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범지(勿欺犯之)
속이지 말고 간언하라는 뜻으로, 신하가 주군을 모실 때 속임 없이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고,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하더라도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勿 : 말 물(勹/2)
欺 : 속일 기(欠/8)
犯 : 범할 범(犭/2)
之 : 갈 지(丿/3)
출전 : 논어(論語) 헌문(憲問)편
이 성어는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임금을 섬기는 도리를 물었을 때 공자(孔子)가 대답한 말이다.
자로가 어떻게 군주를 섬겨야 하느냐고 물었다. “속이지 말고, 간(諫)해야 하니라.”
子路問事君, 子曰; 勿欺也, 而犯之.
[사서집주]
범(犯)은 얼굴을 대하고 간(諫)하며 다투는(謂犯顏諫爭) 것이다.
범씨가 말했다. “자로가 범(犯)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듯하나, 임금을 속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워했을 것으로 여겨 공자가 먼저 속이지(勿欺)말 것을 먼저 말하고 나서 범하라고 하신 것이다.
范氏曰; 犯非子路之所難也, 而以不欺為難. 故夫子教以先勿欺而後犯也.
[註]
거짓말을 하고 곧지 못한 것(僞言不直)을 欺(기)라 하고, 곧은 말을 하고 숨김이 없는 것(直言無隱)을 犯(범)이라 한다.
공자는 당시에 대해 ‘말 잘하고 얼굴을 꾸미지 않으면 禍를 면키 어려운 세상이라(不有祝鮀之佞, 而有宋朝之美 難乎免於今之世矣/ 옹야편 14장)’며 특히 巧言令色(학이편 3장, 공야장편 24장)과 色莊者(선진편 20장)를 경계하였다.
즉 여기서 勿欺와 犯이라는 것은 곧 신하로서 군주를 속이지 말고 곧게 諫하라는 뜻이다. 곧게 諫하는 자를 아첨하는 자 위에 두면 그들이 곧은 자를 따를 것(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위정편 19장, 안연편 22장)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은 정반대이다.
좋은 일은 말하고 좋지 않은 일은 말하지 않으며, 아첨하고 환심을 사려고 못하는 짓이 없다. 아예 모르는 척하며 명령에만 복종한다.
▶️ 勿(말 물, 털 몰)은 ❶상형문자로 장대 끝에 세 개의 기(旗)가 달려 있는 모양으로, 음(音)을 빌어 부정, 금지의 뜻의 어조사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勿자는 ‘말다’나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다’라고 하는 것은 ‘~하지 말아라’라는 뜻이다. 勿자는 勹(쌀 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싸다’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勿자를 보면 刀(칼 도)자 주위로 점이 찍혀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칼로 무언가를 내려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勿자는 이렇게 칼을 내리치는 모습에서 ‘~하지 말아라’와 같은 금지를 뜻을 나타내고 있다. 파편이 주변으로 튀는 것을 나무라던 것이다. 그래서 勿(물, 몰)은 ①말다, 말라, 말아라 ②아니다, 없다 ③아니하다 ④근심하는 모양 ⑤창황(惝怳)한 모양, 부지런히 힘쓰는 모양 ⑥분주(奔走)한 모양, 그리고 ⓐ먼지를 털다(몰)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말할 것도 없음을 물론(勿論), 하려던 일을 그만 둠을 물시(勿施), 생각하지 말음을 물념(勿念), 개개거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함을 물침(勿侵), 내버려 두고 다시 묻지 아니함을 물문(勿問), 적용하지 아니함을 물용(勿用), 들어가거나 들어오지 마시오의 뜻으로 쓰이는 말을 물입(勿入), 조심성이나 삼감이 없음을 물렴(勿廉), 가리지 아니함을 물간(勿揀), 받아들이지 아니함을 물봉(勿捧), 새어 나가지 않게 함을 물설(勿洩),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음을 물실호기(勿失好機), 조그만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뜻으로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는 물경소사(勿輕小事), 은사를 입지 못할 무거운 죄를 물간사전(勿揀赦前), 작은 일에 정성을 드리지 않는 일을 물성소사(勿誠小事), 약을 쓰지 아니하여도 병이 저절로 나음을 물약자효(勿藥自效), 비밀한 일이나 또는 상스러운 일이어서 들어 말할 것이 없음을 물위거론(勿爲擧論), 증인으로서 물어 볼 수 없음을 물위증질(勿爲證質), 기밀한 일을 공포하지 아니함을 물출조보(勿出朝報) 등에 쓰인다.
