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라치다
함민복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계간『애지』(2004년 가을호)
―시집『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
사람들이 뱀을 왜 무서워하고 싫어할까요. 첫째는 독이 있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고 두 번째는 그 모습이 그다지 귀엽거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뱀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이 아름답지 않다는 말 또한 편견이 될 수도 있겠지요.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사람에게는 가까이하는 것조차 공포일 것이고 만지면 서늘한 촉감이 오싹 공포감으로 다가 와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뱀을 만나면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숲길을 거닐다 뱀이 앞을 지나가거나 바위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 혀를 날름거리고 있으면 소스라치게 안 놀 사람이 어디 있겠는지요. 하지만 어디 놀라는 것이 사람만이겠습니까. 체온을 올리려고 햇볕을 쪼이며 오수를 즐기고 있는데 느닷없이 사람이 나타나서 방해를 하니 뱀도 소스라치게 놀라겠지요
첫댓글 그러게요. 그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야말로 그들에겐 바로 소스라치게 놀랄 대상인 걸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배려가 필요한 무대, 지구
미물인 뱀이라고 해서 다르겠어요.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요. 제 길 가도록 쉴 수 있도록
방해 없이 조용히 지나가 줘야지요.
이 시의 읽는 재미는 놀라는 대상을
뱀 뿐 아니라 무생물인 바위, 나무, 하늘까지 끌어들였다는 거지요.
공감합니다
그들의 입장에선 사람보다 더 놀랐을수도 있겠네요
우리도 늑대나 곰, 멧돼지를 느닷없이 만났다고 생각을 해보면
어디 뱀만 그러하겠어요.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은(신화적상징) 심성의 기저에 깔린 감정이겠지요
포유류인 인간은 미미한 존재 일 때 파충류의 먹이였기 때문에
혐오 기피한다는 학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