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백 화연. 나이,45세. 스믈 셋에 내림굿, 그리구..어디보자...1999년 국무 총리의 사망 예언...?-
상희는 이곳 가지 읽다가 프로필을 다시 서류 위에 끼워 넣고 혼자 중얼 거렸다.
"그 무당이 연기라도 완벽히 해줘야 할텐데.."
오늘 있을 촬영의 장소는 그 연소ㅔ 살인 사건의 마지막 피해자인 강희영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2킬로 정ㄷ 떨어진 폐가로 오늘의 무속인 백화연씨가 강희영의 피살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일주일 전에 김 감독과 둘이 현장 답사를 갔었는데, 분위기 만큼은 흉가의 이름에 걸맞게 그럴사한 곳이었다.
동네 이장은 이곳에서 15년 전에 두명의 자매가 연탄 가스로 숨진뒤에 폐가로 버려졌으며 그 후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장소가 되었는데 몇번인가 동네의 불량 청소년들이 이곳에 몰래 숨어 들어가 본드를 마시며 놀다가 무엇을 봤는지 다음날 미쳐서 나왔다는 애기를 해주었으며 그후로 마을 사람들 에게는 그 집이 공포의 장소로 되어버렸다는 말도 덧 붙였다.
샤워를 마친 상희는 남아있던 커피와 토스트를 입안에 넣어 오물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하얀색 승용차의 조수석에 서류가방을 던지며 미등고 안개등을 켜고 주차장을 빠져 나와 그녀의 운전 필수품인 따뜻한 캔 커피와 함께 강원도 홍천으로 향했다.
고속 도로가 막힌다는 교통방송 통신원의 말에 구리시를 통하는 국도로 발길을 잡았지만 이곳도 밀리기는 마찬가지여서 숫제 부레이크에 발을 올려놓고 졸아도 될 수준이었다.
도로에는 이따금 차에서내려 볼일을 보러가거나 구멍가게에 뭔가를 사러가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늦게 일어나서 마신 두통약대신 마신 감기약에 기분은 훨씬 좋아졌으나 약간 졸음이 오는듯했다. 오히려 길이 막히는 것이 상희에겐 더 잘된 일인지도 몰랐다.
상희는 윈도우를 내려 차가운 바람을 쐬었다. 그리고 룸미러를 통해 아까부터 상희의 꽁무니에서 쫓아 오던 이름도 알기힘든 검은색 외제 세단을 바라봤다. 신문에서 봤던 적이 있는 벤츠 바흐마이어 라는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차중의 하나였다.
-저 정도의 차를 타려면 집이 얼마나 부자여야 할까...?-
문득 상희는 자신의 지난 날이 떠올렸다. 시골에서 말단 공무원을 생활 하시다 퇴직하신 아버지와 평생을 콩나물 값이나 깎으려 노력하며 사신 엄마, 그리고 사십이 다
되어서 간신히 결혼한 오빠...
다행히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 서울의 명문 대학에 진학 할수 있었던 상희는 유일하게 집안의 큰 자랑 이었으며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장래 소망이 무었이냐고 물으시면 다른 아이들이 군인,의사, 대통령을 말할때 상희가 의례히 하는 대답은 부자와 결혼해서 엄마 빌딩 사주는것이라는 괴짜 같은 말이었다.
이러한 엉뚱한 성격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상희가 인기를 유지할수 있었던 비결으 뭐니뭐니해도 시골아이답지 않은 상희의 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용모 덕택이었다.
상희는 현실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할때마다 지금 자신은 잠시 꿈을 꾸고있는것이라는 상상을 해왔으며 서울의 자취생활로 남들이 평생할 고생을 몇년 만에 한꺼번에 해버린 상희에게는 가난이란 것은 그녀의 인생에서 영원히 살아져야만 될 숙적처럼 여겨졌다.
옥탑방의 생활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무엇 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주인집 아주머니의 떨떨어진 외아들의 축축한 눈초리였다.
상희보다 꼭 10살이 많은 강 진구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대학 입시를 4수까지 하고도 실패를 한뒤 군대를 갔다가 와서 가락동의 수산물 시장에 취직했던 사람이었다. 그곳이 이 사람의 적성에 맞았는지 사년이란 짦은 기간 만에 가게를 차리고 그후 아줌마에게 매달 수 천만원의 생활비를 가져다 줄수 있게된 강 진구는 주인 집 아줌마의 유일한 자랑 거리이자 희망 이었다.
