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갱년기 ] 나이 들어감의 산물이 아니다 |
나이가 50줄에 접어들어 온 몸이 쑤시고 아플 때 ‘이제 갱년기인가 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정작 갱년기가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이대로 방치하면 얼마나 괴로운 삶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단지 갱년기를 노년기로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길동무쯤으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 두라. 갱년기는 아주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그리고 만약 이 시기를 그냥 뛰어 넘었을 때 훗날 견딜 수 없는 시련의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
이것이 갱년기다 |
흔히「폐경주변기」로 불리는 「갱년기」는 노년기로 가는 과도기를 의미한다. 갱년기가 되면 난소가 그 기능을 다하여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없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임신의 불가능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성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음으로 여성호르몬 결핍현상이 몸 구석구석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증상을 「갱년기증후군」이라고 한다.
갱년기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월경이 중단되는 폐경을 전후한 약 10년 동안 나타난다. 주로 초기에는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고 불안과 짜증 등이 발생한다. 그러다 월경기간이 짧아지거나 양이 적어지고 한 두 달 뛰어 넘는 등 폐경 전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다 폐경이 지나게 되면 부부관계가 어려워지게 되고, 허리가 아프고 소변을 자주 보거나 약한 충격에도 골절상을 입는 등 증상은 점점 확산된다. 이 일련의 과정이 끝날 때쯤 심장질환이나 치매, 골다공증과 같은 노인병 질환으로 바통을 넘기게 된다. |
갱년기≠폐경기 |
우리는 흔히 갱년기와 폐경기를 동일시한다. 그러나 폐경기와 갱년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폐경기(menopause)」는 월경이 끝났을 때부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전 기간을 의미한다. 반면 「갱년기(climacteric)」는 폐경을 전후로 여성호르몬 부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부터 증상이 끝날 때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지막으로 월경을 했을 때부터 1년 정도 월경이 보이지 않았을 때 폐경기로 들어갔다고 결정한다. 폐경은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거의 45~55세 사이에 가장 많이 나타나고, 평균적으로 49세에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49세를 기준으로 볼 때 갱년기는 45~55세, 폐경기는 49세 이후를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갱년기와 폐경기가 일치하는 기간은 고작해야 7년에 불과하다. |
노년기를 함께 하는 동반자(?) |
우리는 갱년기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단순히 늙어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 구석구석의 기능들이 다하여 온몸이 쑤시고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때마다 '이제 내 몸도 고물 다 됐군' '갱년기 증세야, 어쩔 수 없어' 하며 무심히 넘어가 버린다.
특히 우리나라 어머님들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남편이나 부모, 자식의 건강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많지만 자신의 몸에는 소홀하다. 또 병에 걸려도 병원을 찾는데는 인색한 것이 한국 어머님들의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질병은 참거나 약국에서 처방해 주는 약으로 털고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 몇 십 년을 이런 생활에 젖어 살다보니 병원과는 담을 쌓게 된 것. 이네들에게 나이가 들면 당연히 생기는 페경이나 갱년기 증상이 병으로 보이지도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한 해 두 해 갱년기를 보내고 노년기에 접어들면 삭신이 쑤시고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호소한다.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병원으로 달려가 보지만 이미 되돌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것. 결국 죽을 때까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75세라고 볼 때 폐경이 일어나는 49세, 근 20~30여 년을 고통 속에서 늙어 가는 것이다. |
노인병의 근원이다 |
갱년기 증상의 가장 큰 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결핍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의 기능이 점점 쇠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의 난소에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어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그 기능을 다하여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서서히 감소한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은 단지 여성다움을 유지하는 역할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바로 심장, 혈관, 비뇨기, 뼈 등 온 몸 구석구석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쓰인다. 그러니 폐경으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으면 몸 여기저기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삐그덕거림이 끝날 때 즈음 각 기관에서는 서서히 노인병을 맞을 준비를 한다. 이렇게 노인병의 역사는 시작된다. 그러나 이 즈음 되면 노인병은 치료하기 힘들어 결국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다. 노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중풍이나 치매,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같은 질병은 여성호르몬의 결핍이 그 뿌리다. 즉, 갱년기 때에 잘 치료하면 노년기에 이러한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시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75세 이상인 여성의 85%정도가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골다공증은 뼈 속의 칼슘이 빠져나가 뼈 속이 비거나 구멍이 생기는 질병이다. 에스트로겐은 칼슘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기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으므로 골다공증이 많이 나타난다. 뼈 속이 비어 있고 구멍이 숭숭 나 있으면 당연히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거나 깨지기 쉬운 법. 길을 가다가 넘어지거나 버스 뒷좌석에서 버스가 덜컹거리는 작은 충격도 뼈가 부러지는 「골절」의 원인이 된다. 이것을 「고관절골절」이라고 하는데, 특히 백발이 하얀 꼬부랑 할머니들이 많은 이유도 이것이다. 만약 고관절골절 등으로 일어나지 못하게 되면 대부분 독립적인 일상생활은 전혀 할 수 없게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거의 3개월 이내에 사망하게 되고 30%는 영구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게 되며 20%정도는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에스트로겐의 감소는 여성의 심장질환 발병률을 높인다. 선진국에서는 50세 이후의 부인들이 사망하는 원인의 대다수가 심장질환이다. 통계에 의하면 35세 이전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8배 가량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50세 이후가 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50세 이후부터는 여성의 심장질환 사망자가 점차 증가하여 80세가 되어서는 남성과 같아진다는 사실. 또한 45~55사이의 여성 중에서도 폐경이 온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2~3배 가량 사망률이 높다. 이런 점에서 폐경과 심장질환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부응하듯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서는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35%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이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병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콜레스테롤은 증가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감소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관여한다. 실제로 폐경 환자에게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좋은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아지고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내려간다. 눈부신 의학과 영양의 발달은 노인인구의 증가를 부른다. 그리고 노인 인구가 점차 증가하면 이러한 질환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갱년기 증후군과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예방은 남은 인생의 삶의 질과 경제적인 손실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남자도 폐경기를 겪는다 |
