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과열 과외 현상은 온갖 혁신적 대책에도 불구하고 더욱 격화되
고 있다. 초등학생 과외를 유발한다고 "중학교 입시"를 제거하고 중학생 과외를 유발한다고
"고교 입시"를 철폐하여 추첨제로 중등학교를 평준화한 것은 가히 획기적이었다. 그래도 과
외가 번성하자, 과외를 규제하며 일부 과외는 불법화하고 있다. 게다가, 과외를 유발한다고
"지필식 국영수" 위주의 대학별 본고사를 폐지하고 논술 및 면접 고사만 허용하며, 암기·
찍기 위주의 과외를 유발한다고 선다형 객관식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과외로 대비하지 못
하도록 "사고력" 중심의 수능고사로 바꾸었다. 최근에 수능 과외와 논술 과외가 번성하자,
정부는 수능고사는 더욱 쉽게 출제하며, 논술고사도 폐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그 분야 과외만 생기면 그 과외를 제거코자 그 분야를 입시에서 제외하고 과외를 규
제하는 "과외 죽이기식" 대책과 입시 자체를 없애는 입시개혁은 실패를 거듭하였다. 정부
는 98년 10월 기존의 입시준비 교육을 타파하고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초중
등 교육 개혁안인 "교육비전 2002: 새 학교문화 창조" 계획과 대입무시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2002학년도 대학입시 개선안"을 함께 발표하였다. 정부는 국영수 위주의 지필시험을
폐지하고 각종 "소질·재능·특기"를 크게 반영하도록 전형요소를 다양화하면 입시위주 교
육에서 벗어나며 아울러 사교육비 부담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
은 이미 학력경쟁과 학벌경쟁의 원리를 터득하고 있으며 "합리적 기대"로 무장하고 있어서,
대입무시험제를 시행하겠다고 해도 쉽사리 신뢰하지 않으며 과외를 줄여도 되리라 기대하지
도 않는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가 더 이상 기상천외한 묘안들을 실험하지 말고, 보다 과학
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가 과외의 피해자요, 과외의 전문가가 되다 보니, 과외대책도 "과잉 교육열"
이나 "빗나간 출세 지향적 교육관" 등 의식의 개혁에서부터 "학력·학벌 주의" 타파까지 다
양하다. 그리고, "과외금지"에 관한 국민여론도 강화에서 과외 자유화까지, "평준화"에 대해
서도 해제부터 확대까지 극에서 극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 대학생수의 과다함과 공
교육의 부실함을 시인하면서도 대학정원 증대를 촉구하고 수업료·교과서대 인상에는 반대
하는 일견 모순적 주장을 하며, 과외 금지와 학벌 타파를 외치면서도 자신은 과외를 시켜
일류대학에 진학시키려고 하며 일류대학 출신자를 우대하는 역시 모순적인 듯한 행동도 한
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자들은 과외를 둘러싼 거대한 연결고리의 단편만 더듬고 있으며, 과
열 과외 현상의 발생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이에 입각한 대책을 제시한 연구는
아직 없는 것 같다.
II. 과외 및 정규 교육의 실태와 문제점
박승록·김정호(1997)는 "과외 망국론의 핵심은 과외란 정상적인 공교육을 마비시키고, 가
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심지어 공직자의 부패 요인이 되고, 사교육 담당자들을
졸부로 만들어 소득분배의 불공정을 초래함으로써 국민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 등"이라
요약하고 있다. 교육학자인 윤정일(1997)씨는 과외의 교육적 문제점을 과외가 학교교육 목표
에 위배되는 입시위주 교육(단편적 지식전달)으로 고등 정신능력(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문
제해결 능력)의 발달을 저해하고 자율 학습태도를 약화시키며, 학교로 하여금 입시학원과
경쟁적으로 입시 위주교육으로 매진하도록 압박함으로써 학교 교육을 파괴하는 것으로 자세
히 설명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지 아래에서는 기존의 실태조사 결과를 이용하여 과외 수강
의 정도와 이유 및 과외비를 간략히 살펴보고, 과외와 관련된 공교육 실태도 살펴보기로 하
자.
1. 과외 실태
1) 과외교습 수강율
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으로 약칭, 1997) 조사자료에 의하면 학습지 구독이나 방과후
보충수업을 포함한 광의의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은 초등교 85.5%, 중학교 80.2%, 고교
(재수생 포함) 78.5%로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외를 일상화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상이
한 표본으로 교외 과외 실태를 조사한 윤정일 외(1997)에 따르면, "교외" 과외를 받는 학생
은 초등학생의 70%, 중등학생(단, 중학생과 인문계 고교생)의 50%이며, 학교성적이 높을수
록 과외를 더 많이 받고 있다.
