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부 내륙 깊숙한 지역 영동 도처에는 향긋한 과일향이 배어있다. 그 과일로 술을 빚어 대한민국 와인 일번지가 되었으니 잔을 들고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조선시대 음악가 박연이 나고 자랐다고 했던가. 마치 꿈을 꾼 듯 눈앞에 나타난 청년 박연과 그의 구성진 노랫가락에 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 영동에서 풍류에 취한 채 살아보자.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 전경
웰컴! 풍류스테이
충북 영동군 영동읍 매천리 일원에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가 조성되었다. 부지면적만 1,749,477㎡에 달하는 관광단지로, 2017년 과일나라 테마공원 완공을 시작해 이듬해는 영동 와인터널이 지어졌으며 차례로 복합문화 예술회관, 힐링 광장에 이어 현재 일라이트 휴양 빌리지가 운영 중이다. 풍류스테이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2박 3일간 국악을 체험하고, 와인을 즐기며, 현지인이 된 것처럼 자유롭게 생활해 보는 것이 풍류스테이 프로그램이다. 첫날은 풍류 버스를 타고 유랑한다. 영동역에서 청년 박연의 웰컴 공연을 시작으로, 영동 와이너리를 둘러보고 난계 박연의 탄생지인 심천면 고당리에서 국악기와 미니 장구를 만드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밤에는 영동 월야! 랜턴 하나 들고 무장애 탐방길 밤마실을 즐기자. 다음 날은 각자 자유롭게 영동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충북 영동 풍류스테이 기본 구상도
달이 머물다 가는 곳에서 다시 태어난 청년 박연
풍류 버스가 영동역에 섰다. 역 앞 광장에 푸른 도포 자락을 흩날리며 한 청년이 서 있다. 난계 박연이 청년의 모습 그대로 살아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왕산악, 우륵, 박연을 꼽는다. 고구려의 왕산악은 거문고의 대가로 불리며 우륵은 가야 말기에 가야금을 만들어 삼국통일 후 신라에 이를 전수했다. 충북 영동에서 나고 자란 난계 박연은 조선시대의 악사로 세종대왕과 함께 궁중음악을 정리했으며, 세종대왕이 “그대는 내가 아니었다면 음악을 짓지 못했을 것이고, 나도 그대가 아니었다면 역시 음악을 짓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했을 만큼 막역한 음악적 동지로 알려져 있다. 영동역에서는 이와 같은 세종대왕과의 일화를 청년 박연을 통해 듣는다. 이어서 역 광장에 울려 퍼지는 <하늘을 종이 삼아>라는 노래의 애잔한 가사가 심장을 울린다.
청년 박연의 공연이 펼쳐지는 월류봉 광장
그림 같은 풍경의 월류봉
이제 월류봉으로 이동한다. 버스에서 내려 월류봉이 올려다 보이는 광장에 서니 그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수려하다. 깎아지른 절벽산 아래 금강 상류의 한 줄기인 초강천이 휘감아 돌고, 마주한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누각마저도 그림이 되는 풍경. 월류봉(月留峯)은 한자풀이 그대로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그 이름처럼 달이 뜨는 밤, 절벽에 걸려있는 달의 정경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하니 다음번에는 야행을 고대해 본다. 월류봉 광장에서는 다시 한번 국악 공연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청년 박연과 송씨 부인(박연의 부인)이 함께하는 <냉천팔영>이라는 단막 뮤지컬 공연과 대금 연주다. 별다른 무대 장치가 없어도 수려한 자연과 어우러진 소리가 더욱 구성지게 들렸다.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있는 국악체험촌
가야금 체험을 하고 있는 부녀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큰 북 ‘천고’
영동은 난계 박연의 탄생지인 만큼 다양한 국악 공연과 체험들이 많다. 심천면 고당리에는 국악체험촌, 국악기 제작촌, 난계국악 박물관, 난계사, 난계 생가 등이 있어 더 가까이에서 국악을 접하고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 명인 천재 악사의 일대기를 돌아볼 수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북, 천고
천고를 제작한 이석제 장인
풍류투어 프로그램에는 난계국악기 제작촌을 방문이 있다. 2001년 5월에 건립된 난계국악기 제작촌은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대금, 단소 등을 우리의 악기를 제작하며 그 방법을 전승, 보존해오고 있다. 이곳은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큰 북 ‘천고’를 제작한 이석제 장인이 운영하고 있어 더욱 뜻깊다. 천고는 지름 5.5m에 길이 6m, 북통 지름 6.4m로 그 무게가 7톤에 달한다. 총 제작 기간은 1년하고도 2개월이 더 걸렸으며 북을 만드는데 동원된 소나무 원목이 15톤 트럭 4대 분량, 소 40여 마리의 가죽이라고 하니 그 소리가 얼마나 깊고 웅장한지는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현재 영동 국악체험촌에서는 천고 타북 체험을 해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영동 국악체험촌에서는 사물놀이, 난타, 현악기, 전통의상 체험과 더불어 난계국악단 공연도 즐길 수 있으니 자유 일정으로 꼭 한 번 들러보길 권한다.
