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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3년 4월에 치러진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에서 콜로라도당(Colorado Party, ANR-PC, 적색당) 소속의 산티아고 페냐(Santiago Peña) 후보가 당선되었다. 파라과이에서 콜로라도당은 페르난도 루고(Fernando Lugo) 전 대통령 집권기(2008~2012년)를 제외하면 1954년 이래 계속해서 대통령을 배출해온 파라과이의 유력 정당이다. 경제학자로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파라과이 중앙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페냐 대통령은 2018년 당내 대통령 경선에서 마리오 압도(Mario Abdo) 전 대통령에 밀려 낙선한 후 이번에 두 번째로 대권에 도전해 파라과이 역사상 가장 젊은 44세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1).
총선에서도 선전하며 콜로라도당이 파라과이의 거의 모든 정치권력을 통제하게 된 상황에서 페냐 대통령은 의회의 지지를 기반으로 취임 이후 국가기관의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안은 현재 상당한 반발에 부딪혔는데, 수자원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마찰이나 일부 법 조항을 이용한 당 소속원들의 토지수용 시도를 비롯한 각종 문제 사례는 앞으로 페냐 대통령의 인기와 지지율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본고에서는 모든 중남미 국가가 공유하는 교육이나 인프라 개발 등의 전통적 문제는 논외로 하면서, 파라과이 신정부가 당면한 고유한 상황과 도전요소를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파라과이 신정부의 현 상황
페냐 대통령이 집권한 현재 파라과이는 안보 및 예산 분야에서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들 문제를 다루기 전에 먼저 신정부를 둘러싼 국내 정세를 아래와 같이 크게 두 측면으로 나누어 파악해볼 수 있다.
국가 권력의 장악
페냐 대통령이 속해 있는 콜로라도당은 의회 양원 모두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자체의 통치권도 확보했으며, 사법부와도 우호적 관계를 구축한 상황이다. 현재 콜로라도당의 의회 의석 점유율은 상원에서 51%, 하원에서 60%이고, 주지사·시장직 점유율은 88%에 달한다. 또한 콜로라도당에 직접 소속되지 않은 일부 의회 의원들도 이른바 위성정당 출신으로서 페냐 정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시점에서 페냐 대통령과 콜로라도당은 국정운영 및 정권 관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단, 콜로라도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바탕으로 모든 결정을 통제하게 되면서 과거에 등장했던 비민주적 관행이 재차 관찰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요소이다. 특히 대통령에 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의 통과가 이러한 관행의 대표적 사례로, 이 법안은 얼마 남지 않은 야당계 의원 및 재야인사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2).
<표 1> 파라과이 정당별 의회 상원 의석 점유율
<표 2> 파라과이 정당별 의회 하원 의석 점유율
<표 3> 파라과이 정당별 주지사직 점유율
2. 국가기관 개혁
페냐 대통령은 당선과 함께 일련의 국가기관 개혁을 실시했으며, 이 중 다수가 예산 및 세입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기관 개혁의 대표적 사례에는 기존의 재무부 조세차관실(Secretaria de Estado de Tributación)과 관세청(Dirección Nacional de Aduanas)을 통합한 국세청 (Dirección Nacional de Ingresos Tributarios) 신설, 그리고 이전의 재무부(Ministerio de Hacienda), 공무인력실(Secretaria de la Función Pública), 기획기술실(Secretaría Técnica de Planificación)을 통합한 재무·경제부(Ministerio de Economia y Finanzas) 창설이 있다. 페냐 대통령측은 예산, 부채, 국가재정 관리 및 효율성 향상 분야에서 파라과이가 처한 중대한 상황을 조율하기 위해 기관 통합 및 신설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3).