2) 과외교습의 이유
윤정일 외(1997)에 따르면, 과외수강 이유를 아래 6가지로 물었을 때 중(초)등학생들의
경우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의 보충"이 61.0(54.8)%로서 압도적이다. 그 다음으로 "부모의
권유" 16.7(15.7)%, "남이 하므로" 11.4(5.0)%, "취미특기" 3.6(19.0)%, "사교" 2.8(1.5)%, "기
타" 4.5(4.0)%이다. 과외를 받는 이유는 성적별(상중하)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상위권 중
등학생의 경우 "부족과목 보충"은 51.3%로서 전체 평균(61%)보다 상당히 낮은 편인데 초등
생의 경우 37.5%로서 전체평균의 ⅔이다("취미특기"는 상위권 초등학생의 경우 30.7%로서
평균수준의 1.6배임). 그리하여, 초등학교에서도 주로 부족 과목 보충을 위해 과외를 받고,
중학교와 고교로 진학하여서도 계속하여 동일한 목적으로 과외를 받고 있음을 말해 준다.
한편, 소보원(1997)이 과외를 시키는 이유를 10가지로 "가구단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과외를 시키는 가구 중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2.8%)나 "혼자서는 공부를 못해서"
(10.1%) 등 보습이 15.7%이고, "학교수업 불충분"(16.6%), "남보다 앞서기 위해"(11.7%), "상
급학교 진학대비"(14.2%), "안 하면 불안해서" 9.2% 등 진학이 61.7%, 재능개발이 18.3%이
다. 또한, 이미나 외(1998)가 과외를 시키지(받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하여 조사한 결과, 학
부모(및 고교생)들이 생각하는 과외수업의 이유는 보습이 39.3(33.4)%, "학교보다 고수준의
공부를 위해서" 14.4(11.0)%, "남이 하니까 불안해서" 23.0(16.9)% 등 진학이 37.4(27.9)%,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및 기능 습득"(재능특기 과외로 생각됨)이 22.3(26.4)%이다.
이러한 조사결과의 차이는 물론 상이한 응답 형식과 상이한 표본에 기인하지만, "진학을
기준으로 한 '학교수업의 미흡함'" 때문에 과외를 받고 있다. 게다가, 입시가 거의 없는 중학
교 이하의 학생들도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과외를 받고 있다. 따라서,
과외를 받는 주요 이유는 공교육의 부실, 그것도 진학 대비에 미흡한 부실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남보다 앞서기 위해 학교의 수업진도보다 앞서 배우는 과외도 10%를 넘는데, 이것은
현행의 내신제 하에서 유리한 등급을 차지함으로써 입시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3) 과외교습의 효과
임영기씨(1998)의 조사에서 수업의 70% 이상을 이해한다는 고교생들의 비율이 수학
(22.1%)·영어(27.8%)·과학(26.6%)의 경우 30% 이하이며 국어(36.9%)·사회(43.7%)이다.
그리고, 30% 미만만 이해하는 고교생의 비율은 수학(33.3%)·영어(23.7%)·과학(20.8%), 국
어(12.3%)·사회(11.5%)나 된다.
소보원(1997)의 자료에 따르면 학원강사의 강의가 학교교사의 강의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응답이 고교생은 63.8%, 중학생은 54.1%이며, 이와 정반대로 학교교사의 강의가 알기 쉽다
는 응답은 고교생이 10.6%, 중학생은 17.2%이다. 윤정일 외(1997)의 조사결과에서도 과외를
받은 과목의 성적이 상승하였다고 답한 비율이 중등생(초등생)의 62.2(67.9)%, 별로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36.4(31.1)%로서 약 ⅔가 그 효과를 느끼고 있다.
그런데, 상술한 학생들의 수업 이해정도는, 이미 대다수 학생들이 저학년부터 과외교습을
받아 왔고 또한 현재 받고 있는 중에 측정된 결과임을 감안하면, 공교육 자체가 부실한 것
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보완하는 과외교육의 효과까지 합친 성과도 저조함을 말해 준다.
따라서, "입시준비의 과외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또 배우는 것인데, 이것은 불필요한 것이
고, 여기에 들어간 돈은 불필요한 지출이다"(고형일, 1998, p.9)라는 인식은 우리의 학교 현
실과는 거리가 멀다.
4) 과외의 교육적 문제점 검토
내신 성적이 대학입시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내신과외조차
입시위주 교육이라 보기는 어렵다. 또한, 고등정신능력 배양을 촉진하고자 도입된 논술시험
이나 수능시험 대비용 과외들은 비록 입시위주이지만 암기 위주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현행과 같은 부실한 공교육과 입시제도 하에서 모든 학생들이 전혀 과외를 받지 않
는다면, 그것만으로 우리의 현행 공교육이 고등 정신능력 배양과 인성교육에 더욱 충실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학교가 입시학원으로 변모하였다는 지적은, 학원이 여전히
번성하는 것을 볼 때, 공교육이 고등정신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저급(?) 능력의 배양에서도
학원에 뒤지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 아닌가?
