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래 잊을 수 없는 단 한사람...
누가 뭐래도 그녀는 내안에 살아있다 떠나간 그녀라도 내겐 그녀 뿐이다
단지 그녀가 어느순간 잊혀지게 될까 그게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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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기억-
그 씨끄러운 음악 속에서도 하경은 그의 욕설은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들으라는 듯이 귀에 대고 말했었으니까...
그래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흔들더니 하경을 보고 오히려 더 화를 내는 그였다
망아지... 이러저리 날뛰는 망아지... 그는 하경에게 고삐 풀린 망아지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언제 자신을 봤다고 망아지다 뭐다 말을 하는것인지 하경은 화가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하경의 기분은 신경도 안쓴채 하경앞에서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 화가 나는 하경이었다.
"망...아지? 아오..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부지?"
"야! 잘 안들린다 고만 시비 걸고 계속 몸이나 흔들어라!!!"
그렇게 말하곤 돌아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경은 참을 수 없는 화를 결국 터트리고 말았던 것이다
너무도 당당하게 그의 뒤통수를 빡!! 하고 치고 말았던 것이다
하경의 힘이 꾀 쌨던 탓에 그의 고개는 앞으로 확 숙여졌고 손으로 뒷머리를 잡은채
천천히 고개를 들고 몸 또한 천천히 돌리고 있었다
뒤로 돈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하경은 순간 움찔 했지만 당당하게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이게 미쳤나!!!!!"
음악소리 보다 더 큰 목소리로 하경을 향해 소리를 지른 남자는 하경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경은 전혀 움츠려드는 기색없이 손을 허리춤에 얹고 그와 마찬가지로 그를 노려봤다
남자는 하경을 눈빛으로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듯 뚫어 질 듯이 노려보고 서있었다
그런 하경을 가영이 발견하고 다가왔다
"야 왜 그래?!!! 누구야? 어??!!!!"
"얌마 너 여기서 뭐하냐?! 너 왜 또 이러고 있어! 야 그만 가자 응?"
상대방 남자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그를 보더니 무조건 잡아끌기 시작했다
남자는 놓으라고 소리소리 질렀지만 친구에게는 역부족인 듯 했다
술이 이미 많이 취한 그는 약간의 힘으로도 끌려갔다
"야!!! 너 어디가!!!"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드릴께요 이자식이 취해서... 죄송해요!!"
친구는 예의가 꾀 밝았다 물론 그정도는 기본이었지만... 남자가 더 날뛰는걸 막기
위해 그를 데리고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하경은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자리에 돌아와 술을 완샷해 버렸다.
가영은 계속 무슨일이냐고 물었지만 하경은 화가 나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걸 알기에
대충 물어보다 말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알아서 술술 풀어놓을 것이기에..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말없이 술을 마시던 하경이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하자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영은 얼른 뒤를 따라 나갔고 계산을 하려 하자 계산은 다른 사람이
하겠다고 그냥 가라는 것이었다 아마 아까 그 남자의 친구가 대신 술값을 지불할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왕창 마실걸 그랬단 생각이 드는 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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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군.. 참내! 그 사람 우낀다 뭐 부딪힐 수도 있지 난리야"
"내말이 그말이야 내가 무슨 죽을죄를 지은것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씨발이 뭐야
씨발이.. 짜증나.. 기분 또 상해버리네~"
"기분 풀어 세상에 멀쩡한 사람만 있겠냐"
하경은 꿀꿀한 기분을 어떻게든 살려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랜만의 외출이 순간 박살나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건 자꾸 그 사람의 눈이 잊혀 지지가 않았다. 너무 슬퍼 보이던 그 눈...
너무 익숙한 그 두 눈이 하경의 마음을 살짝 떨리게 하고 있었다
허나 그런 생각은 머지않아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가영아 우리 내일이나 모레 강희한테 가자 그 아줌마 주접이나 봐야 기분이
풀어질 듯 하다"
"그래 그러자 내일 가자 내일 토요일이니까"
"일요일은 가게 본다 이거지? 하여튼.. 그만 애인하나 만드시지~"
"됐네! 그런거 아직 만들생각 없어"
가영은 일요일이면 엄마가 운영하시는 비디오가게를 봐준다 엄마는 가영에게 애인이
생기면 가게 보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다
가영의 부모님은 어렸을적 이혼을 하시고 가영은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의 바람 때문에 마음 고생만 실컨 하시다 이혼을 하셨고 그런 아버지에게 남자에대한
환상이 깨진뒤로는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의 말에 웃으며 "그럼 난 평생 주말을
이 가게에 저당 잡힌 거네~"라고 말했었다 그런 가영을 보고 엄마는 가영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가영이 만약 남자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정말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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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은 술에 떡이된 태하를 거의 들쳐 매다시피 하고 헬렌을 빠져 나왔다
벌써 1년이 넘도록 이 지겨운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다
강일은 술에 취한 태하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강일이라도 곁에 없었
더라면 태하는 정말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을 것이다
지금 이 모습이 그나마 강일이 잡아줘서 가능한 모습이었다
"야, 태하야 정신 좀 차려봐 응?"