▶️ 欺(속일 기)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하품 흠(欠; 하품하는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其(기)로 이루어졌다. 기력을 잃고 하품을 한다는 뜻에서 음(音)을 빌어 '속인다'는 뜻으로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欺자는 ‘속이다’나 ‘거짓’, ‘허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欺자는 其(그 기)자와 欠(하품 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其(그 기)자는 곡식의 겨·티끌·싸라기 등을 걸러내는 데 쓰는 ‘키’를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欺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欠(하품 흠)자를 응용한 글자로 ‘속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欺자에 쓰인 欠자는 남을 속이기 위해 입을 떠벌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欺(기)는 ①속이다 ②업신여기다 ③보기 흉(凶)하다, 추(醜)하다 ④거짓, 허위(虛僞) ⑤기만(欺瞞)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속일 사(詐), 속일 궤(詭), 속일 무(誣), 속일 휼(譎), 속일 편(騙)이다. 용례로는 남을 그럴 듯하게 속여 넘김을 기만(欺瞞), 자기의 양심을 속임을 기심(欺心), 속이어 농락함을 기롱(欺弄), 속이어 미혹하게 함을 기혹(欺惑), 남을 조롱하거나 속여서 우습게 봄을 기소(欺笑), 사람을 속임을 기인(欺人), 속이고 감춤을 기은(欺隱), 남을 속이고 토색질 함을 기색(欺索), 남을 속이고 우롱함을 기우(欺愚), 남을 속이고 해침을 기해(欺害), 세상을 속임을 기세(欺世), 속맘을 드러내지 않음을 기정(欺情), 속이고 깔봄을 기릉(欺陵), 꾀로 남을 속임을 기사(欺詐), 꾀로 남을 속임으로 남을 속이어 착오에 빠지게 하는 위법 행위를 사기(詐欺), 자기 자신의 마음을 속임을 자기(自欺), 거짓으로 꾸며 속임을 무기(誣欺),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비뚜루 말하여 속임을 저기(詆欺), 사람을 속여 돈이나 물건을 빼앗는다는 말을 기인취물(欺人取物), 나라를 속이고 백성을 해친다는 말을 기국두민(欺國蠹民), 세상 사람을 속이고 헛된 명예를 탐낸다는 말을 기세도명(欺世盜名), 사람을 속이고 재물을 빼앗는다는 말을 기인편재(欺人騙財), 그럴듯한 말로써 남을 속일 수 있다는 말을 가기이방(可欺以方),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라는 뜻으로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풍자한 말을 자기기인(自欺欺人),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뜻으로 스스로에게 엄하고 정직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말을 불기자심(不欺自心) 등에 쓰인다.
▶️ 犯(범할 범)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해(害)치다의 뜻을 가진 병부절(卩; 무릎마디, 무릎을 꿇은 모양)部로 이루어졌다. 개가 사람을 해치다의 뜻이 전(轉)하여 널리 해쳐 범하다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犯자는 '범하다'나 '(법을) 어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犯자는 犬(개 견)자와 㔾(병부 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㔾자는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犯자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개에게 공격당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을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으로 보는 방법이다. 이때는 犬자가 '짐승 같은'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犯자에 '공격하다'와 '(법을) 어기다'라는 뜻이 있으니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그래서 犯(범)은 어떠한 그릇된 일에 버물려 들어가거나 침노함의 뜻으로 ①범(犯)하다, 침범(侵犯)하다 ②저촉(抵觸)하다 ③(법을)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④치다, 공격(攻擊)하다 ⑤이기다, 무시(無視)하다 ⑥거스르다 ⑦어긋나다 ⑧속이다, 거짓말하다 ⑨거치다, 뛰어넘다 ⑩만나다 ⑪일으키다, 빚어내다 ⑫범인(犯人), 죄인(罪人) ⑬범죄(犯罪), 죄(罪)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침노할 침(侵)이다. 용례로는 죄를 저지름을 범죄(犯罪),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함을 범법(犯法), 죄를 범한 자를 범인(犯人), 범죄 행위를 함을 범행(犯行), 강간이나 간통 따위 간음죄를 범함을 범간(犯姦), 잘못을 저지름을 범과(犯過), 법적으로 못 하게 하는 것을 범함을 범금(犯禁), 명령이나 법령을 어김을 범령(犯令), 제 신분과 처지를 돌아보지 않고 웃어른에게 버릇 없는 짓을 함을 범분(犯分), 맡아 있는 남의 것을 승낙 없이 마음대로 써버림을 범용(犯用), 들어가지 못하게 된 곳을 범하여 들어감을 범입(犯入), 제한된 범위를 지나서 행동함을 범한(犯限), 남의 영역이나 지역을 침노함을 범역(犯域), 남들이 언짢게 여기는 일에 간섭하거나 끌리어 들어감을 범염(犯染), 남의 권리나 재산이나 영토 따위를 침노하여 범함을 침범(侵犯), 가벼운 범죄 또는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을 경범(輕犯), 형법 상 범죄 행위를 실행한 사람을 주범(主犯), 형벌이나 징벌에 처할 만한 행동 또는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을 사범(事犯), 몇 사람이 공모하여 공동으로 행한 범죄를 공범(共犯),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막음을 방범(防犯), 두 번째 죄를 범하는 일 또는 그 사람을 재범(再犯), 한 번 죄를 지어 처벌된 사람이 또다시 죄를 범하는 일을 누범(累犯), 간섭하여 남의 권리를 침범함을 간범(干犯), 고의로 저지른 죄를 고범(故犯), 살인과 같은 흉악한 범인을 흉범(凶犯), 바르지 못한 것은 바른 것을 감히 범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를 이르는 말을 사불범정(邪不犯正), 뭇사람의 분노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를 이르는 말을 중노난범(衆怒難犯), 마음이 아주 깨끗하고 청렴하여 조금도 남의 것을 범하지 아니한다를 이르는 말을 추호불범(秋毫不犯)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