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시시콜콜한 이야기
2023년 11월 17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시월 초닷샛날
날씨가 영 심상찮다.
어제 오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내린다.
기온은 그다지 낮지않은데 바람이 꽤 거세다.
같은 시각 봉평읍내는 영상 2.7도, 이곳 면온
설다목 산골은 0도에 머문다. 같은 봉평이라도
우리집은 산중턱이라서 그런지 기온이 2~3도
낮다. 기온은 해발에 따라 높고 낮음이 있겠지?
날씨예보를 살펴보니 하루종일 영하권에 머물
모양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로 밤에 눈이 내리면
길바닥이 얼어붙어서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맘때 이런 현상은 산골살이의 애환 중
하나, 이 같은 현상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어
자연적으로 해소되기만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촌부는 이런 현상을 종합세트 날씨라고 부른다.
비, 진눈깨비, 눈, 영하의 기온 그리고 바람까지
불어제끼는 이런 현상은 거의 해마다 초겨울과
늦겨울에 겪는 산골살이의 고충이다. 심술궂은
하늘의 뜻인지라 그러려니 하는 수 밖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궂은 날씨 덕분에 별다른 일없이 하루가 간다.
어제는 비가 내리기전인 오전에 물받이에 잔뜩
쌓여있는 낙엽을 치웠다. 이 작업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년에 한두 번은 해야하는 일이다.
그냥 방치하면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려 녹으면
물받이 구멍으로 물이 빠지지 못하고 넘쳐 흘러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낙엽이 진 뒤에 진작
했어야 했는데 조금 늦었더니 그새 낙엽과 열매,
먼지가 뒤엉켜 얼어붙어 물구멍 막은 것은 물론
물받이 전체가 한가득이라 집게로 두들겨 깨내야
했다. 이 작업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해야한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참아가며 잘 마무리를 했다.
여기서 잠시, 촌부는 고소 공포증이 있다.
젊은 시절 워낙 산을 좋아하여 등산을 많이 했다.
워킹등산, 암벽등반까지 수없이 많은 날을 산에
살았다. 한창 암벽등반 배우던 어느날 추락하는
사고가 생기면서 고소 공포증이 생겼고 그날이후
자일을 놓고 지금껏 잡아보지도, 잡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날의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고 오싹하여 몸을 움추리곤 한다. 그 언제인가
광고회사 시절에 직원들과 놀이공원에 갔다가
놀이기구를 탔는데 오장육부가 다 쏟아지는 듯한
고초를 겪은 이후 놀이기구는 더 이상 타지않는다.
그런데 어느해 아내와 함께 통영으로 여행갔는데
케이블카를 탔다가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까지
고소 공포증이 심한데 희안한 것은 비행기를 타는
것은 괜찮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다시 일상의 이야기로...
어제 오후, 촌부의 산골살이 멘토인 마을 아우가
"형! 집앞 잣나무 가지치기를 했는데 갖다줘?"
라고 하여 "갖다주면 나야 좋지! 아우가 힘들어
문제지!"라고 했더니 "뭐가 문제요? 괜찮아요."
라고 하며 껄껄 웃었다. 외출한 아내를 데리러
내려가는데 진입로 입구에서 그 아우를 만났다.
트렉터에 손질한 나무를 잔뜩 싣고 오고있었다.
다녀올 테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아내를 데리고
집에 왔더니 나무를 장작집이 있는 밭에다 내려
놓은 것이 아닌가? 주차장에 갖다놓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형의 수고를 덜어주는 아우의 센스,
역시 칭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아우다.
주차장에 부려놓으면 자르고 쪼갠 다음 또다시
장작집으로 나르는 수고를 해야한다는 걸 알고
아예 미리 장작집앞에다 부려놓은 것이다. 정말
사려깊은 아우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이 아우는 농부로 살고있지만 조경에 꽤 관심이
많은 아우이다. 야생화는 물론이고 온갖 화초로
집앞을 멋지게 장식을 해놓아 많이 배우게 된다.
오래전 조경수로 잣나무 두 그루를 심어놓았고
해마다 전지를 하여 기른다. 위로 높이 크는 것이
잣나무의 속성인데 어린나무일 때부터 손질을
하여 위로 못크게 하고 옆으로 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손질하여 나온 나뭇가지를 땔감으로 쓸
수 있게 일부러 우리집에 갖다준 것이다. 이런
마음씀씀이가 남다른 아우가 있음이라서 촌부의
산골살이는 재미와 보람이 있고 또한 정겨움으로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오늘도
건강 챙기시며
즐겁고 행복 하세요
이웃간의 누눔의 정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마을은
이웃간의 정이 넘치는
그런 곳이라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언제나 훈훈한 느낌을 받고 갑니다
이번겨울도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올겨울은 씩씩하게
잘 견디며 이겨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