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컷) 사무실 폭파해버릴 거야,
오호홍홍홍”
한국시각 7월 13일 오후 6시 40분. 파리에 머물고 있는 정재형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초반“<무한도전> 출연 뒤 언론 인터뷰는 이게 처음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하던 정재형은 몇 분 뒤 발랄한 목소리로 “하이컷 사무실을 폭파하겠다”며 기자를 윽박질렀다. 약 40분간의 통화에서 느낀 건 두 가지. 그의 포복절도할 예능은 사전에 연출된 게 아니었다는 것, 그의 음악은 사람과 세상 그리고 생명에 대한 따뜻한 애정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파리에서 서울까지 8976㎞를 횡단해 온 ‘요정님’의 목소리를 재생한다. 음성지원 모드는 독자 셀프.
기자 권영한 사진 김홍성
파리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대세로 자리매김한 걸 실감하나.
좀 당황스럽다. 실감한다기보다 그냥 많은 분이 알아보는 것 같긴 하다. 사실 <무한도전> 나가기 전까지는 이 정도일 줄 예상 못했다. 그전까지는 극도로 TV 출연을 피한 부분이 있었는데 조금 놀랍기도 하고. 최근 화제가 된 사진을 보니 파리에 있는 한국 관광객이나 유학생들도 길거리에서 정재형씨를 알아보고 사인공세를 하는 것 같더라. 그거야 뭐, 그런 건 이전에도 늘 있었으니까. 오호호홍.
다양한 별명이 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뭔가. 내 별명이 뭐가 있지?
음악요정, 가래요정, 파리지앵, 가래요괴, 정봉원, 3초 에릭 등등. 사실 나를 어떻게 불러주시든 상관없다. 다 재미있다. 음악요정은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에 음악요정 역할로 출연하면서 생긴 별명인데. 가래요정은 <라디오천국>에서 생긴 별명이다. 파리지앵은 <무한도전>에서 생긴 거고. 뭐랄까, 별명들에 저마다 약간의 히스토리가 있는 셈이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고정 출연을 제의한다면 수락할 용의가 있나.
일단 제의가 온다면 정말 영광일 것이다. 근데 내가 <무한도전>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제작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겠지.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수많은 여성 팬이 <무한도전> 제8의 멤버로 조인성보다 정재형이 좋겠다고 한다더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신다니 영광이다. 난 사실 조인성씨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아하하항항.
방송에선 정형돈씨와 늘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끈끈한 우정을 쌓은 것 같더라.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전한 커플 중에서 정재형-정형돈의 인기가 가장 높았던 것 같은데.
남 좋은 일만 해준 거 아닌가. 앙항항항항. 아무튼 정형돈과는 아주 끈끈할 정도는 아니고. 처음엔 <무한도전>에 출연할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방송을 찍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편하게 배려를 많이 해주더라. 그랬기 때문에 형돈이랑도 몇 번 만나 작업했을 뿐인데 굉장히 많이 아는 사이처럼 느껴졌다. 여타의 연예인이나 다른 방송을 했을 때보다 훨씬 멤버들과도 끈끈해짐을 느껴 뿌듯했다. 가요제를 한 덕분에 그전까지 가졌던 TV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꿀 수 있었다.
실제 만나본 정형돈은 어떤 사람인가.
방송이랑 똑같다. 오홍홍홍. 사실은 수줍은 친구 같더라. 나도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그 친구는 뭐랄까. 맨 처음 가사를 쓸 때 이 사람의 속내를 알고 싶었는데, 얘기를 아주 천천히 하는 것 같더라. ‘아, 굉장히 내성적인 친구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런 점을 보면서 굉장히 순진하게 느꼈다. 그래서 ‘순정마초’라는 가사가 나오게 됐고. 사실 이 친구와 나의 공통점이 ‘순정마초’일 것 같은 느낌, 그런 감성적인 느낌에서 만들어진 노래다.
사실 처음엔 대중적이지 않은 노래라 많이들 놀랐다.
나 역시 마지막까지 곡의 스타일을 고민했다. 혼자 너무 장중한 게 아닐까. 그러다 결국 처음 느낌이 맞다고 생각해 밀고 나갔다. <무한도전>이 방송으로서 갖는 시그니처 같은 게 있지 않나. (대중에게) 낯선 것들을 친숙하게 만들고, 소외된 것이나 문화적 다양성을 생각하게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음악적인 다양성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었고, 그게 <무한도전>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완전 외면당할 줄 알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오히려 이해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찢어진 옷 입는다고 정형돈에게 구박받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패션을 고집하더라.
인간 정재형의 패션 철학은 뭔가.
옷 입을 때 남 상관을 별로 안 한다. 내 취향이니까. 다른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취향과 나의 취향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형돈이의 취향이 나랑 같든 다르든 상관하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정형돈의 패션을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패션은 아니지. 그냥 주워 입는 거다. 잠깐! 설마 이걸로 인터뷰 제목을 뽑진 않겠지. 만약 그러면 사무실 폭파해버릴 거야. 아하하하항항항항항항항.

