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에 글로벌 소비자 시장 조사업체인 독일의 GfK사에서
세계 22개국 국민을 상대로 한 요리에 관한 설문조사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보았다. GfK에서 15세이상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주당 평균 요리시간, 요리에 관한 지식 그리고 요리에 대한 열정 등 3개 부문을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22개국 중 한국이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주당 평균 요리 시간만 놓고 보면 22개국 세계 평균이 6.4 시간인데 비해 한국은 3.7시간으로 하루에 30분남짓 시간을 요리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fK 는 “한국과 브라질. 터키처럼 저렴 거리 음식이 풍부한 국가들의 요리시간이
적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주당 평균 요리시간 별 각국 통계를 보면 인도가 13.2 시간으로 1위를 차지하였고 영국 미국이 5.9시간으로 13위, 중국이
5.8시간으로 15위, 프랑스가
5.5시간으로 18위 그리고 터키가 4.9시간으로 21위를 차지하였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먹는 방송은 열심히 보지만 실제로 요리하는 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남자가 부엌에 들락거리면 고추가 떨어 진다는 옛 말을 핑계 삼아 나도
음식을 먹을 줄만 알았지 손수 해 먹을 줄 모르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 후유증으로 인하여 2년전 내가 산티아고 순례여행을 하고 돌아와 두고 두고 후회한 일이 있다. 순례여행을
하면서 내가 머문 순례자 숙소인 Albergue에는 약 60%-70%
이상이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의 문외한인
내가 주방에서 손수 만든 음식을 동료순례자들과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깊은 정을 나누지 못한 일을 지금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필자가 순례 여행을 하면서 현지 성당에서 열린 순례자를 위한 축복미사에 몇 번 참여한 일이 있다. 미사가 현지어로 진행되어 미사 시간 중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지루한 가운데서도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순서가
되면 신이 난다. “May God’s peace be with you!” 라고 옆에 앉은 낮 선 사람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면 순간적으로 무아지경에 빠져 순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진정한 평화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를 한자로 平和라고 표기 하는데 한자에 담긴 뜻을 뜯어서 살펴보면 “밥을 공평하게 함께 나눈다.”라는 해석이 가능해 진다. 잘 아시다시피 화할 和자는 벼禾와 입口자의 합성어이며 그 앞에 수식어가 평평할 平자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필자가 손수 지은 밥을 함께 나누며 동료 순례자들과 진정한 평화의 축복을 나누지 못한
일을 후회하는 마음을 이해 하실 수 있으리라고 추측 해 봅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후 순례 길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한가지 요리 솜씨를 익혀서 순례 길에서 동료순례자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아주 좋은 일이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잘못하면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 재료인 계란을 사서 풀고 소시지를 썰어 넣고 복음 밥을 만들거나 라면을 끓여서 동료순례자들에게 대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번 해본 소리 같습니다만 손수 장만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순례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내가 순례 길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낮 선 순례자들과 어울린 순간들이 좋은 추억 거리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모두들 동의 하시리라 믿습니다.
기왕에 요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일상의 먹는 일로 돌아와 이야기를 계속 해 보려고 합니다.
가정주부들이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을 싫어하고 외식을 선호하는 시대 추세에 맞추어 요즘 기업형 한식 뷔페와
건강식단의 밥집이 인기를 누리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부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최근 “자연
별곡”이라는 한식 뷔페 식당이 하나 생겼다. 제철 식 자료를 사용하여 전통음식을 재해석하여 손님에게 별미를 맛 보이게
한다는 기치를 내 걸고 생긴 식당이다. 이식당은 음식을 먹기를 좋아하나 손수 하기를 싫어하는 가정주부와
그 가족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가격은 평일 중식이 성인 일인당 12,900원이고 저녁과 주말 공휴일이 19,900원이다. 제대로 된 한정식을 먹으려면 점심 때
최저 25,000원 그리고 저녁에 최저 40,000원을 지불
해야 하므로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괜찮은 편이다.
다만 본인이 직접 식사를 갖다 먹어 야 하는 셀프서비스라는 점과 공개된 장소에서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또 다른 동네 밥집은 청국장과 보리밥 그리고 4월의 보리밥집이다. 가격은 청국장이 8000원 그리고 사월의 보리밥집 보리밥 정식이 8,500원 수준이다.