설사 과외가 암기 위주인들, 과외란 가계부담을 무릅쓰고 자발적으로 또는 불가피하게
받는 것일진대, 그것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왜 수강하겠는가? 따라
서, 과외가 암기 위주라는 비난은 우리 공교육의 교육평가의 질적 수준이 암기로 쉽게 답할
수 있는 단편적 지식을 점검하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반증할 따름이다. 그 결과,
과외가 암기 교육에 치중한다면 과외가 암기위주라는 지적은 틀린 것이 아니나, 교내 시험
과 수능고사는 공교육의 일부이므로 공교육 자체가 먼저 그러하며, 바로 그 때문에 과외가
그렇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과외비의 규모와 가계부담
지금까지 거의 모든 교육정책이 오로지 서민의 과외비 부담 해소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천세영(1998) 교수가 말하듯, "사교육비 문제는 한국교육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본질적이고도, 효과적인 출발점인 동시에 종착점"인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의
과외비와 그 부담은 과연 어느 정도이며, 그것이 망국적인 정도인가?
1) 과외비 규모
과외망국론을 뒷받침하는 과외비 관련 통계치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한국교육개발원
이 1977년부터 5년마다 교육비 및 교육투자 수익률 연구를 위해 조사·발표한 사교육비 총
액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은배 외(1994)에 따르면, 1994년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는 학교급에 따라 10만-23만원이고 전국 사교육비 연간 총액은 17.5조원(고교생까지의 총액
은 13.0조원임)으로서 국민총소득의 6%에 달하며 공교육비 총액 16.6조원보다 많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사교육비는 각종 과외비 외에도, 학생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기 위해 지출하
는 제반 비용을 포함하며, 대학생의 사교육비도 포함되어 있다(단, 94년 조사에서 교내 보충
수업비는 기성회비에 포함시킴으로써 공교육비로 분류됨). 이 중 유치원-초-중등생의 학원
및 개인 과외비만 합하면 3.0조원이며, 재능특기 학원비 2.8조원까지 더하면 5.8조원이다.
통계청(1997)에 따르면 96년 월평균 과외비(교내 보충수업비, 학원 및 개인 과외비, 방문
학습지비)는 취학전 어린이나 초·중·고생 1명당 모두 약 9만원이며 재수생 1명당 26만원
이다. 이 자료를 이용하여 각급 학교 총학생수와 12(개월)를 곱해 전국 연간 총과외비를 추
정하면 11.9조원이 된다. 그런데, 별도 항목으로 조사된 교재비중 정규 교재비는 저렴하므로
그 대부분이 과외 관련 교재비라 간주하면, 과외비 총액은 13.9조원에 달한다. 소보원(1997)
이 추정한 미취학 어린이의 1인당 월평균 과외비(각종 과외비 외에 학원 교재비, 학원 차량
비 및 유치원 간식비 포함)는 8.6만원, 초등학생은 9.6만원, 중학생은 12.5만원, 고교생은
11.2만원이며, 96년도 과외비(교내 보충수업비 포함) 총액은 13.4조원이다. 그리고, 윤정일 외
(1997)가 추정한 96년도 초중등생의 과외비 총액(교내 보충수업비 제외)은 9.4조원이다.
각 조사기관의 표본과 조사항목들이 약간씩 다르므로 과외비 추정액은 큰 차이를 보인
다. 1996년 과외비를 13.5조원으로 보면, 그것은 공교육비 총액인 22.7조원의 약 59%이며,
GDP 389.8조원의 약 3.5%에 달한다.
그런데, 공은배 외(1994)에 따르면 1994년도 유치원 및 초중등 학생의 총과외비 5.8조원
중 무려 48%인 2.8조원이 재능특기 학원비이며(이 구성비를 1996년도 그대로 적용하면, 총
과외비 13.5조원 중 약 6.5조원), 그 중 2.1조원을 초등생이 지출하고 있다. 취학전 아동이나
초등학생에게 시키는 예체능 과외가 정서교육이나 전인교육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초등
학교가 적절한 실질적인 예체능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므로 정규 교육을 파
괴하거나 비생산적이기는커녕 그 정반대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정방지대책위원회
(1994, pp.50-51)가 학부모들과의 면담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예체능 과목이 어려운데다
내신에 들어 있고 또한 고교로 갈수록 학습시간이 귀해지므로 비교적 한가한 초등 및 중학
교에서 미리 준비시키는 학부모도 적지 않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 과외비의 가계 부담 정도
위에서 살펴본 학생 1인당 평균 과외비는 문자 그대로 평균치이며, 개별 학생들의 과외
비는 실로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사교육비 부담주체는 가구이며, 가구별로 소득도 상이하고
자녀수와 자녀의 연령( 및 다니는 학교 급)에 따라 교육비 부담총액이 달라지므로, 사교육비
(과외비)의 부담 및 부담 인식정도는 가구별 조사로 파악될 수 있다.
