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0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룰루 밀러 지음, 2020, 정지인 옮김, 2021, 총300쪽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그렇다. 정말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이 책은 1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지막 13장의 소제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다. 이 말을 위키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틴어: deus ex machina)는 문학 작품에서 결말을 짓거나 갈등을 풀기 위해 뜬금없는 사건을 일으키는 플롯 장치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기계 장치로 (연극 무대에) 내려온 신"(god from the machine)이라는 뜻이다. 호라티우스는 시학(Ars Poetica)에서 시인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신을 등장시켜선 안된다고 일렀다. 신고전주의 문학 비평에서 갑작스러운 기적으로 풀리는 이야기는 나쁜 연극의 특징이다. 가끔씩 신을 나타내는 라틴어 deus를 여성형으로 바꿔 'dea ex machina'라고 쓰기도 한다.]
그만큼 이 책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 David Starr Jordan (January 19, 1851 – September 19, 1931)의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로 나온다. 중첩된 구조 속에서 촘촘하게 짜여진 플롯도 플롯이지만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어찌나 달콤한지 읽는 내내 시처럼 혹은 소설이나 동화처럼 느껴졌다. 르포(보고기사)조차도 서정적이어서 파스텔화로 채색되어 그려졌다. 그래도 사실 나처럼 빨리 결말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더 경이로운 것은 캐럴 계숙 윤이라는 진화생물학 박사의 책 [자연에 이름붙이기named nature)]라는 책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여러 가지 책들, 데이비드가 남긴 글과 그림들을 근거로 추리해서 답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독특한 직업인 분기학자(cladist)라는 직업을 통해 우리가 생물을 명명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해 준 점도 흥미로웠다. 이 책 235쪽에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이 책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분기학자들은 어떤 특징들이 다른 특징들보다 더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들이 거쳐 간 시간의 흐름을 가장 신빙성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공통의 진화적 참신함'이라고 부른 특징들, 그러니까 새롭게 추가된 특징들이었다. 이를 테면 완전히 새로운 더듬이라든가 반짝이는 노란 지느러미 같은 것들 말이다. 모델에 추가된 참신한 업그레이드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면 그 새로운 특징에 따라 생물들이 거쳐 간 다양한 버전들을 추적할 수 있고 더 큰 확신을 갖고 누구 누구를 낳았는지 단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쥐는 날개가 달린 설치류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낙타와 훨씬 더 가깝고 고래는 실제로 유제류(발굽이 있는 동물로, 사슴이 속한 과)라는 사실이 그렇다. 또한 새들이 공룡이라는 사실, 버섯은 식물처럼 느껴지기지는 하지만 사실은 동물과 훨씬 가깝다.
폐어와 소는 둘 다 호흡을 하게 해주는 폐와 유사한 기관이 있지만 연어에게는 없다. 폐어와 소는 둘 다 후두개가 있다. 연어는 후두개가 없다. 그리고 폐어의 심장은 연어의 심장보다는 소의 심장과 구조가 더 비슷하다. 이런 설명들이 계속 이어지며 마침내 폐어는 연어보다는 소와 가깝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어류'가 견고한 진화적 범주라는 말은 실제로 완전히 헛소리라는 말은 진실이다. 캐럴 계숙 윤의 설명을 빌리면 그것은 마치 '빨간 점이 있는 동물'이 한 범주에 속한다는 말이거나 '시끄러운 모든 포유동물은 한 범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원한다는 그런 범주를 만들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하는 범주라는 것이다.(239~240)
왜 어류의 범주 없음에 대해 이토록 깊은 연구를 했는가? 그것은 바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스탠포드 대학 초대총장이자 어류학자 였던 사람 때문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이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과학 전문기자라고 한다. 덧붙이자면 이 저자 룰루 밀러는 방송계의 퓰리처상인 피버디상( peabody award)을 받았고 15년 넘게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이 굉장한 인기를 끌던 작년 여름에 이 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닐 슈빈의 [내 안의 물고기 your inner fish]를 읽었었다. 그 책은 인간이 물고기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 짐작과는 완전히 빗나간 색다른 종류의 스릴과 스서펜스가 공존하여 나의 편도체와 노르에피네프린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색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