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이미애 역. 서울: 민음사. p.165.
해님을 바라보다 포즈한 해바리기님. Andrew
<안양천에 핀 두 송이 꽃>
안양천 좌우로 잘 조성된 자전거길. 동호인이 아니더라도 노인, 여성, 아이는 물론 우리 부부에게 땀내기에 아주 적합한 운동 코스이다. 안양천은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청계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광명시를 거쳐 한강에 합류하기까지 흐른다. 1984년 필자가 광명으로 이사 올 당시 공장과 농경지 폐수로 인한 악취는 이제 사라지고 잉어 떼가 장관을 이룰 정도로 버들치, 피라미와 백로, 해오라기 등 조류가 찾는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특히 최상류인 관악구 신림동과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있는 삼성산에 원효, 의상, 윤필 세 고승이 신라 문무왕 17년(677년)에 지은 암자 삼막사가 있는데 세 고승을 정화해 三聖山이라 한다.
또한 ‘안양’ 이란 호칭은 900년 고려 시조 왕건(재위 918~943)이 금주(시흥), 과주(과천) 등의 고을을 정벌하기 위하여 이곳을 지나가다 능정이란 스님을 만나 안양 유원지 서북쪽에 있는 ‘安養寺’(안양사)를 세운 유서 전설에 기인한다.
이처럼 안양천은 유명한 고승들과 고려 태조가 남긴 역사 얼이 35.1km에 걸쳐 유구히 흘러가고 있다. 필자는 끝나는 지점 한강을 거쳐 광명에서 천호동까지 라이딩한 후, 차에 싣고 춘천에 간 적이 있다. 아내와 둘이 안양천 상류 호계대교까지 저녁 늦도록 왕복한 추억도 있다. 라이딩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체 운동으로 필자에겐 최적이며 손쉽게 핸들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주일 오후 창밖의 하늘이 너무 푸르러 저 새털구름 속을 달리고픈 충동이 뇌리를 감싼다. 즉시 신분증만 챙겨 천천히 아파트를 벗어나 시흥대교 아래로 페달을 밟는다. 거기에는 열심히 걷는 사람들, 배드민턴, 족구, 꼬마들까지 라이딩하거나 가족들과 옹기종기 함께 모여 앉아 봄 내음 향기에 취해 마냥 행복한 모습뿐이다.
해 질 무렵 귀갓길에 자전거 사고로 한 주 입원한 일이 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하게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가해자 친구가 평안하게 도와주기 때문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오늘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①구로성심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인데, 안양천 화초에 넋이 나간 카메라가 발목을 잡는다. 캐나다 넓은 평원에 비할 바 아니지만 짙푸른 잔디밭이 흐르는 맑은 물에 뿌리를 깊이 내린 듯 생기발랄하게 환영해 준다. 강변 중앙에 정성스럽게 가꾼 화초들, 특히 빨간 대형 장미 Dame de coeur, 금빛 노랑 장미 Sutter’s Gold, 고온에서 크림 장미-저온일 때 초록빛 장미 Tikene 등 자연 화장한 예쁜 얼굴들이 인기가 드높다.
저기 좀 봐. 자전거가 뒹구는데도 마스크까지 벗어 던진 채, 장미, 해바라기 향기에 취한 여성 라이더가 벌과 나비보다 더 바쁜 표정이야. 사진 한 컷 부탁하길래 구도와 원근 잡아가며 셔터를 몇 번 눌러주니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가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구나.
천변에 활짝 핀 저 풍성한 꽃들 보게나. 먹이 사냥에 나선 벌, 나비 심지어 비둘기까지 꽃잎이 찢어지도록 극성부리며 쪼고 꿀을 빨고 바닥까지 훑어가는데도 한결같이 웃어주는 여름꽃들은 속이 텅 빈 강정인가. 무더위에도 땀 한 방울 흘릴 새 없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조금 전 ②물리치료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제1장을 읽는데 섬뜩
간호사와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다.
황폐한 돌짝 고랑이 깊이 팼고 사방에 가시와 엉겅퀴가 우거져 있는 외딴 비탈로 쓰레기 악취마저 풍겨 돼지들이 코 박고 다니던 습지라네요.
이 자리에 교회 건물을 지어 건물 외벽도 웅장하고 훌륭하지. 안에서는 파이프 오르간의 찬양 멜로디가 리듬을 타는데 저자는 기독교의 비애처럼 들린다네요. 예배 전부터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수많은 인파 속에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까지 도움받아 참여하고요. 창가의 화초 상자에는 화려한 꽃이 즐비하게 피어 있네요. 그런데 Woolf 저자는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왜요?)
교회에 들어갈 권리는 있어도 그럴 생각은 없다네요.
아마도 안내인이 세례증서나 사제 장의 소개장을 보여 달라고 요청할 것이기에.
잠긴 문밖에 있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
아니 잠긴 문 안에 있는 것이 더욱 나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네요. p.24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예요.
교회 내부의 모습 좀 보실래요.