<표 4> 페냐 정부의 정부기관 개혁 사례
자료: 저자 정리
파라과이 신정부가 당면한 도전요소
상술한 바와 마찬가지로 국가권력을 완전히 통제하면서 대규모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파라과이의 신정부 입장에서 대통령의 인기와 지지율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파라과이강-파라나강 수로(Paraguay-Parana Waterway) 문제
아르헨티나는 복수 국가의 영토를 통과하는 파라과이강-파라나강 수로를 이용하는 파라과이 상선에 통행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파라과이 정부의 공식 항의와 정부 간 협의회 개최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측은 공유 하천에서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국제조약을 존중하지만, 아르헨티나 정부가 수로 관리와 유지보수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해당 수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은 비용을 분담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한 보복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이후 파라과이 정부가 양국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야시레타(Yacyretá) 수력발전댐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더욱 많은 전력을 끌어다 쓰면서 아르헨티나의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비록 페냐 대통령은 해당 조치가 상선 징세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내륙국인 파라과이가 해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하천의 이용과 관련하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원활한 국제통상에 장애물이 될 뿐만 아니라 양국 간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라과이에서는 해당 사태에 관해 여당인 콜로라도당은 물론 일부 야권 인사도 페냐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지만, 민간부문에서는 해결책 조기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하고 있으며4), 미국-파라과이 상공회의소에서는 미국 정부에 갈등 해결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5).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간의 수로 관련 갈등은 현재까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이며, 현재 대선 직후 정권 교체로 다소 혼란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입장에서는 파라과이 등 역내국과의 갈등 봉합을 위한 전략적 대책 마련에 당장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 공공지 토지수용 문제
파라과이에서는 전임 행정부 집권기부터 콜로라도당 소속 정치인들과 페냐 대통령의 측근을 중심으로 공공지 토지수용 시도가 빈번했다. 토지수용은 원래 사회적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부가 특정 부지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한 법적 수단인데, 해당 조치로 혜택을 보는 이들은 이미 큰 주택과 수영장, 요트 등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던 부유층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여기에 반발한 의회 반대파와 시민들의 시위, 그리고 #OkupasVIP(VIP 무단거주자를 의미) 해시태그를 사용한 온라인 운동이 전개되자 페냐 대통령은 해당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했다6). 이 결정에는 시민사회의 시위 전개와 언론을 통한 문제 공론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되나, 어찌되었든 페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통해 여당 정치인들의 요구 관철 대신 국민들의 의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의 배경에는 세계에서 토지 분배가 가장 불공평한 것으로 꼽히는 파라과이의 내부적 문제가 존재한다7). 1954~1989년 파라과이 군사독재정권의 수장이었던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Alfredo Stroessner)가 자신과 가까운 인사 및 군사·정치계 측근, 기타 지지층에게 자의적으로 토지를 나눠준 역사에 뿌리를 둔 해당 사안은 사유재산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의 맹점이자 대규모 산림 훼손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정부가 공유지나 사유지를 자의적으로 수용하는 법적 행태와 이를 둘러싼 논란이 나타나는 배경이기도 하다.
3. 고위급 공무원 급료 인상
페냐 대통령은 당선 이후 현행 3,200만 과라니(PYG, 한화 약 560만 원)로 설정된 의회 의원 및 각부 장관 등 고위급 공무원 급료를 500만 과라니(한화 약 87만 원) 인상하는 방안의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페냐 대통령은 급료 인상안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가, 파라과이의 월별 최저임금이 250만 과라니(한화 약 44만 원)에 불과하고 평균임금은 이보다도 낮은 상황에서 국민과 야당 이 크게 반발하자 일부 의원들의 급료 인상 압력이 있었다고 고백했다8). 페냐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상·하원 의원들이 차년도 예산안을 원안대로 승인해주는 대가로 급료 인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는데, 이 발언 이후 파라과이 정계는 서로를 향한 추궁과 반박이 오가며 혼란에 빠졌다.
4. 이타이푸 댐(Itaipu Dam) 관리공사 공무원 대량해고
이타이푸 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댐이자 파라과이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은 공기업인데, 전임 행정부는 여기서 근무할 약 180명의 인력을 모집해 고액의 급료와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신정부는 모집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들 모두를 해고 조치했으며, 이후 조치 당사자들이 수도 및 기타 도시의 도로를 점거하는 등 대규모 폭동과 시위를 전개하면서 페냐 대통령의 지지율에 또 하나의 위기를 초래했다9). 일련의 협상과 시위, 소송전이 일단락된 후 이타이푸 댐 관리공사는 결국 해고 대상자인 185명 중 대부분인 165명을 재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타이푸 댐은 원래부터 정식 채용절차 없이 정계 인사나 그 가족들에게 채용 특혜를 제공해온 역사가 길기에, 국민들이 이 분야의 불법채용 문제에 대해 많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10).
