는 백로와 폭설 속에서도 새끼를 기르는 두루미의 모습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합니다. 아울러 성숙하고 바람직한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시련의 과정을 거쳐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러한 모습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으며,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마다 그곳에 찾아가 때론 울면서 고통을 극복해 나가기를 소망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