"혜진아...."
"미친놈.. 그렇게 부른다고 오냐? 이렇게 퍼마신다고 니 앞에 나타날거 같냐고.. 이미 떠난
여자한테 왜 이렇게 목매고 사는 거냐.. 븅신같은 새끼..."
아직도 혜진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태하가 안타까운 강일이었다
혼자 사는 태하는 밥을 먹는것, 잠을 자는 사소한 일조차 제대로 이루어진게 하나도 없었다
하도 식사를 걸러서 이제는 배속에서 밥을 온전히 소화해내지도 못했다
그런 태하를 두고볼 수 없는 강일이 태하에게 같이 살자는 제안을 했고 태하는 생각해 본다
말한 뒤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결국 강일은 반 강제로라도 태하와 같이 살 작정이었다
태하는 내내 술만 먹고 지나가는 사람이던 옆에 사람이던 가리지 않고 시비를 걸곤 했다
벌써 유치장에 들어간것만 10번이 넘었다 대부분 어느정도 선에서 돈을 주고 끝냈지만
나머지 열 대번은 쉽게 넘어가지 않아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되었다
태하의 폭력전과 때문이었다 지저분한 과거가 통하지 않는곳이 경찰서니까..
강일은 태하를 침대에 눕히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와 태하의 목을 적셔주었다
아직도 태하의 방에는 혜진의 흔적이 여기 저기 묻어있었다
함께 찍은 사진, 혜진이 만들어준 십자수, 쓰던 화장품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태하였다 매일 그 물건들을 보고 만지고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답답
해지는 강일이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던 혜진과 태하는 작년에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너무도 사랑했지만 둘의 사랑만큼이나 집안 반대도 컸다 결국 혜진은 참다못해
이혼을 요구했고 태하는 죽도록 매달려 봤지만 결국 이혼 도장을 찍어줄 수밖에 없었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것 같은 두 사람의 사랑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태하에게 혜진은 누구보다 큰 사람이었기에 혜진이 없는 태하는 존재감 조차 느끼지 못했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고통이었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태하를 봐왔던 강일은 태하에대해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태하가 모르는 일 까지... 혜진이 왜 이혼을 요구하게 됐는지... 태하에게는 반대에
너무 지쳐서 사랑까지 무뎌졌으니 그만 놔달라 말했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걸
강일은 알고 있었다 그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고 헤어지겠다던 혜진을 극구 말려 다른 말로
태하와 헤어지라 했다 사정사정해서.. 태하가 그 사실을 끝까지 모르기를 바라는 강일이었다
"으... 머리야...."
"일어났냐?"
"뭐야 안 갔어?"
"정신 차려야지 이제. 회사 다 무너지겠다 사장 없는 자리 혼자 매꾸기 힘들어"
"약한척은.. 나 없는게 더 편한거 알어 짜샤..."
"미친놈... 잔말말고 이제 돌아와라 그만큼 힘들었음 됐잖아 그리고 내일 이사 갈꺼다
그렇게 알고 있어"
"야 뭔 소리야 난 안가 아니 못가!!"
"뭘 못가 집 팔았어 옮길곳도 정했고 그렇게 알어 나 간다"
"야! 조강일!!! 야 미친 새끼야!!!!"
강일은 뒤통수에 소리지르는 태하를 뒤로하고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고 다짐한 강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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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는 아직도 숨을 고르지 못하고 강일이 나간 문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미친놈 뭐? 이사? 웃기는 소리하지마 절대 이곳에서 떠나지 않을꺼야! 절대!!!"
거의 절규에 가깝게 혼자 소리지르던 태하는 눈을 문에서 띠고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보기
시작했다 매일 여기서 숨쉬고 하루를 거의 이곳에서만 지내면서 낮선 곳에 혼자 남겨져
처음 와본 사람처럼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벽에 걸린 사진.. 혜진의 손때가
묻어있는 주방용품... 혜진의 칫솔..어느 하나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였다 변한건
혜진이 없다는 것.. 그거 단 하나 뿐이었다... 그 생각에 다시 가슴이 욱씬 하고 쑤셔왔다
태하가 혜진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아직까지는 그 무엇도 혜진을 지워내지 못했다
그 수많은 술도...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또렷하게 떠오르는 혜진의 모습에 미칠 뿐이었다
처음은 그게 힘들어서 더 마셔 필름을 끊기게 했지만 나중에는... 혜진을 떠올리기 위해
술을 마셨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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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야~ 노~올~자~"
철컹.
"야! 니들~ 어서 들어와 어서~ 왠 일이야?"
가영과 하경이 찾아와 너무 행복한 강희는 무거운 몸으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가영과 하경은 애기 놀란다며 그만 하라 했지만 강희는 여전히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둘을 앉히고 주방으로 가서 과일과 차를 내 왔다 강희의 배는 그새 더 불러
보였다...정말 거의 터지기 일보직전 이었다
"야~ 니 배... 더 커졌어"
"우씨.. 아니야 그대루야~ 근데 나 걱정야 애 낳고 살 안빠지면 어쩌지?"