(시각장애인 안내견인) 축복이와 함께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축복이를 보내고 나서 무척 힘들었을 텐데.
이럴 줄 몰랐다.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 지팡이를 짚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된다더라. 사실 ‘퍼피워킹’(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사회화 훈련)이라는 게 굉장히 많은 가이드라인이 있다. 무엇보다 대형견으로서의 예의를 가르쳐야 한다. 때문에 맨 처음 만나서 버릇 가르치기가 중요하다. 원래는 다른 집에 있었는데 그 집에서 훈련이 진행 안 돼 우리 집으로 왔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나를 이기려고 하는 게 있어서 조금 엄하고 차갑게 대하기도 했다. 축복이와 훈련하던 당시에 스케줄이 많아 정신없을 때라 그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7개월 정도 같이 지냈는데 어느 순간 축복이와 나 사이에 정이 생겨서…. 정확하게 말하면 떠날 때는 괜찮았는데 그 후 일상이 힘들더라.
솔직히 축복이가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 같다.
추이를 봐야 할 것 같다. 안내견 테스트에서 떨어지면 돌아올 수도 있긴 하다. 글쎄, 마음이 복잡하다. 내가 아이의 주인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반면, 이 아이가 훈련을 잘 쫓아가서 누군가에게 소중한 빛이 될 수 있으면 참 행복하겠다고 마음도 있다. ‘퍼피워킹’을 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다 비슷할 것이다.
정말 솔직히 유희열과 요정님 중 누가 가창력이 좋다고 생각하나.
가창력? 그때도 얘기했는데 감히 ‘어따’ 대고. 오홍홍홍. 그런 게 아니고. 알다시피 거기 나간 건 정말 보컬을 겨루려고 한 게 아니니까. 당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서 저질 보컬 대결을 했을 때의 느낌은 이런 거였다. 유학 생활이 길어지고 그러면서 내가 약간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뭐는 안 돼” “이건 이래서 안 돼” 하면서 자꾸 이것저것 자르다 보니까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 유연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그런 관점에서 방송을 했다고 생각해주면 좋을 듯하다.
친한 친구들이 라디오 진행을 많이 하고 있지 않나. 재형씨도 라디오 DJ를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고민 중이다. 무슨 얘기가 오가서 그런 건 아니고. 이전까지는 무조건 안 한다고 했는데.DJ에겐 라디오 일이 일상처럼 될 텐데,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여행 같은 걸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근데 희열이를 보고 있으면 멋진 게 거의 십몇 년 동안 라디오를 하는데, 그 친구 말이 “하루하루 청취자와 DJ 사이의 역사가 쌓이는 것 같다”고 하더라. 요즘 와서는 심야 시간에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막연히 해본다.
친구들이 연락을 받지 않을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나.
아하하하. 그건 그냥 농담이었다. 친구들이 연락 안 받으면 다시 지들이 알아서 연락을 한다. 아무래도 내가 인기가 많은 사람이니까. 물론 난 이미 삐쳤다. 그럼 친구들이 또 알아서 찾아온다. 친구들과의 ‘밀당’을 즐긴다.
유독 앞가르마를 고집하는 이유가 뭔가.
옆 가르마도 했다. 지금도 트위터 프로필 사진은 옆가르마다. 근데 옆가르마를 했더니 한국에서(!) 반응이 너무 안 좋더라. 다들 코믹 반응이라 ‘한국에선 옆가르마가 안 되겠구나’ 싶었다.
혹시 노래할 때 가래 때문에 애로점이 많지는 않나.
노래할 때는 가래 안 낀다. 가래를 제거하고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음, 가래요괴라는 말이 생긴 건 라디오 때문인데. 이게 월요일 밤 12시 고정이다 보니까. 사실 월요일엔 약속도 없고 집에만 있다가 방송국에 가니까 사실상 그날 일어나서 처음 말을 하는 거라 목이 잠긴 경우가 많았던 것뿐이다. 노래에는 절대 가래가 안 끼니 선입견이 없게 명확히 정리해주면 좋겠다. 충분히! 제거하고 노래를 한다고.
지난번 피아노 연주 앨범인 <르 쁘띠 피아노(Le Petit Piano)>의 반응이 뜨거웠다.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도 많다.
지금 다음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피아노 연주곡을 포함해 지난 앨범에 쓰지 않은 피아노와 보컬 위주의 곡을 모아 가을쯤 내려 한다.
스스로 팬층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솔로 궁상 여성으로 정해놓는데, 특별히 그 연령대에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을까.
그건 그들 생각이다. 요즘은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굉장히 팬이 많다. 그렇게 팬층을 한정 지으면 곤란하다. 아까 말한 20대 후반~30대 초반 팬이 많다는 건, 그 나이 여자들이 인생에 대해 많은 걸 알기 시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내 얘기에 더 공감해주는 게 아닐까.