난계국악기 제작촌 체험장
미니 장구 만들기 체험
난계국악기 제작촌에서 미니 장구 만들기 체험을 이어간다. 체험장 안으로 들어서자 북이며 장구, 아쟁, 편경 등 다양한 국악기가 전시되어 있다. 한가운데에 놓인 긴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으니 장인께서 장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와 각 부위의 명칭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에는 소가죽이 흔하지 않아 개나 염소 등의 가죽으로 장구를 만들기도 했다고 하니 생경한 유래에 모두가 놀란 듯 입이 벌어진다. 장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끈을 끼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체험을 대신한다. 이렇게 나만의 장구가 완성되면 선생님과 함께 우리의 장단을 배우며 장구를 두드려본다. 만들기 체험이 끝난 후에는 체험장 안에 있는 다양한 악기를 다뤄볼 수도 있다.
미니 장구 만들기 체험
미니 장구 만들기 체험
영동 와이너리 체험
음악에 취했으니 이제 영동의 와인에 취해볼 차례. 영동은 국토의 중심부로 내륙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토양, 기상조건, 재배기술 등 고품질 과수생산에 있어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영동은 곶감을 비롯해 포도, 사과, 복숭아, 자두 등 과일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영동에는 40여 개의 와이너리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포도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국내 대표 포도 산지로서 포도를 직접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농가 와이너리들이 영동 지역 곳곳에 발달하게 되었는데, 포도뿐 아니라 복숭아, 자두, 사과 등 영동에서 재배된 과일들을 이용한 와인도 생산되고 있다.
영동 농가 와이너리의 선두주자, 시나브로 와이너리
영동 농가 와이너리의 선두주자, 시나브로 와이너리
풍류 투어에서는 영동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중 한곳을 방문한다. 영동 와이너리 투어 리스트에 있는 와이너리는 시나브로 와이너리, 컨츄리 와이너리, 산막 와이너리, 여포 와이너리, 도란원 와이너리로, 때에 따라 랜덤으로 방문하게 된다. 이번에 방문한 와이너리는 온 가족이 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했을 정도로 와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시나브로 와이너리다.
시나브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 전시 공간
전시장 2층에 운영되고 있는 족욕체험장
시나브로 와이너리는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 농장과 함께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곳에 와이너리가 있다고?’ 고개를 갸웃하며 시골 마을길로 진입하니 초록 잔디밭에 아늑한 카페를 연상케 하는 체험장이 나타났다. 입구에 ‘ㅅㄴㅂㄹ’ 자음 자만으로 간판을 완성한 포토존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은 총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에서는 주로 판매를 위한 진열장이 있으며, 2층에는 와인 시음과 함께 족욕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나브로 와이너리가 이룬 업적
풍부한 향과 깔끔한 맛의 시나브로 청수 화이트 와인
손님맞이를 위해 준비된 자리에 앉으니 대표님께서 영동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오늘 시음할 와인을 잔에 따라준다. 세계적 권위의 와인 품평회 베를린 와인트로피에서 실버상을 수상한 시나브로 청수 화이트 와인이다. 시나브로 와이너리에서는 청수, 청포랑, 나르샤, 머루,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재배해 모두 양조용으로 소비하고 있는데, 그중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은 청수다. 과연 그 맛이 깔끔하고도 풍부한 향이 상큼하게 전해지는 맛이다.
영동 월야(月夜)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에서 살다 보면 가끔 불빛 하나 없는 시골의 밤이 생각날 때가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쏟아질 것 같은 그런 정취가 그립다. 영동 풍류스테이의 마지막 코스는 영동 월야다.
