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참 진실이 빛으로 나타난다는 뜻과 천진함이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밈이 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이르는 말이다.
天 : 하늘 천(大/1)
眞 : 참 진(目/5)
爛 : 빛날 난(火/17)
漫 : 흩어질 만(氵/11)
두보(杜甫)는 시 기이십이백(寄李十二白)에서, “거침없는 환담으로 구애됨이 없는 삶을 사랑했고, 술을 즐겨 천진함을 보였네.” 라고 이백을 평했다.
劇談憐野逸, 嗜酒見天眞.
李十二(이십이)라고 한 것은 형제 중 열두 째이기 때문이다. 회남자(淮南子) 남명훈(覽冥訓)에서 난만(爛漫)을 사물이 난잡(亂雜)하다는 뜻으로 썼다.
문장강화(文章講話)로 유명한 소설가 이태준은 “명필 동파는 천진난만시오사(天眞爛漫是吾師)라 했다”고 썼다. 소동파도 글씨를 쓰면서 천진난만이 내 스승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선후기 문신으로, 학자인 성대중(成大中)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 아주 재미있는 도둑의 이야기가 있는데, 천진난만(天眞爛漫(이 나온다.
도둑에게도 태평한 기상이 있다.
偸亦有太和氣象。
한 도둑이 부잣집에 들어가니, 돈과 재물이 가득 쌓여 있고 항아리의 술이 한창 익어 그 향기가 코끝에 진동하였다.
偸入富家, 錢貨堆屋, 而甕酒方濃, 薰香擁鼻。
도둑은 술꾼이었으므로 항상 좋은 술을 실컷 마셔 보고 싶었지만 가난하여 그럴 수가 없었는데, 마침 술항아리를 보고는 뛸 듯이 기뻐 항아리 채로 들고 마셔댔다. 잔뜩 취하자 술항아리를 짊어지고 돌아가겠다는 생각에 여러 번 들어 보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偸酒徒也, 常欲痛飮, 而貧未能也。
得酒大喜, 揭甕而飮, 醉則思負之而返, 屢擧而莫之動也。
마침내 그는 밖으로 나와 외쳐 댔다. “누가 이 술항아리를 지고 우리 집까지 가겠느냐? 옜다, 이 돈 20전을 품삯으로 주겠다.”
乃出呼曰, 孰能負酒甕, 至吾家乎. 雇錢卄文在此。
이 소리를 듣고 부잣집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도둑이야’ 하고 소리치자, 취한 도둑은 그제야 자신이 도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富家驚起叫賊, 醉者始自知其偸也。
그리하여 황급히 마루 밑으로 기어 들어가 숨으니, 부잣집의 종들이 도둑을 나오게 하려고 작대기를 휘둘렀다.
匍匐匿軒下, 僮持杖撞之使出。
도둑은 마루 밑에서 돌아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들, 작대기를 함부로 휘젓지 마라. 내 눈 다칠까 무섭다.” 부잣집 주인은 웃고서 도둑을 놓아주었다.
偸顧嘻曰, 若杖無輕, 恐傷吾眼. 富家笑而放之。
성대중 평이다. 시(詩)와 예(禮)를 배우고서 남을 해치는 자에 비하면 도리어 천진난만하다 하겠다.
較諸, 詩禮發冢者, 天眞爛漫。
(靑城雜記 卷之三 醒言)
조선 말기의 문신 박영효(朴泳孝)가 1882년(고종 19) 특명전권대신 겸 수신사(特命全權大臣兼修信使)로 일본에 다녀와서 쓴 사행일록(使行日錄)인 사화기략(使和記略)에도 나온다.
사화기략(使和記略)9월 23일
○ 오후 6시에 외무경의 관저에 가니 불놀이[火戲]를 크게 벌였는데. 기이하고 교묘함이 형용하기 어려웠다.
○ 午後六時, 往外務卿官宅, 大設火戱, 奇巧難狀。
여러 나라의 공사와 일본 조정의 진신(縉神)들이 모두 가족을 거느리고 와서 모였는데, 주인인 정상형이 그 부인과 영애(令愛)와 더불어 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손님을 맞이 하였다. 옷차림은 모두 양장(洋裝)이었다.
諸國公使及日廷縉紳, 皆率眷來集, 主人井上馨與其夫人令愛, 候門迎客. 皆洋裝也。
조금 후에, 악대가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면서 연주하니, 각국의 국기를 정당(正堂)에 걸었다.
少頃, 樂隊奏鼓吹, 懸各國旗章於正堂。
여러 공사들이 아내와 딸의 손을 서로 바꾸어 이끌고는 빙빙 돌면서 발을 구르며 춤을 추는데 그 태도가 천진난만했으니 일황의 천장절을 축하하기 때문이었다.
諸公使替携妻女之手, 環廻蹈舞, 天眞爛漫, 所以賀日皇天長節也。
춤이 끝나자 음악도 그쳤다. 서서 음식을 먹는 모임을 베풀어 그 자리에 온 빈객 5백~6백 인이 탁자에 둘러서서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음식을 배부르도록 먹으니, 이는 서양(西洋)의 연회법(宴會法)을 모방한 것이었다.
舞罷樂撤. 設立食會, 來賓五六百人, 繞卓醉飽, 蓋仿泰西宴法也。
수행원(隨行員)도 모두 왔는데, 밤이 깊어서야 헤어졌다.
隨員亦齊至, 夜深而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