그러나 상희는 이 동그랗고 통통한 몸매의 남자가 그 누구보다도 싫었다. 상희가 이사온 첫날 부터 이상스레 추파를 던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자신의 엄마를 통해 상희의 의중을 떠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때 상희는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러는 중에도 이 모자에게 한가닥 희망을 남겨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로인해 상희의 생활이 더욱 더 편해질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뭏든 상희는 그 대가를 사는 동안 톡톡히 치뤄야만 했다. 희망이 있는한 그 남자는 계속해서 드라이브와 저녁 약속을 요구하며 번쩍거리는 금목걸이로 치장을 한채 고급 승용차를 몰고와서 상희의 환심을 사려고 엄청나게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상희의 거절이유는 더욱 더 다양해 졌으며, 그에따라 처세술또한 능해져 갔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상희는 모욕감에 얼굴이 붉어졌다.
--감히 어떻게 나를 넘볼수 있지?..나는 평강공주가 아니야....-
속으로만 생각한 말이지만 그남자의 면전에 뱉어 주고싶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재미있는것은 우여곡절 끝에 그집에서 이사하게 되었을 때의 그 남자의 표정이었다. 그 사람은 마치 둘이 서로 사귀엏던것 처럼 착각을 했는지 실연 당한 사람의 표정으로 울먹였으며, 그런 스엑 상희는 섭섭하다며 며칠후에 놀러 오겠다는 위로의 말을 남긴채 집을 나왔었다. 물론 그후로 그 집에 두번 다시 찿아가질 않았다.
상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뒷차의 운전석의 남자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뒷차의 운전석 윈도우가 스르르 열리며 그 운전자의 하얗고 섬세한 손이 스르르 나와 손가락 사이의 담뱃재를 떨어 내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손가락이야. 너무 손이 섬세학 아름답다...평소 내가 꿈꾸던 그런 손이야....-
상희는 관음증 환자처럼 중얼거리며 운전자의 희미한 형체를 주시했다.
라디오의 올드 팝에선 어느 재즈가수의 '썸머 타임이란'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한손을 창가에 걸친채 비스듬히 창밖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무척 여유로와 보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나즈막히 깔리는 감미로운 선율이 상희로 하여금 마치 도로위에 그 운전자와 상희 둘만이 존재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룸미러 안의 그는 여전히 한가로운 바깥 경치만을 내다보고 있었다.
"여기엔 당신과 나 둘 분이예요 이리로 고개좀 돌려봐요."
혼잣말로 장난끼있게 중얼거리며 상희는 생각했다.
--날카롭게 각진 얼굴 ,섬세함, 그를 갖고 싶다...안개비가 부리는 도로위엔 그남자와 상희 자신, 그리고 부드러운 음악만이 존재한다..--
빠-앙 하는 경적음이 상희의 정신을 돌아오게했다. 잠깐 졸았는지 상희의 차는 반 이상 중앙선을 넘어 정지했다. 반대차선에서 오던 트럭의 윈도우가 열리며 운전기사의 성적인 내용의 욕지거리가 호되게 튀어나왔다.
상희는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간신히 창을 내리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졸았나봐요."
트럭운전사는 한참동안 상희를 노려보다가 다시한번 입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며 차를 몰고 떠났다. 뛰에서 빠앙-는 경적음이 합창하듯 들려왔다. 뒤를 돌아봤을때 상희를 줄곳 따라오던 검은색 승용차응 다른길로 빠졌는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상희는 운전석 창문을 내린채로 창 모서리에 톡톡하고 부딪혀 들어오는 빛방울을 맞으며 다시 길을 재촉했으나 쿵,쿵 하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귓 전에 들리는것 같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트럭 운전수에게 받은 모욕도 이유였지민 그녀가 졸기전에 무엇을 봤다는생각 때문이었다.
그녀 자신도 믿기 힘들었지만 상희는 분명히 자신을 따라오던 뒷 차의 아름다운 운전사의 노오랗게 빛나는 눈동자를 봤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대쉬보드의 전자시계가 5시로 바뀌며 차량들이 점차 속력을 낼수 있게 되었다. 상희는 삼십분후면 혹천으로 진입할거라 생각하며 엑셀페달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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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타가 많아서 죄송하네요. 하드에 저장한것이 다 날라가 버려서 프린트해 놓은것 보고 급하게 올리느라 그렇습니다. 다음부터 주의 하겠습니다.
저두 읽으면서 오타를 많이 봤네요^^ 시간나는대로 오타수정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