간혹 내가 주중에 볼일이 있어 다른 곳으로 가 식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우선 끌리는 식당이름을 중심으로 한끼 식사를 할 곳을 찾아 본다. 예를 들면, 상가 지하실 같은 곳에 있는 가정 식 백반, 시골 밥상, 000네 식당 등 가급적 신토불이(身土不二)의 냄새가 풍기는 식당을 찾아 가본다. 며칠 전에는 외출했다가 “이모 밥 줘!” 라는 간판만 을 보고 식당에 들어 간 일이 있다. 김치찌개, 코다리 찜, 계란 말이 등이 그날 그 식당의 메뉴로 지정되어 기대했던 것 보다 맛있고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어릴 적에 신토불이(身土不二)음식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나이가 든 지금도 옛날에 먹던 전통 음식을 좋아한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신토불이의 채소와 인체의 건강과의 관계를 설명한 부분이 있어 참고로 여기에 소개 한다:
토마토, 딸기, 대추, 구기자, 오미자는 붉은 색의 채소로서 화(火)의 기운으로 심장, 소장 혀를 관장하고 쓴맛이 대표적이다. 감, 당근, 단호박은 황색채소로서 토(土)의 기운으로 입, 위 비장을 돋우며 단맛이 우세하다. 무, 연근, 도라지는 흰색채소로서 금(金)의 기운으로 폐, 대장, 코를 관장하고 매운맛이 주이다. 서리태, 흑미, 검정깨 는 검정색 채소로서 수(水)의 기운을 가지며 신장, 귀, 방광, 뼈를 구성하며 짠 맛이 대표 적이다. 녹황색 채소는 목(木)의 기운으로 담과 간장, 근육, 눈을 도우며, 신맛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집에서 밥을 해 먹던 외식을 하건 색이 선명하게 살아 있는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할 이유가
분명 해 진다.
食 이란 산스크리트어로 ahara 표기하며 “끌어
당겨 보존해 나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교 초기 경전인 증일아함경에 의하면 “모든
법은 먹는 것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음식이 없으면 존재 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먹는 행위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공자의 일상생활기록이 담긴 논어 향당편에 공자의 까다로운 식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밥은 흰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고,
회는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다.
밥이 쉬거나 생선이 상하거나 고기가 썩은 것은 먹지 않으셨고, 빛깔이 나쁜
것은 머지 않으셨고, 냄새가 나쁜 것은 먹지 않으셨고, 알맞게
익혀지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셨고, 제철의 것이 아니면 먹지 않으셨고,
반듯하게 썰지 않았으면 먹지 않으셨고, 간이 맞지 않으면 먹지 않으셨다. 고기가 많아도 밥보다 많이 먹지 않으셨다. 술만은 일정한 양이 없으셨으나, 난잡해지기까지는
이르지 않으셨고….”
불가에서 고행이 수행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중생의 육신이나 성자의 법신을 존재하는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먹는
행위 즉 食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공자님 또한 식성이 까다롭지만 음식과 술을 즐겨 드시며 옥체를 잘 보존
하셨으며 당시만 해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73세까지 장수하시며 인류정신문화에 금자탑을 쌓아 올린
성현의 삶을 사셨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식 재료를 고르는 일에서 조리하는 방법까지 IT 시대에도 아날로그적인
요리의 정성을 솥아 부어야만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식당 밥만 먹고 허기진 세대를 위하여 가족들이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밥상을 잘 차리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여겨진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가족들이 식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계절에 알맞은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서 가족간의 사랑이 스며 들 수 있는 정이 담긴 대화를 나누며 가정 내 옛날 식 밥상 공동체
문화를 지켜나가자!!!!!
食以爲天(식이위천). 사람이 살아 가는데 먹는 것이 으뜸이다.
You are what you eat: 네가 먹는 것이 곧 너 자신이다. 이 격언은 사람은 육체를 지닌 인간이기 때문에 의, 식, 주 특히 일상의 먹는 것을 통하여 내면적 깊이를 그대로 드러내기
마련이다라는 뜻을 내포 하고 있다.
오늘은 밥상 공동체에 관하여 두서없이 늘어 놓았습니다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첫댓글 필부필부의 느낌을 설득력있는 말씀으로 승화시켜 주시네요. 고고한 심성은 접어두시고 항상 현장에 최선을 다 하시는 정해균대감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너무 무거운 것 같아 우스게 한마디, 참으로 오래전 LA 가서 박대현 동기를 만났을때 둘이서 Amigo라는 골프장에서 한 라운딩 하면서 들은 말입니다. 잘먹고 잘 살아라 하면서 eat well, live well (you are what you eat 보다는 편한 표현?) 이라고 설명까지 하더군요. 먹고 사는 것이 밑바탕이라는 뜻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접한 우리 탱이들은 우리의 "밥상 공동체"를 충분히 이해하시리가 믿으면서, "통역장교 제 11기 공동밥상 모임"에 빠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