결론
파라과이 역사상 최연소로 당선된 페냐 대통령은 의회의 지지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국정 운영에 어느 정도 안정성과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변의 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파라과이 신정부의 미래에 대한 우려 속에 우리가 주목할 점은 페냐 대통령이 국민의 정치적 지지와 반대 세력의 반응을 보아가며 특정 결정의 지속이나 철회 여부를 저울질하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이는 합리적인 정치적 처세술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파라과이의 현존 및 미래 위기에 대응하는 데 가장 적절한 접근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폭넓은 지지와 집권여당의 권력 공고화, 풍부한 인력 등 유리한 입지를 보유한 페냐 대통령은 현재 국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개혁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다. 페냐 대통령이 소속 정당과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점차 쌓여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파라과이가 당면한 국가적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각주
1) The Economist. (04 de May de 2023). Santiago Peña, a former economist, is Paraguay’s next president. Recover from https://www.economist.com/the-americas/2023/05/04/santiago-pena-a-former-economist-is-paraguays-next-president
2) Última Hora. (12 sep 2023). Polémico proyecto de Santiago Peña busca “puentear” al Congreso, critica diputado. Recover from https://www.ultimahora.com/proyecto-de-pena-sobre-medidas-extraordinarias-busca-puentear-al-congreso-critica-diputado
3) Swiss Info. (12 de setiembre de 2023). Recover from https://www.swissinfo.ch/spa/paraguay gobierno_pe%C3%B1a-env%C3%ADa-al-congreso-ley-con-medidas-extraordinarias-para-ordenar-finanzas-en-paraguay/48807160
4) Marketdata. (6 noviembre 2023). Hidrovía Paraguay-Paraná: Sector privado descarta que se solucione este año el impasse con Argentina. Recover from https://marketdata.com.py/noticias/nacionales/hidrovia-paraguay-parana-sector-privado-descarta-que-se-solucione-este-ano-el-impasse-con-argentina-121863/
5) Última Hora. (17 sep 2023). Cámara de Comercio pide a EEUU poner el foco en la tensión entre Paraguay y Argentina por hidrovía. Recover from https://www.ultimahora.com/camara-de-comercio-pide-a-eeuu-poner-el-foco-en-la-tension-entre-paraguay-y-argentina-por-hidrovia
6) ABC Color. (12 oct 2023). Ocupantes VIP: Santiago Peña veta totalmente desafectación de la finca 916. Recover from https://www.abc.com.py/politica/2023/10/13/ocupantes-vip-santiago-pena-veta-totalmente-desafectacion-de-la-finca-916/
7) Earth Sight. (s.f.). Paraguay's Looted Lands. Recover 1 nov 2023, from https://www.earthsight.org.uk/news/investigation-analysis-paraguays-looted-lands#:~:text=Today%2C%20Paraguay%20has%20the%20most,%2D%20and%20medium%2Dsized%20producers.
8) ABC Color. (30 oct 2023). Aumento a legisladores: Santi Peña admite que fue "extorsionado" por parlamentarios colorados. Recover from: https://www.abc.com.py/politica/2023/10/30/aumento-a-legisladores-santi-pena-admite-que-fue-extorsionado-por-legisladores-colorados/
9) Última Hora. (19 oct 2023). Fiscalía pide intervención policial en protesta de desvinculados de Itaipú. Recover from https://www.ultimahora.com/fiscalia-pide-intervencion-policial-en-protesta-de-desvinculados-de-itaipu
10) ABC Color. (17 oct 2023). Zoqueteros y políticos que ingresaron por el "techo" a Itaipú, ni son molestados. Recover from https://www.abc.com.py/politica/2023/10/17/zoquetes-de-politicos-que-ingresaron-por-el-techo-a-itaipu-ni-son-molestado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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