우리는 흔히 갱년기를 여성에게만 찾아오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갱년기는 남녀 구분 없이 생리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전환기라 할 수 있다. 즉 싱싱하던 나무가 해를 거듭할수록 고목으로 변해 가는 것처럼 인간 역시 가는 세월에는 어쩔 수 없이 변화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갱년기가 여성에게만 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여성이 더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호르몬의 변화나 주위 환경, 심리적 요인들에 대해 여성이 좀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는 갱년기가 찾아왔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폐경이다. 즉, 자신의 눈을 통해 자기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성은 눈가에 잔주름이 생기면 '이제 나도 할머니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데 폐경까지 찾아오면 허무함과 우울증 등 정신적인 증상은 극에 달한다. 또한 민감한 이 시기에 일상의 고민이나 갈등이 겹쳐지면 증상은 배가된다. 반면 남성의 경우는 갱년기가 찾아와도 특별한 신체증상이 없다. 성욕감퇴, 피로감, 체중감소, 빈뇨, 집중력 감소 등 남성 갱년기 증상은 갱년기에만 나타나는 특이한 증상으로 생각되기보다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
갱년기에도 개인차가 있다 |
갱년기 증상은 개인차가 심하다. 정상적인 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갱년기인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갱년기가 되면 대부분의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인 안면홍조.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이 증상은 어떤 이에게는 하루에 3~4번 홍조를 띨 정도로 약하게 나타나지만 어떤 이는 하루에 40번 가까이 화끈함을 반복하고 식은땀을 동반해 잠도 설쳐 불면증까지 확산되기도 한다.
지역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미국사람의 경우는 안면홍조가 많이 나타나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는 요통이나 관절염이 많다. 또한 외국의 경우는 골다공증으로 인해 뼈가 쉽게 부서지는 고관절골절이 적기 때문에 꼬부랑 할머니를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골절이 심각해 지금도 농촌에 가면 허리가 완전히 구부러진 할머니를 보기 쉽다. 특히 요즈음에는 우리나라도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외국처럼 심혈관계질환의 사망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사회환경이나 지역성, 식습관, 호르몬대체요법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떤 작용을 해서인지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 |
운동은 신이 내린 명약 |
갱년기를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갱년기 증상의 원인은 에스트로겐 결핍이다. 결국 부족한 에스트로겐만 채워주면 게임아웃이다. 그렇다면 에스트로겐은 어떻게 채워주면 될까? 바로 호르몬대체요법을 사용하면 된다. 호르몬대체요법은 부족한 에스트로겐을 채워 줘 에스트로겐으로 일어나는 갱년기 증상을 없애준다. 그리고 이로 이해 발생할 수 있는 노인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갱년기 현상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지만 개중에는 아무런 증세도 느끼지 않고 쾌적하게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낙천적인 여성들에게 많고, 대담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특징은 스스로 수영, 댄스, 테니스, 에어로빅 등 여러 가지 취미활동에 참가하여 생활 분위기를 즐겁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운동은 신이 내린 명약이라고 할만큼 지속적으로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조깅, 빨리 걷기, 등산, 수영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몸이 가뿐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되므로 하루에 20~40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하나는 식습관이다. 갱년기 여성들에게 많은 질병이 골다공증이기 때문에 흔히들 칼슘이 가장 필요한 영양소라고 생각한다. 맞다. 그렇다면 얼마나 먹어야 할까? 갱년기 여성이 칼슘을 섭취하려면 적어도 하루에 우유6~8잔, 멸치 200그램을 한 봉지씩 매일 먹어야 필요한 칼슙을 다 섭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매일 챙겨 먹기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칼슘제를 이용해 칼슘을 보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나 운동이나 식습관을 아무리 잘 활용한다 하더라도 호르몬 부족으로 생기는 모든 증상을 없애기는 역부족이다. 그런 면에서 호르몬대체요법의 사용은 꼭 필요하다. 호르몬을 사용할 때 운동이나 식습관도 그 효과를 십분 발휘하여 밝고 건강한 갱년기로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
여유있는 마음가짐은 제2의 인생 |
갱년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통과해야 하는 인생의 한 관문이다. 이 시기를 증상으로 괴로워하며 보내는 사람도 있고 매일 평온한 기분으로 보내는 사람도 있는 등 그 유형은 가지각색이다. 만약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괴로운 갱년기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갱년기 증상으로 괴로워하지만 주위사람들이 무관심하게 반응하거나 '왜 그러느냐' 고 핀잔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주위 사람들조차도 갱년기가 괴로운 병이고 환자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증상뿐이기 때문에 병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호소해 보아도 주위 사람들은 동정해 주지 않는 것이다. 이제 갱년기를 하나의 무서운 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갱년기 증상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갱년기를 겪는 환자 역시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질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괴롭고 힘들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않으면 갱년기 증상은 더 심해진다. 그러므로 갱년기가 시작되면 오히려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활에 적응하려는 침착성과 여유가 보인다면 밝고 새로운 제 2의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갱년기를 젊었을 때보다 더 밝고 희망차게 재미있는 삶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는 황혼을 바라보지 말고 캄캄한 밤이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불꽃 축제를 생각해 보자. 갱년기는 하루를 마감하고 밤이 시작되면 즐길 수 있는 불꽃 축제와 같다.
도움말·이은미 내외한의원 원장, 이해혁 순천향대학병원 산부인과 과장, 정경숙 정경숙산부인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