이번 여행에서도 쌀국수 많이 드셨냐고 팬들이 묻더라. 근데 웬 쌀국수?
아 그건 어떻게 된 거냐면, 유희열과 유영석이 신민아씨한테 “정재형의 첫인상이 어떻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커피를 들고 있어서 그랬는지, 신민아씨는 “커피향이 난다”고 대답한 거다. 그 말을 듣고 그들은 “그 커피잔 안에 쌀국수 국물이 있었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거고. 아무튼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나의 인기나 이미지를 저들이 매우 질투하며 음해하려 한다는 거다. 이를테면 공작 같은 거지. 절대 그따위 공작에 무너지지 않는다고 써준다면 고맙겠다.
미녀 연예인을 주변에 많이 두는 비법이 뭔가. 정재형의 어떤 매력에 그들이 빠져든다고 생각하는지.
글쎄, 서로의 매력을 알아보는 것 아닐까. 뭐랄까, 얘가 왜 예쁜지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내가 그들과 심각한 건 아니다. 내 주위에 예쁜 애들이 그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하하항.
예전에는 작사가 심현보씨한테 작사를 많이 맡겼는데 최근엔 직접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책도 출간하고. 혹 문장력에도 자신감이 생긴 건가.
아니다. 작사라는 작업이 작곡만큼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내가 직접 쓰지 않으려 한 이유는 노래가 너무 내 얘기, 화자 중심이 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슬픈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 얘기를 조금 써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을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걸.
마지막 질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극심한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살 것 같다.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서 폭넓은 감성이 도움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피로도 쌓일 것 같다. 낮에는 예능에 출연했다가 밤에는 곡을 써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음악가로서의 고통 같은 게 있을 듯하다.
<무한도전>이나 예능 때문에 힘들 건 없다. 녹화시간이 길다면 그뿐이고. 예능에 나가서 일부러 웃기려고 한 건 없다. 그저 위트를 가지고 대답한 거다. 감정적인 소모라는 건 항상 있다. 음악 작업은 내 일상이니까. 나의 일상에 들어왔을 때는 굳은살이 많이 배겼다. 그래서 그런 감정의 기복을 다스리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것 같다. 나는 직업 음악인이니까, 직업인으로서 다른 분들도 당연히 고민을 하며 살 거라 생각한다. 만약 10년 전에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어휴, 힘들죠”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까 말한 유연성과도 비슷한 얘기다. 파리에서 공부를 해야 했고, 10년 동안 미디어 노출을 전혀 안 할 때 유연성이 필요했듯 <무한도전>도 나에게 유연성의 답이 된 것 같다. 오히려 <무한도전>이 활력이 됐다. 그런 활기가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면 나로서도 참 고마운 일이다.


첫댓글 서로의 패션을 지적하는 정재형돈ㅋㅋㅋㅋㅋ 두분이 같이 나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주 끈끈하지 않다는 건 저번 라디오처럼 만난지 얼마 안 되셔서 그렇게 말씀하신거 같네요 ㅎ 히스토리를 쌓아가면서 친해지는 법이니 ㅎ 근데 이 와중에도 재형신도 도니의 패션을 지적하시는군요 ㅋㅋㅋㅋ
사이가 좋아보입니다 ㅎㅎ 근데 개화동 오렌지족 패션을 따라가시는 이유가?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읽었어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ㅎㅎㅎㅎ
어제 스케치북 보니까 재형님은 역시 도니님과 함께 일때 더 빛이 난다는걸 알았어요..진짜 정재형돈은 서로 윈윈하는 커플 인가봐요..
무한럽도니님,왜요?제가 외국에 있어서 못봐서요...재형님이 어떻던가요?자세히..좀...ㅎ 아유..궁금해라.다운받아야하는데 잘 모르겠구...ㅜ
노래도 열정적으로 부르시고 패션도 좋고 입담도 좋았는데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요...ㅎㅎ 스케치북 메일로 보내드릴까요?ㅎ
도니님.여기카페서 봤어요^^ 땡큐~~~재밌네요.도니언급이 넘 조금이라 짜증이 오히려 혈님이 더 좋아지려 하넹..ㅎㅎ
ㅋㅋㅋㅋㅋㅋ 재밋네요 재형씨와 형돈이 너무웃겨요 ㅋㅋㅋ 환상의 커플
자주 방송에 나오셨으면 좋겠어요!!!!ㅋㅋㅋㅋㅋ너무 재밌어요!!ㅋㅋㅋ
ㅎㅎㅎ 재밌네요 잘보구 갑니다
정재형이 무한도전 맴버로 들어왔으면 좋겟다 !
성격 참 좋아보여요 ㅎㅎㅎ 형돈씨랑 너무 잘어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