성전 건축하기 전 모습이라네요. 황폐한 돌짝 고랑이 그대로 패여 있고, 가시 엉겅퀴가 우거져 있고, 쓰레기 악취가 풍겨 돼지들이 코 박고 뒈지며 다니는 습지라네요.
.
p.26쪽을 읽는데 초인종이 울리자 간호사가 커튼을 젖히고 다시 다가와 좌측 허리춤에 전기 충격기를 네 군데 꽂는다. 필자는 어안이 벙벙하다. 15분 정도 지나자 초음파 젤로 통증 부위를 마구 문지른다. 허리 찜질기에 생긴 땀까지 마지막 닦는 모양이다.
간호사님!
지금 치료의 손길이 등살 눈물샘이 터져 줄줄 흐르는 눈물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시는 수고를 하시네요.
물리치료를 마치고 나오는데 7~8명의 간호사가 환하게 웃으며 바라본다. 그중에 <자기 앞의 생>을 읽었다는 간호사도 서 있다.
<자기만의 방>에서 본 창가의 화초 상자에 즐비하게 피어 있는 화려한 꽃은 웃을 줄을 모르는구나.
<안양천에 뿌리를 내린 화초>의 모습. 먹이 사냥에 나선 벌, 나비 심지어 비둘기까지 꽃잎이 찢어지도록 극성부리며 쪼고 꿀을 빨아가도 한결같이 웃어주는 여름꽃은 마냥 행복하구나.
저자는 꼬리 없는 고양이를 보자 무언가 결핍된 느낌을 받고 방 밖으로 나간다.
성전을 위해 왕과 귀족들이 거대한 자루에 보물을 담아 땅 밑에 붓는 모습이 떠오를 때,
2000파운드에 일 년을 울어야 하고, 30000파운드에 온갖 일을 다 하는 모든 여성의 가난한 경멸의 종이 터져 그녀 가슴을 채운다.
“내가 버는 돈은 마지막 동전 한 푼까지도 빼앗길 것이고, 내 남편의 현명한 처사에 따라 장학 기금이나 연구원 기금으로 기부하는 데 쓰일 것이다”
“헐벗은 땅에 헐벗은 벽을 세워 올리는 것이 나와 다른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목사에게 13명의 아이를 낳아준 우리 어머니들을 골똘히 생각하자.
마침내 저자는 ‘분노와 웃음’ 이날의 구겨진 껍질을 말아서 울타리 밖으로 내던져버려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혈관 속에서 흘러나오는 Tennyson의 노래가 발걸음을 경쾌하게 방안으로 인도.
문가의 시계꽃 덩굴에서
빛나는 눈물이 떨어졌지.
그녀는 오고 있다네.
나의 비둘기, 나의 연인.
내 마음은 노래하는 새,
둥지는 물오른 여린 가지에 있고.
내 마음은 사과나무.
가지는 무성한 과일로 휘어지고.
July 10th 2021
Andrew <자기만의 방, 1장>에 핀 안양천 꽃 (구로성심병원은 안양천 하류, 고척돔 앞에 있다.)
(필자 해설) 시계꽃(Passion Flower) 추출물
전쟁, 업무, 성차별, Fiction & Nonfiction 등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 통증, 불면증, 히스테리 및 천식, 우울증의 치료제로 유용하다는 데, Adeline Virginia Woolf 저자가 Tennyson이 쓴 그의 시를 인용하면서 Passion Flower의 효용까지 알아내어 추출물을 마시고, <자기만의 방>에서 자신의 고질적인 우울증이 치료되어 계속 활동하였더라면 Feminist로 세계대전까지 정복하는 귀족 출신의 여걸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전쟁 전 오찬에서 남자들의 콧노래?> 문가의 시계꽃 덩굴에서 빛나는 눈물이 떨어졌지. 그녀는 오고 있다네. 나의 비둘기, 나의 연인. 그녀가 오고 있다네, 나의 생명, 나의 운명. 붉은 장미가 외치지, “그녀가 가까이 왔어, 가까이 왔어.” 백장미는 흐느끼네. “그녀는 늦는군.” 제비꽃이 귀 기울이지, “나에게 들려, 들을 수 있어.” 백합은 속삭이네,“나는 기다리고 있어.”
<전쟁 전 오찬에서 여자들의 콧노래?> 내 마음은 노래하는 새, 둥지는 물오른 여린 가지에 있고. 내 마음은 사과나무, 가지는 무성한 과일로 휘어지고. 내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를 노 저어 가고.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보다 기쁘다네. 내 사랑 나에게 왔기에.
| There has fallen a splendid tear From the passion-flower at the gate. She is coming, my dove, my dear; She is coming, my life, my fate; The red rose cries, ‘She is near, she is near’; And the white rose weeps, ‘She is late’; The larkspur listens, ‘I hear, I hear’; And the lily whispers, ‘I wait.’
My heart is like a singing bird Whose nest is in a water’d shoot; My heart is like an apple tree Whose boughs are bent with thick-set fruit; My heart is like a rainbow shell That paddles in a halcyon sea; My heart is gladder than all these Because my love is come to me.
Autumn Oct. 19:23. p.30 <전문> |
<자기만의 방> 시, 80 년만 일찍 만났다면/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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