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많아 정확도 떨어지지만 참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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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인기인 청력 테스트를 해보면 누군가는 '로렐(Laurel)'로, 또 다른 누군가는 '야니(Yanny)'로 듣는다. 또 다른 청력 테스트로는, 귀 나이를 측정하는 가청 주파수 테스트가 있다. 20대, 30대, 40대 등 각 나이대만 들을 수 있다며 '삐'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런 청력 테스트, 과연 믿을만한 걸까? 로렐로 들리거나, 나이대에 맞는 가청 주파수 소리가 안 들린다면 병원에 가봐야 할까?
*해당 기사에는 '로렐과 야니' 소리가 들리는 동영상이 포함돼 있습니다. 동영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헬스조선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야니? 로렐? 듣는 환경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먼저 야니와 로럴 테스트는 근거는 있지만, 신빙성은 떨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주파수를 그림으로 분석하는 스펙트로크렘으로 야니와 로렐을 나타내 보면, 두 개가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나와 혼동되는 것"이라며 "나이 들수록 고주파를 인지하는 귀속 유모세포가 먼저 손상되는데, 야니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고주파에, 로렐이 저주파에 위치해 젊은 사람은 야니로 들린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빙성은 떨어지는데, 테스트할 때 어떤 음향기기로 얼마나 소리를 키워 들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게 들으면 고주파가 더 잘 들려 '야니', 크게 들으면 저주파도 들려 '로렐'로 들린다. 혹여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음향기기로 이 소리를 들었을 때 A는 로렐, B는 야니라고 들었더라도, A가 B보다 청력이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조영상 교수는 "야니와 로렐은 모음이 많은 단어로, 둘 다 500Hz 이하 저주파 대역 소리"라며 "뇌가 청력에 따라 인지하기엔 미세한 차이라, 이땐 뇌가 익숙한 단어를 선택해 들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야니와 로렐 테스트에서 들려주는 소리의 정답은 사실 '로렐'이다. 미국의 한 여고생이 사전으로 로렐을 검색한 후 소리를 들었을 때 '야니'라고 들린다며 SNS에 올린 게 시초다. 이후 주파수 대역을 비교해보며 SNS 청력검사로 알려지게 됐다.
또 다른 유명하고 간단한 청력 테스트로 가청주파수 테스트가 있다. 마찬가지로 노화할수록 고주파가 잘 안 들리는 것을 이용해 고안됐다. 조영상 교수는 "음향, 기기, 소음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그냥 SNS에 떠도는 테스트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소음도 책정하면서 어느 정도 음향으로 들어야 하는지 고시까지 하는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 테스트는 신빙성 있다"고 말했다. 가청 주파수 테스트는 실제 청력 검사실에서도 진행하는 검사다.
◇조용한 곳에서 가청 주파수 테스트해도 안 들린다면, 내원해야
가청 주파수 테스트를 했을 때 본인의 나이대에서 들려야 한다는 주파수가 안 들린다면 내원해야 안전하다. 송재진 교수는 "실제로 조용한 데서 주로 생활하는 분들은 대화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 평소 귀가 안 좋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기도 한다"며 "개인이 조용한 곳에서 가청 주파수 테스트를 했을 때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제대로 된 청력 검사실에서 검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SNS로 테스트해서 알아챌 수 있는 질환은 유모세포가 손상을 입어 안 들리는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이땐 달팽이관이나 청각신경이 손상된 것이기 때문에 한번 청력을 잃으면 되돌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배성훈 교수는 "방치하면 청력이 더 떨어질 수 있어 빨리 내원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감각신경성 난청 중 갑자기 소리가 안 들리는 돌발성 난청이라면 특히 빨리 내원해야 하는데, 이땐 3~4일 이내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면 청력의 40~50%는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청력이 나빠졌을 땐 보통 삐, 웅 등 특이한 이명 소리가 1~2일 내내 들린다. 또, 소리는 들려도 자음 구분 능력이 떨어져 '가, 나, 다'를 들어도 구분이 잘 안된다. 대화 능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청력 생각한다면 큰 소리 피해야
청력이 걱정된다면 이제라도 소리를 작게 들어야 한다. 유일하게 100% 예방할 수 있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큰 소리로 유모세포가 손상되는 소음성 난청이다. 이론적으로 90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105dB 이상에서는 하루에 1시간 이상씩 지속해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차량이 붐비는 도로 옆 소음이 75~85dB, 지하철 지나가는 소음은 80dB, 공장 소음은 90dB, 록 음악은 110dB 정도다. 송재진 교수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할 땐 앞사람과 대화가 될 정도의 음량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지하철이나 버스에선 자막을 켜면 소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변 소음이 안 들리기 때문에 음량을 낮춰 들을 수 있다. 콘서트, 클럽 등 너무 시끄러운 환경도 피하는 것이 좋다. 술, 담배, 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도 청력에 좋지 않다. 돌발성 난청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항생제를 처방받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귀에 안 좋은 성분이 포함된 항생제도 있어, 청력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항생제를 처방 받을 때 이독성이 없는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얘기해야 한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