소보원(1997) 자료에 따르면, 과외비의 가계소득에 대한 비율이 10% 미만인 가구가 전체
의 약 ⅔(63.7%)를 차지하나, 20% 이상인 가구도 8.3%나 된다. 그런데, 과외비가 어느 정도
경제적 부담을 주느냐는 다소 주관적인 질문에 대해 과외를 시키는 가구 중 "매우 부담된
다"는 가구는 29.4%이고 "약간 부담된다"는 가구는 48.1%이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두고 대
부분의 연구자나 언론은 양자를 합쳐서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77.5%나 된다는 사실을 강
조하지만, "약간 부담되는" 정도를 "망국적"인 정도의 경제적 부담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
다.
그러면, 어떤 가구들이 "매우 부담"을 느끼고 있는가? 과외비에 매우 부담을 느끼는 가
구를 소득계층별로 보면, 월소득 300만원 가구까지 과외비 지출비율은 9.3-9.4%로 거의 동
일하며 400만원 이상인 가구의 그것은 7.4%로 낮아진다.(물론, 과외비 절대 금액은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평균 6.4만원이나, 400만원 이상인 가구는 37.2만원임). 그런데, 과외비
지출이 매우 부담된다는 가구의 비율은 월소득 150만원 미만과 200-299만원인 가구의 경우
전체 평균(29.4%)과 유사하나, 150-199만원 가구는 27.8%로 약간 낮은 반면 300-349만원인
고소득 가구는 오히려 33%로 전체 평균보다 상당히 높으며, 350만원 이상인 최고 소득 가
구 중에도 25%는 매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편, 통계청의 사회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1인당 월평균 과외비중 가장, 그리고 현저히,
높은 것은 대입재수생의 과외비(월평균 25.5만원)인데, 대학생의 학교납입금은 이보다 더 높
은 29.7만원(월평균)이다. 그리고, 1996년 현재 전 가구중 가구가 지출하는 과외비뿐만 아니
라 총교육비(학교 납입금과 고등교육비도 포함) 지출액이 "매우 부담된다"고 느끼는 가구의
비율은 불과 12%에 불과하며, 나머지 88%는 큰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있다. 후자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그 중에 전 가구의 51%에 달하는 학생 없는 가구들(교육비가 0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들을 제외하고서 학생이 있는 가구 중에서 총교육비가 매우 부담된다는
가구의 비율은 24%로서 4가구당 1가구 꼴이다. 그런데, 이들이 전부 과외비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각종 과외비로 부담을 느끼는 가구는 62.3%이며, 30.4%는 학교 납입금
(주로 대학납입금)을 주 요인으로 들고 있다. 따라서, 과외비 때문에 막대한 교육비 부담을
느끼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7.5%이고 학생을 가진 가구의 15.0%(=24%×62.3%)라 할 수 있
다.
이상으로 통계자료에 입각하여 과외비로 매우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학생을 둔 가구의
15-33%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 비율이 과도한가의 여부는 보는 이에 따라 다
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보자. 순전히 가상적이지만, 만약 정부
가 개별 학생의 과외비까지 직접 지원함으로써 가계의 과외비 부담을 완전히 덜어 준다면,
학부모들은 과외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양질의 저렴한 과외
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과외의 양성화 내지 자유화 대책을 국민들은 반대하지 않을 것
이다. 이것은 과중한 과외비 부담을 과외 망국론의 핵심으로 보는 주장이 다소 피상적임을
반증하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3. 공교육 실태
상술한 과외 실태는 공교육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중등학교 공교육이
개별 학생들의 학습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킨다면 과외란 애당초 존립할 수 없다. 우리의 공
교육은 왜 학생들을 과외로 내몰고 있는가?
우리 나라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1970년의 62.1명에서 97년 35.1명으로 크게 감소하
였다. 그런데, 중등학교의 그것은 여전히 높으며, 특히 인문계 고교 학급당 학생수는 70년
60.1명에서 97년에 49.6명으로 약 17%(10명) 감소하였으나, 아직도 영국 22명, 미국 23명, 뉴
질랜드 16명 등에 비하면 약 2배나 된다(단, 일본은 31명).
미국 교육부(1998, p.9)가 초중등학교에서 학급당 학생수가 교육성과에 미치는 효과에 관
한 지난 20여년간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교육성과를 상당
히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상에서 20명 이내로 줄이면 50분위
이상 학생들의 평균 성취도가 60분위 이상의 그것으로 상승하며,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에서 학급당 학생수를 15-20명으로 줄일 때 현저한 효과가 나타난다(1대 1의 개별 지도로
줄임에 따라 계속 증가함).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전무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교육부는 과다한 학급당
학생수가 아니라 교사들의 무성의가 교육실패의 주요 요인이라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
나, 우리의 현실은 "선생님들의 의욕과 정성"만으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다른 물리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그것은 바로 학급내 학생들의 이질성 문제이다. 현재, 중등학교 학급의
이질성은 학교 교육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정도이다.
