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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정부, 민간 철도 회사에 승객 수송 우선 촉구
◦ 승객 수송 의무화 법안 발효
- 멕시코가 화물 운송 중심의 현 멕시코 철도 인프라 환경을 바꾸기 위한 신규 정책을 도입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최근 민간 철도 회사가 승객 수송을 우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현재 멕시코에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운영자는 승객 운송 열차 운영 계획과 노선 편성표 등을 작성하여 늦어도 2024년 1월 15일까지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 해당 법안은 명백히 민간 철도 서비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페로맥스(Ferromex)와 캔자스시티서던멕시코(KCSM, Kansas City Southern de México)를 겨냥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보유 노선 길이 기준으로 페로맥스가 멕시코 1위, KCSM은 2위의 철도 업체인데 두 업체 모두 운행 스케줄의 대다수를 화물 운송용 열차로 채워 넣었기에, 정부가 이들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하지 않고서는 철도 시장 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 페로맥스 ‘난색’, KCSM은 ‘협조’
- 이번 새 법안에 대해 우선 업계 2위 KCSM은 승객 운송 열차 증편은 문제없으며, 정부가 기존 화물 운송 열차 사업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새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KCSM이 이러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이유는 KCSM의 모회사 CPKC(Canadian Pacific Kansas City)가 미국-캐나다-멕시코에 걸쳐 철도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승객 운송 서비스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CSM은 나아가 정부와 승객 운송 부문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반면, 멕시코에서 가장 긴 노선을 보유한 페로맥스는 승객 운송을 강제하는 새 정책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페로맥스는 관계사 중 아주 짧은 거리의 관광용 열차를 운행하는 업체를 두고 있기는 하나, 장기간 화물 운송 열차만을 운영해 승객 운송 부문의 경험은 부족한 편이다. 정부가 새 법안 시행을 공표했을 때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페로맥스는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 철도를 지역 균형 개발과 물류 허브 성장 계획에도 이용
◦ 오브라도르 대통령, 대양횡단철도로 지역 간 격차 해소 원해
- 오브라도르의 대통령의 철도 산업 구조조정 구상은 비단 승객 수송 확대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남부에 코아트사코알코스(Coatzacoalcos)시와 테우안테펙(Tehuantepec)시를 가로질러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총연장 약 300km의 대양횡단철도(Interoceanic Railway)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대양횡단철도 예정 노선 및 동 노선의 멕시코 내 위치>
지도출처: Google
- 멕시코는 미국과 인접한 북부 지역에 주요 산업 시설이 다수 들어서 있으며, 이 때문에 여러 인프라를 비롯한 기반 시설 투자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 간 개발 속도 차이로 인해 남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역 균형 개발을 위해 남부 지역에 대규모 산업 단지를 조성하려 하고 있으며, 대양횡단철도를 그 중심축으로 삼았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제시한 태평양-대서양 회랑(Inter-Oceanic Corridor) 조성 정책 역시 철도 노선 주위로 산업 시설을 집중시키는 계획이다. 즉, 대양횡단철도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지역 균형 개발 구상의 핵심 열쇠라고 할 수 있다.
◦ 철도를 중남미 물류 허브 도약의 디딤돌로
- 한편,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대양횡단철도로 아메리카 지역 물류 산업의 주도권을 멕시코가 가져오겠다는 대담한 계획도 밝혔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오랜 기간 아메리카 지역 물류의 핵심 시설로 자리매김한 파나마 운하를 직접 언급하면서, “접안 시설과 하역 설비 등 필요한 인프라를 갖춘다면 멕시코의 대양횡단철도가 파나마 운하의 역할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양횡단철도 예정지(붉은색)와 파나마 운하(갈색)>
지도출처: Google
-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가 최근 기후 변화로 수량이 줄어들어 통행 규정을 계속 강화하고 이로 인해 운하 통과를 기다리는 선박의 행렬과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현 상황을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물류 산업의 주도권을 가능한 빠르게 가져올 수 있도록 파나마 운하와 비교한 대양횡단철도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 환경 파괴, 국유화... 계획 추진 과정에서 여러 논란 일어
◦ 문제의 트렌마야 1차 구간 공사 완료
- 승객 운송 능력을 강화하려는 멕시코 정부의 정책 기조는 민간 철도 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동남부 유카탄(Yucatan)주를 순환하는 여객·화물 노선 ‘트렌마야(Tren Maya)’ 건설 계획을 강력히 추진했다. 트렌마야는 최근 1차 구간 공사를 완료했으며, 2023년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 하지만 트렌마야는 계획 발표 시점부터, 그리고 건설이 진행 중인 지금도 환경 파괴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대림을 가로지르는 트렌마야는 보호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은 물론 유적지까지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철도 인프라를 강화하려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트렌마야 건설을 강행했다.
<트렌마야를 건설 중인 유카탄주 위치(붉은색)>
지도 출처: Google
◦ 노선 국유화, 승객 운송 철도에 대한 정부 직접 운영 언급
- 한편,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정부의 구상대로 철도 산업을 개편하기 위해 국유화 카드도 스스럼없이 꺼내 들었다. 이번에 민간 철도 회사의 승객 운송 서비스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만약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는다면 민간 철도 회사가 운행권을 보유한 노선에 정부가 직접 승객 운송용 열차를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이러한 경고가 단순히 겁주기용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5월, 대양횡단철도의 기점인 코아트사코알코스 인근에 페로멕스가 보유한 3개 철도 노선을 군을 동원해 강제로 수용하여 국유화했다. 해당 조치는 상당한 논란이 있었으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러한 전례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행보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철도 산업 개편을 자신의 핵심 공약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임기가 약 1년 정도 남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금의 견고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원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산업도 예외는 아니며, 앞으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철도 산업을 개편하기 위해 어떠한 추가 정책을 도입할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BC News, Mexico issues decree forcing private freight railway lines to give preference to passenger service, 2023.11.21.
Reuters, Mexico rolls out investment plans for southern industrial corridor, 2023.05.09.
Yucatan Times, What is the Interoceanic Corridor and how does Mexico want to compete whtih the Panama Canal?, 2023.10.07.
Mexico Business News, Interoceanic Corridor, 2023.11.24.
Trains, CPKC in discussions with Mexican government on passenger service, has agreed to fund capacity study, 2023.11.17.
Railway Technology, Mexico’s Mayan Train project to open in December, 2023.11.14.
LMT online, Nuevo Laredo to Mexico City passenger train route proposed, one of 7 in Mexico, 2023.11.17.
Taipei Times, Mexico building a rail rival to Panama Canal, 2023.11.19.
Reuters, Mexico president to urge freight operators to use rail for passengers, 2023.11.09.
Independent, Mexican president wants to force private freight rail companies to schedule passenger service, 2023.11.08.
Yahoo! News, UPDATE 1-Mexico sets rail freight companies deadline on passenger service plan, 2023.11.18.
eTurbo News, Mexican Government Mandates Freight Lines to Prioritize Passenger Trains, 2023.11.20.
[관련 정보]
1. 멕시코, 승객 운송 철도 운행 확대 의무화 법안 시행 (2023. 11. 23)
2. 멕시코 정부, CPKC와 승객 운송 서비스 협의...철도 인프라 확대 계속 (2023. 11. 21)
3. 멕시코 정부, 철도 회사에 승객 운송용 열차 운행 촉구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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