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경과 걱정 사이 계속 켜져있는 휴대폰."
며칠째 비가 퍼붓고 있었다. 비가 잠시 멈춘 사이 산책을 나와 호숫길로 접어들었다. 호수는 수위가 높아지면 낮게 설계된 보를 통해 빗물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었다. 덕분에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다만 호수 둘레길 저편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모두 같은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부지런히 걸어갔다. “저게 뱀이야?” “가물치 같은데. 위에서 떠밀려 왔나 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검고 긴 녀석이 비탈진 보의 낮은 턱에 바짝 붙어 있었다. 꼬리를 세차게 흔들면 머리가 조금 올라갔다가 쏟아지는 물의 흐름에 옆으로 밀려나곤 했다.
가물치는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펴기를 여러 번, 자꾸 호수 쪽을 향했다. 아래에는 작은 개울이 이어져 있었다. 지금은 제법 깊어 보이지만 비가 그치고 해가 비치면 하루 만에 바닥을 드러내는 곳이다. 녀석은 그 끝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아는 듯했다.
“올라가라! 조금만 더!” “힘내라, 힘!” 겨우 2cm 정도의 물살에 녀석이 옆으로 밀릴 때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응원과 탄식이 번갈아 새어 나왔다. 왼쪽으로 가야 한다, 잠시 쉬었다 해야 한다,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말도 이어졌다.
휴대폰을 꺼내 든 사람도 여럿이었다. 녀석에게는 다급한 순간인데 난간 위에서는 갑자기 시작된 무료 공연 같았다. 나도 몇 걸음씩 자리를 바꿔 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렇다고 휴대폰을 든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같은 입으로 “조금만 더!”를 외쳤다. 녀석이 미끄러지면 화면을 들여다보던 얼굴도 함께 찌푸려졌다. 구경꾼과 응원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한 사람이 그 두 마음을 모두 품고 있었다.
나 역시 녀석이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화면 속에 가장 다급한 순간을 담으려 했다. 남의 곤경 앞에서 안타까워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 사람인가 보다. 어쩌면 사진은 그 모순까지 함께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날 내가 찍은 것은 가물치 한 마리만이 아니었다. 걱정하면서도 휴대폰을 내리지 못한, 우리들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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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무언가를 생각케 하는 의미있는 내용 잘 읽어 보았습니다 .
오늘도 즐겁게 , 신나게 . 건행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