"한 중학교 2학년 교사의 지적에 의하면, 그 학교 2학년 학생의 수학 과목의 수준은 초
등학교 4, 5학년 수준에서부터 고등학교 1, 2학년 수준에까지 걸쳐져 있다고 한다. 그러
나 학교 수업은 이러한 학생들의 심각한 수준 차이를 무시하고 학업 성취 수준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을 한 교실에 수용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 학력 우수 학생은 배울
것이 없어 지루하게 앉아 있고, 학력 부진 학생은 학습 의욕을 상실하여 알아듣지도 못
하고 그냥 칠판만 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조난심 외, 1998, p.18).
"우리 반에서 성적이 아주 좋거나 나쁜 아이들의 학부형이 면담을 하면, 저는 교사라
는 직분을 망각하고 과외지도를 권하곤 합니다. 서로 능력이 다른 아이들을 모아놓고
우열반 편성도 안 된다고 하고 선택과목을 택하게 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내용을 배
우지도 못하게 합니다. 한 학급 학생수가 많아서 제가 능력별로 분담해 나누어 가르치
지도 못해요."(부정방지대책위원회, 1994, p.6
중등학교 학급내 성적편차가 이다지도 큰 것은 "획일적 교육", 즉 선행 학습에서의 결손
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수업, 연공서열식 임금제처럼 학년만 차면 상급 학년으로 진급
하며 추첨으로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평준화정책의 당연한 귀결이다. 70년에 초등학교 졸업
자 80만 명 중 66%인 53만 명이 중학교로, 중학교 졸업자 31만 명중 70%인 22만 명이 고
교로 진학하였으나, 97년에는 초등학교 졸업자 65만 명이 거의 모두 중학교로, 중학교 졸업
자 83만 명이 거의 모두 고교로 진학하고 있다. 따라서, 1968년의 평준화 이전에는 입학시험
으로 선발하였기 때문에 학교별로 어느 정도 균질적 학생들이 진학하였으나, 97년 평준화
지역의 각 "학급내 성적분포"는 68년 이전과는 달리 각 "지역내 학생 전체의 성적분포"와
거의 동일하다! 이것은 평준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현상이다. 더구나, 중등학교 고학
년으로 올라감에 따라 학습내용이 많아지고 어려워질수록 획일적 교육은 학급내 성적편차를
더욱 확대하고, 성적편차가 클수록 획일성의 정도도 커진다. 그리하여, 양자는 상호작용하여
누적적으로 확대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위에서 포괄적으로 "공교육 부실"이라 부른 상태는 사실 여러 요인에 기인하며 상술한
학급당 학생수, 학급편성방식 및 교육평가방식 이외에, 부실한 교육과정에도 기인한다. 종래
교육전문가들의 고유 영역으로 신성시된 교육과정에 대해 소보원(1997)은 교육소비자의 입
장에서 선진국의 교육과정과 일일이 대조하며 그 불합리성을 질타하고 있다. 학교 수업으로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교과목수, 각 교과목의 난해한 수준 및 과다한 하위 교수 항목
등은 교육의 설계도부터 잘못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교실 수업이 획일적인 것과 꼭
마찬가지로, "전인교육"을 "전과목 교육"으로 호도하여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강요한다. 이
런 설계도가 중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교육전문가들의 교육적·애국적 열망에 기초
하며 전공 분야 교사-교수들의 기득권 다툼에 얼룩진 것이 아니더라도, 설계대로 시공이 불
가능한 것이라면 부실한 설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외가 발생하는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이유는 중등 공교육의 이러한 부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너그럽게 표현하여 "부실"이지, 엄밀히 말하면 공교육의 "파멸"이
나 다름없다.
Ⅲ. 새로운 과외 대책의 문제점
지금까지 과외를 유발하는 주요인은 언제나 대학입시제도였고, 드디어 교육부(1998)는
2002년부터 "무시험 대입 전형제도"를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수능과외를 유발
한 수능시험은 더욱 쉽게 출제하고 국영수 위주 본고사는 계속 금지하여 과외의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한편, 학업성적 외에 재능, 특기, 봉사활동 등 다양한 자료를 수록한 학
생부와 면접 고사만으로 선발하도록 유도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위 I 및 II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외를 유발하는 근본 요인은 획일적 교육이었다.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준별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학생들의 능력과 적성
에 따른 교육이 실시할 계획이다. 이것은 과외를 크게 줄일 획기적 조치이다. 그런데, 내신
의 절대평가 계획은 슬며시 철회되고, 과목별 석차제를 계속 적용한다고 한다. 이하에서는
이들이 과외 및 한국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1. 대학 무시험제
교육부가 계획하고 있는 "대학 무시험 전형제"는 문자 그대로의 "무시험제"나 "추첨제"
는 아니지만, "무시험 추첨제"를 먼저 고찰해 보자. 왜 우리는 일찍이 중등학교 평준화를 연
장하여 "대학 평준화"까지 시행하지 않았을까? 입시 과외란 분명히 대학입시 때문에 발생하
므로 대학입시 자체를 없애면, 입시과외가 확실하고도 영구히 이 땅에서 소멸하지 않겠는
가? 현재 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존재하지도 않은 중학교 입시를 위한 과외를 받지는 않지
만, 대학 입시까지 내다보는 합리적인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를 위한 과외를 유치원부터 시
키고 있다. 따라서, 기업 등 고용자들이 대졸자를 무시험 추첨제로 선발하지 않는 限, 현재
중등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수-학습 마비 사태가 대학까지 파급됨은 물론, 극단적으로는
취업 과외가 유치원부터 대졸자 취업 재수생에까지 번질 수도 있다.
