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은 김치면, 틈새 라면, 왕뚜껑, 무파마 뚝배기, 生生 우동, 짬뽕 왕뚜껑, 김치 왕뚜껑, 맛있는 라면, 큰사발 사리곰탕, 큰사발 짜파게티, 큰사발 튀김우동, 참깨라면, 큰사발 육개장…….
언제 이렇게 다양한 왕뚜껑 라면이 많아졌는가? 도큐먼터리 영화 '워낭소리' 보러가 표를 사고 시간이 좀 남아 근처를 배회하다 편의점에 들어가 발견한 왕두껑 이름들. 차가운 밀크 카페라떼도 진열되어 있었다. 9백 원 주고 사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만드는 법을 조교시범을 통해 배웠다. 그런 다음 앉으니 마주 보고 쳐다 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라면 왕두껑 이름들.
이 둥그런 뚜껑들을 보니 웃음이 났다. 라면과 삼각김밥과 아이스크림과 과자 사이에 앉아 커피를 마시니 노래 '싸구려 커피' 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카페라떼는 원래 우유 탄 것 맞는데 여기 제품은 친절하게도 밀크라는 말을 앞에 또 붙였다. 밀크 카페라떼. 그런데 내가 마셔보니 밀크 맛은 아니고 일회용 봉지에 담긴 소위 다방커피 비율의 가루처럼 밀가루 같은 하얀 가루 냄새가 났다.
어제 목욕탕 분위기 맥도날드 커피 2천 원짜리에서 오늘은 라면에 둘러싸여 마시는 편의점 9백 원짜리로. 나날이 추락한다. 마이크로웨이브, 뜨거운 물 그리고 앉아서 먹을 탁자와 의자 까지 있어 아 그래서 편의점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독립영화나 도큐먼터리 등 별로 관객이 안 드는 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유명한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큐먼터리를 돈내고 극장에서 본 것도 처음이다. 뜨거운 물 부어 마시는 편의점 밀크 카페라떼도 처음이고. 오늘은 전부 처음이다.
시간이 되어 들어간 영화관. 할아버지 할머니 소가 주연인 이 영화 '워낭소리' 를 보며, 낄낄 소리 내 웃다가, 소문 듣고 미리 준비해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다가 하다가 나왔다. 워낭은 소 목에 걸린 방울. 움직이거나 하면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 영화 값 7천원 안 아까웠다. 얼마 전 수백만 명이 관람했다는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공짜로 틀어주기에 보다가, 보다가 보다가 결국 끝까지 못보고 중도하차한 , 그 미남 미녀들이 나온 영화보다 훨씬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