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MaaS)는 모든 이동 수단을 통합해서 사용자에게 최적의 루트를 제공합니다
모빌리티(Mobility) 분야에서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은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쏘카, 그린카 등 카셰어링은 이미 익숙한 서비스고, 따릉이 같은 자전거 공유 서비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를 공유하는 서비스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도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카이스트 대전 캠퍼스 내에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탈 수 있는 모든 이동 수단이 공유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죠. 이제 사람들은 이동 수단을 직접 소유할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쉽게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공유의 개념을 더 확대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서비스로서의 이동 수단’을 의미하는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입니다. 마스는 버스, 택시, 철도, 공유 자동차 등 이동 수단에 대한 정보를 통합하여 사용자에게 최적의 루트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마치 버스와 지하철을 교통카드로 환승하듯이, 마스를 이용하면 기존 교통수단에 공유 서비스까지 하나로 통합하여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동킥보드부터 KTX까지, 마스 하나로 OK
공유 자전거부터 자동차와 기차까지, 미래에는 모든 이동 수단을 통합 연계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마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볼까요? 그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대전정부청사까지 마스로 이동해보겠습니다. 캠퍼스에서 신촌역까지는 ‘공유 전동킥보드’로 이동하고, 신촌역에서 서울역까지는 ‘버스’를,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는 ‘KTX’를 이용한 후, 마지막으로 대전정부청사까지는 ‘공유 자동차’를 탈 수 있겠죠.
각각의 이동 수단은 도착시간에 맞춰 예약부터 결제까지 일괄적으로 처리됩니다. 또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면허가 없을 경우, 마스는 공유 자동차가 아닌 택시나 버스를 사용자에게 추천해주겠죠. 시간 여유가 있는 이용자에게는 공유 자전거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즉, 사용자 관점에서 이동 수단을 통합 제공하는 것이 마스의 핵심입니다.
마스의 대표 주자, 핀란드의 휨(Whim)
핀란드의 휨은 모든 이동 수단을 엮어주는 대표적인 마스 서비스입니다
대표적인 마스 서비스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마스 글로벌(MaaS Global)이 2016년에 선보인 휨(Whim)입니다. 휨은 핀란드 정부와 헬싱키 교통국, 통신장비 회사인 에릭슨,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 등이 참여해 민관이 함께 만든 모빌리티 서비스입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트램, 버스, 택시, 렌터카, 오토바이, 공공자전거 등 모든 이동 수단을 엮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제공합니다. 각각의 이동 수단을 한 번에 결제할 수도 있어서 더욱 편리하죠. 특히 다양한 월 정액 요금제를 제공하며 자주 이용하는 이동 수단을 묶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마스로 하나되는 미래의 통합 교통 서비스
유럽 마스 연합에 따르면, 0단계부터 4단계까지 마스의 수준을 나눌 수 있습니다
유럽의 마스 연합(MaaS Alliance)에 따르면, 마스는 이동 수단을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0단계부터 도시의 효율적인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책으로 활용되는 4단계까지, 총 5단계의 레벨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단계는 구글맵,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등 지도 서비스에서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2단계는 독일의 무블(Moovel), 일본의 마이루트(my route), 이스라엘의 무빗(Moovit) 등이 있습니다. 3단계는 앞서 예로 든 핀란드의 휨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3단계에 속하는 휨이 마스 서비스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음 4단계는 아직 연구 중인 마스의 최종 방향입니다.
마스가 4단계까지 발전하게 되면, 도시 교통 인프라를 지금보다 훨씬 개선할 수 있습니다. 마스 서비스가 자리 잡는다면 차량의 통행량을 감소시켜 교통 체증 완화는 물론, 주차난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충분한 양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환경 오염까지 줄일 수 있겠죠. 무엇보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교통 정책을 수립하여 운영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해외만큼 활성화된 마스 서비스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훌륭한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모바일로 버스 경로와 도착시간을 확인하고, 승차 공유 서비스와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며 모든 교통수단을 모바일로 편하게 결제할 수 있죠. 이처럼 마스가 갖춰야 할 개별 인프라는 이미 준비된 상황입니다. 이제는 교통 서비스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왔습니다. 다행히 최근 지자체들과 기업들이 마스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머지않아 핀란드의 휨보다 더 뛰어난 마스 서비스가 한국에서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