각급 학교 입시와 채용 시험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우스꽝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
로 중국은 1966-76년 문화혁명 기간 동안 학력에 의한 진학 선발제를 폐지하고 人性·黨性
등에 입각한 조기 선발 및 현장 교육훈련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사상 유례없는 교육 대실험
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아 교육이 완전
히 붕괴하였기 때문에, 중국은 1977년 12월 180도 선회하여 학력에 기초한 입시를 재도입하
였다.
동서양·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학습이 즐거운 것은 아닌 듯하다. 울
프(Wolf, 1996)는 짧지 않은 대중 교육(mass education)의 역사에서 굳게 확립된 한가지 실
망할만한 결론으로 "거의 모든 교육체계에서 대다수 학생들의 내재적 학습동기(학습 주제에
대한 흥미에서 나오는 동기로서 더 많이 알거나 지적 숙련도를 높이려는 욕구)는 취약하며,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서의 성공이 사회에서 성공할 기회를 잡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그
리고 그러한 정도만큼, 열심히 공부할 뿐이다."라는 점을 들고 있다. 중국 학생도 예외는 아
니다. 成人들도 시험성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성적에 유인을 부여해야 열심히 공부한
다. 하물며, 청소년 학생들이야!
현재 중국 학생들도 명문교(keypoint schools) 진학을 위한 과열 과외에 시달리고 있으
며, 중국 정부는 명문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며 각 군(county)에 1-2개교씩 전국적으로
1,000개교를 육성하는 한편, 93년부터 평등주의(egalitarianism)와 연공서열식 교사보수제를
타파하고 성과급으로 전환하였다(Lewin, 1997). 중국은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평등
주의에 대한 공격이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에까지 확장되어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자녀의 진
학을 돕는 정도는 꽤 놀라울 만하다."(Dore, 1997, p.196)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나라는 자
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자유주의에 대한 공격이 교육의 자유에까지 확장되어 자녀에게
고액 과외교육을 시키는 것조차 처벌하고 있다.
교육에서 성취도를 평가하는 시험(exam)의 3대 목적은 학생에게는 학습 유인을 제공하
고, 상급학교나 채용자에게는 선발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며, 교사와 교육당국에게는 교육의
개선 및 감독(monitoring)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험 성적이 학생들을 차별화
하고 차후의 기회(진학, 취업 등) 획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high-stake) 정보로 사용될
때, 그 선발 기능 때문에 시험이 강력한 학습촉진 기능을 갖는다. 바로 이 때문에 시험이란,
특히 수능고사처럼 학교 외부 시험일 경우, 그 수준, 내용 및 형식이 학교 내에서의 교수-
학습 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시험에 나올 만한 것만 학습하려
하고 교사도 그런 것만 가르치려 하는 시험의 역류효과(backwash effects)가 세계 어느 곳
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Somerset, 1997).
우리 나라의 경우, 중등학교가 대학입시의 거센 역류에 시달리면서 정상적인 교육을 지
키기는커녕 입시위주 교육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과열 과외가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의 귀중한 사례는 이 잡으려 절간을 불태우는 우를 경고하고 있다.
다음은 그 외에 일본과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교육의 모습들이다..
[외국의 사교육] 일본 1
초등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 과외학원인 주쿠 (塾)에 다닌다. 비용은 천차만별. 여
름.겨울방학과 골든위크 (4월말~5월초의 황금 연휴) 때 특강까지 하는 명문 중.고진학 전문
주쿠의 경우 한달 수업비가 평균 7만엔 (약80만원)에 이르지만 대학생 아르바이트 강사를
쓰는 평범한 주쿠는 1만5천엔 (약 17만원) 정도를 받는다.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한
극성 학부모들도 있다. '게이오 (慶應) 보이' 라는 유행어도 있을 정도. 즉 게이오대 부설
유치원에 입학할 경우 게이오 중.고를 거쳐 게이오대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
유치원 입학경쟁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그러나 대체로 일반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다. 공립 중.고교를 거쳐 평범한 대학에 가는 경우 과외교육은 대개 초등학교 때 음
악.미술 등 취미활동에 그친다. 1주일에 한번 받는 과외비용은 월 7천엔 (8만원) 정도. 또 일
본의 뺄 수 없는 사교육비중 하나는 대학 재수생들에게 들어가는 학원비. 매달 5만엔 (약
57만원) 정도가 지출된다. 일본에서 학부모 평균재산이 가장 많은 대학은 국립인 도쿄대학.