"뭘 어째 아줌마는 원래 다 그런거야 애 안아주고 그러다 보면 팔도 엄청 굵어진데"
"힝.. 싫어~ 너무 싫어...근데 진짜 왠 일이야?'
"그냥 꿀꿀해서... 이 언니가 안좋은 일이 있었거든...."
"안좋은일? 어제 나이트에서? 왜 어떤 변태가 더듬던?"
"아니.. 변태보다 더 이상한 놈이야 쪼잔한 밴댕이 소갈딱지, 콧구멍 만한 마음가짐..
으~ 어쨌든 완전 깨!!!"
"깨? 깬다는건.. 안그렇게 생겼다는 거야? 흠.. 그래서 나 보러 온거구나~? 내 배보고
놀릴려구..."
뾰루퉁한 얼굴로 하경을 흘기는 강희의 눈.. 정말 미워서 하경을 흘겨 보는게 아니고
어떻게 하경의 기분을 풀어줄까 고민하는 눈에 가까웠다 셋은 신나게 떠들고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배가 남산만해서 하경의 기분을 띄어주려 노력하는 강희...
하경은 못말리는 강희덕에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바닥에 누워서 뒤집지도 못하고
양옆으로 왔다갔다 뒹굴거리는 강희의 모습은 큰 오뚜기 같았다
그 모습에 하경은 정말 배꼽이 빠져라 웃어 버렸다
"아....후.... 후....."
"야 왜 그래? 응?"
"후후후후.. 후... 야.. 나 배아파.. 얼른 얼른 다 같이해!!!"
"뭘? 뭘해? 어떻게 해야하는데!!!"
"라마즈호흡... 후후후후 후.... 아~ 엠블런스!!!!!!'
옆으로 때굴때굴 움직이던 강희가 갑자기 산통을 느끼고 아파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하경과 가영은 강희가 시키는데로 호흡법을 따라 해주다 갑자기 소리지르는 강희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구급차를 불렀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강희를 보고 둘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하경아 넌...아~~~ 선생님... 선생님 부르고....아~~~~~~~악.... 가영이 넌... 엄마..엄마..."
"어 알았어 알았다고!! 야 정신 잃으면 안돼 응?"
"후후후후 릴렉스~ 아~~~~악~~~"
"악~~~~~~~"
순간 선생님의 번호를 찾던 하경은 머리채를 잡는 강희 때문에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어찌나 힘껏 당기던지 하경은 머리가 몽땅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숱도 얼마 없것만... 하경은 눈물을 머금고 참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아줌마의 극성을 잘 알고 있기에 놓으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가영은 양쪽에
다 전화를 하고 강희와 같이 라마즈호흡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분만 대기실에 누워있는 강희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으~~~ 왜 오빠 안와!!! 엉엉.... 아퍼.....엄마~~~~"
아이처럼 우는 강희를 다독이는 가영... 하경은 아까 강희에게 잡혔던 머리를 살피고 있었다
"아씨.. 머리 다 뽑혔잖아 가스나야!!! 이따 선생님 머리잡아!"
"엉엉.. 넌 지금 머리가 문제야? 엉....."
"아우.. 알았어 울지마 응? 그렇게 아푸냐?"
"니가 나봐!!!! 아~~~~~"
"선생님!!! 의사 쌤!!! 내 친구 죽는거 아니예요? 언제 분만실로 가죠?"
"어디 봅시다.. 아직 자궁이 다 안 열렸어요 자궁경관이 10센티까지는 열려야 하는데
아직이네요.. 좀더 기다리세요"
사람은 거의 죽어가는 판에 너무도 태연하게 기다리라는 의사가 어찌나 얄미워 보이는지..
더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강희였다 둘은 귀가 멍멍해 졌지만
참고 곁을 지켜주었다 병원에 도착한지 30분정도 지나서야 강희의 남편이 도착했다
남편이 오자 둘은 안중에도 없어진 강희... 결국 둘은 밖으로 나와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강희의 어머니까지 도착하고 내내 소리지르는 강희에게 시종일관 기다리라는
말만하는 의사 선생님.. 그렇게 기다린지 5시간만에 강희는 분만실로 옮겨졌다
그리고.....정말 어이없게 단 20분만에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한 강희였다
둘은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산모와 태아가 모두 건강하다는 이야기로 위로를 삼았다
그렇게 죽겠다고 난리 치더니... 첫아이를 고작 20분만에 낳다니....
정말 타고난 힘이었다.. 강희 어머니는 장남인 선생님 때문에 걱정하던 터에 첫 아이가
아들이라 다행이라 하셨다
아이를 보고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가영은 피곤했던 탓에 택시에서 하경에게
기대어 잠들고 말았다 그렇게 또 다시 오늘도 하경이 좋아하는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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