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가해자의 직업보호: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업인만 보호하자
김민예숙(춘해보건대 복지상담과)
지난 13일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공무원 범죄사실 통보에 대한 처분 결과’를 보면 시민으로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교육청은 2007년에는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준강간 혐의자로, 2009년에는 강간 혐의자로 검찰로부터 각각 통보받은 교사들한테 ‘경고’ 조치만 했다. 충남 교육청은 2008년 강간미수 혐의를 받은 한 교사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했다. 대전시 교육청은 간통을 저지를 이들에게 ‘견책’ 처분을 했다. 전남 교육청은 2008년 9월 검찰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를 통보받고도 해당 교장에게 ‘견책’ 조처만 했다. 충북 교육청은 교사 성추행으로 직위해제 된 교장을 석 달 만에 교육연구관으로 복직시켰다.
가해자 교장이나 교사는 거의 남성일 것이고, 그 피해자는 거의 여교사나 여학생들일 것이다. 가해자는 교사로서의 권력과 남성으로서의 권력을 이중으로 잘못 사용한 것인데, <교사의 성범죄>라는 큰 잘못에 대한 우리나라 교육청의 처벌이 너무 약한 것이다.
교육청만이 아니다. 경기도는 성추행을 한 공무원에게 ‘견책’ 처리를 했고, 제주도는 강제추행을 한 공무원에게 ‘주의’를 주었고, 성매매를 한 공무원을 ‘훈계’로 처리했다. 그 공무원들도 거의 남성일 것이고, 그 피해자도 거의 여성일 것이다. <공무원의 성범죄>라는 큰 잘못에 대한 우리나라 지자체의 처벌 역시 너무 약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과 (여성의 의사에 상관없이) 여성에게 성적 행동을 하는 것을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온 가부장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일(성폭력)로 남성 (교사, 공무원) 의 직업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피해자인 여성이 고통받든 죽든 그것은 여전히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일로 여기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가부장제는 거의 전세계의 질서였기에,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다. 주교였던 페르난도 루고가 파라과이대통령이 되자,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여성이 세 명 나타났다. 한명은 미성년인 16살 때부터, 또 한명은 미성년인 17살 때부터 루고 주교와 성관계를 하였다고 한다. 전국민에게 소아애(일명 롤리타 콤플렉스)가 드러난 루고 대통령은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다”며 대국민사과를 하면서도 사임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4년 전 최소 두 명의 여성이 바티칸에 루고의 아이를 가진 사실을 제보했으나. 바티칸은 조사하지 않았고, 지난해 사제직 사임을 승인했다. 바티칸은 <주교의 성범죄>를 아예 처벌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도 그 정도의 일로 남성 (주교, 대통령) 의 직업과 미래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여기는 시각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인 청소녀가 존경하는 주교로부터 성적 접근을 받아 충격을 받았든지. 미혼모로 아이를 기르면서 고통을 받았든지, 아버지인 주교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해 고생을 했든지, 그것은 상관없다는 것이다.
남성에게 남성의 것인 공적 영역을 지키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공적 영역은 남성의 것이고, 사적 영역은 여성의 것이라는 가부장적 성별 분업이 그 시각의 전제이다. 문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가부장적 성별 분업이라는 전제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남성의 것이라는 공적 영역은 어떤 경우에도 지키려 하면서, 여성의 것이라는 사적 영역은 지켜주지 않은 불공평함이다.
따져보면 둘 다 틀린 생각이다. 첫째 생각이 틀린 이유는 지금은 여성들이 교사, 공무원, 주교(임명만 받는다면), 대통령 등의 공적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시대여서 가부장적 성별 분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둘째 생각이 틀린 이유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사적 영역을 존중받아야 하기에 사적 영역의 침해를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고, 공적 영역을 사적 영역의 우위에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폭력이라는 사적 영역의 침해는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침해이다. 그런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지켜줄 가치가 없는 직업인이다. 지켜줄 가치가 없는 직업인을 남성이라고 해서 지켜줄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