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 순대를 드셔 본 적이 있나요
오늘의 주제는 풍물기행입니다. 우리는 유적지 답사나 여행을 떠올리면 흔히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실릴 정도의 거창한 곳만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은 반나절이면 오붓하게 구경하고 느낄 수 있는 우리 고장의 명물들이 심심찮게 있습니다.
시내에서 40분 거리에 병천이 있습니다. 병천은 여러분들이 잘 아는 것처럼 유관순 열사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3. 1운동의 만세삼창이 시작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오늘은 병천 5일장터의 모습과 순대국밥을 소개합니다.
지금 옛 시골 장터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곳은 강원도 산골짜기를 찾아가도 남아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다만 일부나마 그 흔적의 잔재가 남아 있는 장터의 모습을 병천 장날에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닙니다.
시골장은 단순히 물물교환이 이뤄지던 곳만은 아니고 멀리 떨어져 있던 친구를 만나 안부를 건네고 웃음과 정으로 인심을 나누던 곳입니다. 옛 시골 장터의 흔적은 많이 사라졌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는 시골 사람들의 아름답고 재미있는 대화가 오가는 진한 삶이 배어 나는 장터를 구경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병천 장날은 5일장으로 2일 7일입니다. 상투를 튼 할아버지의 모습도 간혹 볼 수 있고, 짚 바구니에 강아지를 파는 할머니이며 운 좋은 날에는 뱀 장수같은 희귀한 풍경들도 볼 수 있습니다. 장이 일찍 서니까 장을 구경하려면 아침 식사 전에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경을 마치면 그 이름도 유명한 병천 순대 국밥을 먹으러 갑니다. 순대 집은 30여군데가 있는데 몇몇 집은 방송에 소개되었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하고, 또 어떤 집은 자기 집을 방문한 연예인의 사인을 벽에 붙이고 유명세를 자랑하지만,
순대는 모두 같은 집에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고 국밥의 국물만 각자 제조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집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봐도 괜찮습니다. 순대 한접시에 6,000원 국밥은 4천원인데 국밥만 주문해도 그 안에 들어있는 순대의 양이 많아 여러분에게는 넉넉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림도 없다구요? 그러면 돼지 머릿고기와 순대를 한접시 따로 주문해요. 까다로운 여러분의 입맛에 당길지는 몰라도, 서울은 물론 중국의 연변과 미국의 LA까지 분점이 생겼다니까 병천 순대 맛이 어떤 것인지 한번은 먹어봐야 되지 않겠어요?
맛을 보았으면, 다시 천안행 버스를 타고 박문수어사 생가(천안시 북면 은지리)를 구경합니다. 버스에서 내려 2-30분을 걸어야하는데 조금 지루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빠가 승용차로 태워주면 그보다 좋을 일이 없으텐데--
박문수어사는 조선조 영조때의 재상으로 여러차례 어사로 출도하여 탐관오리를 숙청하는 공을 세워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그러나 생가에 가면 그의 영정 하나 밖에는 볼 것이 없고 생가에서 그의 묘가 있는 은석산 정상까지의 산행길이 힘들지 않고 누구나 갈 수 있는 호젓한 길이어서 추천합니다.
가을에는 제법 단풍이 들고 길 옆 쪽으로는 깊지 않은 계곡이 있으며 간혹 등산객도 만날 수 있을 정도의 번잡하지 않으며 왕복 2시간이면 느긋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천천히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배낭을 맸다면 간단한 간식을 넣고 중간에 만나는 넓은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겸 쉬는 것도 괞찮을 것입니다. 디지틀 카메라로 기념촬영도 하구요. 최고급 카메라 폰이 있다구요? 그래요. 그럼 그걸로 찍어요
어사 묘 직전에 은석사 절이 있는데 몇분의 스님과 독학생들이 있고 화장실도 있습니다. 한바가지 절간 생수도 마셔보구요. 박문수 어사 묘가 있는 산 꼭대기에서 천안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여러분들이야 가슴이 답답할 일이 없겠지만, 확트인 정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보면 세상 풍파가 한번에 사그러지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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