집안이 부유할수록 사교육비 등 교육투자를 많이한 결과다. 일본 문부성도 국민세금으로 운
영되는 도쿄대학에 부유층 자제들이 대거 몰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마땅한 답변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
[외국의 사교육] 일본 2
초등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 과외학원인 주쿠 (塾)에 다닌다.
비용은 천차만별. 여름.겨울방학과 골든위크 (4월말~5월초의 황금 연휴) 때 특강까지 하는
명문 중.고진학 전문 주쿠의 경우 한 달 수업비가 평균 7만엔 (약80만원)에 이르지만 대학생
아르바이트 강사를 쓰는 평범한 주쿠는 1만5천엔 (약 17만원) 정도를 받는다. 자녀를 명문대
에 진학시키기 위한 극성 학부모들도 있다. '게이오 (慶應) 보이' 라는 유행어도 있을 정도.
즉 게이오대 부설 유치원에 입학할 경우 게이오 중.고를 거쳐 게이오대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 유치원 입학경쟁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그러나 대체로 일반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다.
[외국의 사교육] 일본 3
공립 중.고교를 거쳐 평범한 대학에 가는 경우 과외교육은 대개 초등학교 때 음악.미술 등
취미활동에 그친다. 1주일에 한번 받는 과외비용은 월 7천엔 (8만원) 정도. 또 일본의 뺄 수
없는 사교육비중 하나는 대학 재수생들에게 들어가는 학원비. 매달 5만엔 (약 57만원) 정도
가 지출된다. 일본에서 학부모 평균재산이 가장 많은 대학은 국립인 도쿄대학. 집안이 부유
할수록 사교육비 등 교육투자를 많이한 결과다. 일본 문부성도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도쿄
대학에 부유층 자제들이 대거 몰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
[외국의 사교육] 미국
지난달 18일 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시의 사설학원 '뉴 스쿨 오브 노던 버지니아' 는 6주
일간의 코스를 시작했다. 수강료는 7백45달러 (약1백4만원) .오는 6월6일 수능시험 (SAT)에
대비하는 코스로 테스트 4번, 강의 6번, 워크숍 6번 등 모두 16번의 수업으로 꾸며지며 한번
수업은 3시간씩. 학생은 한 교실에 8~12명이다. 이 학원은 거대 규모의 학원그룹인 '프린스
턴 리뷰' 의 페어팩스 분원. 지난 81년 15명의 수강생만으로 시작한 프린스턴 리뷰는 96년
7만여명의수강생을 배출하며 미 전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학원으로 급성장했다. 수능을
잘 봐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수능점수를 올리기 위한 과외가
없을 수 없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 중 몇 %가 과외를 받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학
군 좋은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약 절반 정도가
대입을 앞두고 학원에 다닌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다. 프린스턴 리뷰의 경우처럼 6주일 코
스의 수강료가 7백달러가 넘으니 미중산층 가정으로서도 한번에 선뜻 내기엔 부담이 되는
돈이다. 하지만 몇 년씩 계속 대야 하는 과외비가 아니라 수능을 앞두고 한번 지출하는 돈
이라 생각하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그러나 학원 대신 개인교사에게 배우려면 보통 시간
당 40달러 (약5만6천원) 정도가 든다. 음악레슨의 경우 돈이 더 든다. 음악을 전공할 생각이
아니라면 시간당 20달러 정도에 배울 수 있으나 음악전공을 목표로 하는 경우는 '선생님'
에 따라 차이가 난다. <중앙일보>
2. 내신 석차제
2002년부터 시행될 수준별 교육체계 하에서 내신제의 골격은 "학교생활부의 교과성적은
현행과 같이 수·우·미·양·가 형식의 평어(절대평가 방식)와 과목별로 계열별 석차(상대
평가 방식)를 모두 기록"하는 것이며, 이것은 "96. 8월, 2000학년도부터 절대평가 전면 도입
방침을 공식 수정하는 것"(교육부, 1998)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수준별 교육을 도입하더라도 상대평가를 적용하면 과외의 유인이 별로 줄지 않을 것은
아래와 같이 설명될 수 있다. 간단하게, 수준별 교육이 잘 이루어져서 능력이 비슷한 학생들
이 절대 평가 기준으로는 학교 공부만으로 똑같이 어떤 성적(예컨대, "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절대평가제를 적용한다면 그들은 과외를 할 유인이 없다. 그러나, 이들
에게 계열별 석차로 상대 평가를 적용한다면, 하나라도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더욱 열
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교사가 서로 경쟁하는 학생들 중의 어느 누구를 더 잘 지도하
거나 그들이 모두 동일한 석차를 받도록 지도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학생들은 III장 2절의 과
외게임에 몰두하게 된다. 또한, 과외비를 수업료 인상이나 교육세 증대로 흡수한다면, 공교
육의 전반적 질은 향상되겠지만 자기 자녀의 석차를 높이지는 못하므로 과외 유인이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과외 유발뿐만 아니라, 석차 경쟁 제도는 교육적으로도 중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로,
교내 동료들과 같이 학습하며 서로 돕는 일은 자신의 석차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으므로, 현
재도 그러하지만 장차 계속 기피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하에서 "도덕이나 예절에 관
한 교육은 학생들이 지적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교사가 확고한 신념과 열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도한다"(밑줄 추가)(교육부,