불 밝힌 힐링 광장에 분수
처음 투어를 시작했던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로 다시 돌아와 무장애 나눔 길을 걷는다. 영동 와인터널에서부터 일라이트 휴양 빌리지 태평소동까지 총 3Km 구간. 이 구간은 산림청 무장애 나눔 길 조성 공모사업으로 조성한 길로 계단이 없어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가로등 하나 없어 랜턴을 손에 쥐고 걸어야 하지만 달빛이 환한 날에는 랜턴도 무용지물. 걷다 보면 어느새 눈은 어둠에 익숙해지고 힐링 광장에 켜진 경관조명이 구름에 반사되어 길을 밝힌다.
일라이트 휴양 빌리지 소개
영동은 축복받은 땅이다. 전 세계에 매장된 천연광물 일라이트 중 90%가 우리 땅 영동에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라이트는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방출하고 중금속과 유독가스를 흡착, 탈취, 분해하는 효과를 가지며 항균성과 항바이러스 능력을 가진 광물로 알려져 있다. 풍류스테이 숙소 일라이트 휴양 빌리지는 일라이트가 함유된 벽재 및 바닥재로 마감하여 입실하면서부터 상쾌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영동 일라이트 휴양 빌리지
영동 일라이트 휴양 빌리지 안내소
영동 일라이티 휴양 빌리지 객실1
영동 일라이티 휴양 빌리지 객실2
일라이트 휴양 빌리지는 영동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 내에 자리한다. 숙박 동은 총 20개의 객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악의 고장답게 각 객실 명은 거문고, 아쟁, 해금 등 국악기에서 이름을 땄다. 객실 내에서는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주방시설이 있으며 거실, 온돌룸, 욕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객실에는 TV, 냉장고, 냉난방기, 전자레인지, 하이라이트, 냄비, 헤어드라이기, 일라이트를 체험할 수 있는 키트(생수 치약, 비누)가 구비되어 있으며, 수건과 세면도구는 개별 지참해야 한다.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영동 와인터널
와인터널 안내도
와인터널 내부1
와인터널 내부2
일라이트 휴양 빌리지가 있는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는 대규모 관광단지로, 머무는 동안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다양하다. 과일을 테마로 조성된 과일나라 테마공원에서는 영동 5대 과일인 포도, 사과, 배, 자두, 복숭아에 대한 모든 과정을 보고 체험할 수 있으며, 영동 와인터널은 총 길이 420m의 터널을 따라가며 와인의 역사부터 판매까지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 내 힐링 광장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 힐링센터 건물
힐링센터 내 키즈존1
힐링센터 내 키즈존2
단지 내 힐링 광장은 스페인의 어느 광장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원반형의 널따란 광장에서는 시기별로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500톤의 담수가 채워지고 가장자리로는 수영장이 설치되는 등 온 가족을 위한 물놀이터가 열린다. 또한 최근 완공된 힐링센터 내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명상을 위한 힐링 룸, 일라이트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전망 테라스 등이 있어서 관광단지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전망된다.
-숙소 세부 정보 확인 : https://www.yd21.go.kr/portal/html/sub12/1201.html
마치며
누가 국악이 지루한 음악이라고 했던가. 와인은 과연 점잔빼며 마시는 외국 술이던가. NO! 국악은 쉽고 재미있으며 와인은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다. 영동 풍류스테이를 통해 편협했던 마음이 한결 넉넉해진다. 바쁘게 쫓기며 살아왔던 일상들을 잠시 내려놓고 내 소중한 이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풍류에 취해볼 수 있는 곳, 충북 영동에서 여유를 누린다.
여행정보
예약 정보
- 홈페이지 : 노란풍선 여행사를 통해 예약(https://www.ybtour.co.kr/)
- 예약문의 : 043-740-3632(영동군) / 043-745-8921~3(영동 축제 관광재단)
- 상품 판매 기간 : 2023년 6월 12일~
- 상품 이용 기간 : 2023년 6월 30일~
웰컴센터
- 주소 : 영동군 영동읍 영동 힐링로 110 방문자 안내소
- 전화 : 043-740-3640
- 운영시간 : 09:00 ~ 22:00
- 방문 시 안내소 앞 전용 주차장 사용 가능
글, 사진 : 최지혜 여행작가
*상기 정보는 2023년 5월 작성되었으며 이후 세부 사항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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