1997, p.90)는 제7차 교육과정의 도덕 교과 교수·학습 방침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학습이
주된 활동인 학교에서 경쟁적 동료의 학습을 도와주면 그 피해가 바로 내신성적 하락으로
되돌아오도록 해두고서 서로 도우라고 가르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둘째로, 한 학교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교육과 평가를 어떻게 하든 그들의 성적은 언제
나 당연히 1등부터 꼴찌까지 나타나므로,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육적 성과를 향상시킬 유인
도 없으며, 관심을 가진 제3자(교육행정 당국, 상급학교, 학부모 등)도 학교나 교사들의 성과
를 관찰하고 평가할 수 없다. 그러한 제도하에서 어느 교사가 각 학생의 능력의 한계까지
지식과 기술을 깨우치도록 가르칠 수 있는 교직의 전문성을 개발하려 노력하겠는가?
Ⅳ. 결론
1, 교육의 발전을 위해 사교육이 가야할 길
누구나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교육이외에도 밖에서 더 학습할 수 있는 권
리가있다. 학교교육을 통해 충분하게 배우지 못한 것을 보충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학원
을 다니고 과외를 하는 것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을 문제 삼는
것은 사교육을 공급해 주는 사람들이 교육을 다루는 방식이 부도덕하기 때문이다. 쉽게 표
현하면 '학교야 어찌되던지 우리는 돈만 벌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원을 운영한
다.
이번 족집게과외 사기사건에서 드러났던 바와 같이 우리는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돈을버는 형태의 과외는 모두 외면해야 한다.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사교육을 인정해야
한다면앞으로 사교육은 학교교육을 선점 즉 미리 빼앗아가는 형태가 아니라, 학교교육의 보
충과 보완기능으로 존재해야 하며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는 형태여야 한다. 돈으로 학
교교육을 파행으로 이끌고 돈으로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차등화시키는 일체의 행위는 중단해
야 될 것이다. 오로지 점수를 올리기 위해 학기와 학년을 앞당겨 가르치고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을 소외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은 저렴한 비용의 양질의
서비스여야 한다. 학생들모두가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능력에 관계없이 학습권을 보장받는
형태의 사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사교육은 개인이 교육으로 장사를 하
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교육서비스기구로 발전해 가야 한다. 현재 사교육
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사교육공급자들은우리 아이들을 상대로만 장사를 할 것이 아니
라 눈을 크게 멀리 떠서 세계시장에 수출할 정도의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는 편이 국가
의 경제발전과 학생들을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
다. 사교육의 방향전환이 필요한 것은 입시위주의 성적올리기식사교육은 곧 한계에 부딪
칠 운명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2. 학부모의 사교육 줄이기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제 망국적인 사교육 문제는 학부모 개개인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해 가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학교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에 학교교육이 충실해 질때까지 '내돈가지
고 내마음대로 한다'는 식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은 버려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내실화
는 모두가 원하는 바이지만 이는 하루, 이틀 사이에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요구
되는 일이다. 이제부터 사교육을 줄이는 노력이 학생과 학부모, 사회와 국가가 사는 길이고
우리교육이21세기를 대비하는 길이다. 우리나라가 교육복지 국가로 가는 길이다. 이제 우리
는 내아이하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교육관을 버리고, 우리 아이들 모두가 잘되는
공동체적교육관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같이 사교육은 건
전한 방식으로만 존재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교육이 누구에게나 부모의 경제적인
지위에 관계없이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누리게 하고 저마다 타고난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하려면 '돈으로 해결하는 교육'은 자취를 감추어야 한다. 이번 족집게과외 사건과
같은 '범법으로 이어지는 교육'은 사라져야 한다. 이제 학부모들은 공교육의 부실을 탓하기
전에 공교육을 함께 끌어안고 발전시키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가가 재정적으로나 제
도적으로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학교교사가 자신들이 맡은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학교가 학생들에게 즐거운 학교가 되도록 학부모는 앞으로 협력을 아끼
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