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적자 한도증액 건을 바라보면서 2011.8.1
미국이 재정적자 한도 증액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우선 당장은 다행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동안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했던 셈이 되고 말았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만들어내는 신용창조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거기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니 미국은 물론 여타 세계가 걱정할 수밖에.
나라의 경제에 있어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하면 이를 기초로 하여 일반 은행들이 더 많은 액수의 대출을 일으키는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한다. 이때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돈을 본원통화라고 하고 신용창조를 통해 더 많은 통화가 생겨난다.
오늘날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사실상 세계 경제에 있어 본원통화의 공급과도 같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
앞서의 개념을 연장해보면 미국 경제는 본원경제인 셈이고 나머지 글로벌 경제는 파생경제라 말할 수 있겠다. 강의 상류에 비가 내려야 그 물이 중류와 하류 유역을 적시고 땅은 비옥해져서 풍작을 보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아, 나 지금 이 형님이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아, 좀 부축해줄래?’하니까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썽님!’ 하고 세계가 일제히 제창한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를 지켜보면서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은 이거 ‘완존’ 스테로이드구나 싶은 생각이다. 양적 완화나 재정적자 증액 이 모두 당장은 효과가 있어 상황을 진정시키지만 나중에는 대단한 부작용을 수반하는 스테로이드 성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글로벌 스테로이드 경제!
아무튼 뭐 좋다, 지난 금요일 증시 막판에 콜 옵션을 약간 매수해서 오늘 월요일 아침에 느긋이 나와 더블 가격에 맛있게 얌얌 팔아먹으니 기분이야 좋다. (좋습니다, 갈 데까지 가보시자구요!)
사실 미국은 이제 亡兆(망조)가 들었다. 미국 국민들은 이제 분열되고 갈라졌다.
여야 강경파의 목소리가 강해지니 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않는다. 下院(하원)에서야 열나게 싸우더라도 미국을 사실상 이끌어가는 上院(상원)에서는 언제나 우아하고 조용하게 타협이 되었기에 미국 정치에 큰 격랑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상원에서조차 좀처럼 협상이 이루어지기 않았으니 미국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 분명하고 미국 전체가 분열된 것이다.
분열되면 힘이 없어지고 힘이 없어지면 분열되니 세상의 당연한 이치이다.
물론 그렇다고 글로벌 제국 미국이 조석지간에 문패를 내릴 일이야 없겠지만, 조짐은 이미 현저하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제국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겨도 쉽사리 망하지 않는다, 위기에 대응하는 탄력이 살아있는 한 곤경과 시련을 견디면서 다시 회복이 된다.
그렇다면 제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점에 대해 한수 가르쳐준 사람이 있다.
2008 년에 만 99 세의 나이로 타계한 영국 역사학자의 가르침이다. 우리나리로 치면 백세를 살았으니 대단한 지혜를 가질 법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프랭크 윌리엄 월뱅크(F.W.WalbanK)란 분인데, 서양 고대사 학자로서 특히 헬레니즘 역사에 정통하셨던 분이다. 이 분이 남긴 책 중에 헬레니즘 세계, The Hellenistic World 라는 책이 있다. 국내에도 번역 출판되었다.
그 책의 말미에 월뱅크는 ‘체제나 제국이 무너지는 것은 결국 재능 있는 사람들이 상층부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막힐 때’라고 말하고 있다.
실로 적지 않은 동서양의 역사서를 읽었지만 월뱅크의 저 간단한 지적이야말로 단순하지만 탁월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여긴다.
체제나 제국이나 또 나라는 부정부패로 무너지는 것도 아니요, 외부의 거센 압력에 의해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상층부 내지는 기득권으로 진입하는 문호가 닫히고 나면 결국 탄력을 상실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무너진다는 얘기인데 이 얼마나 심플하고 명료한가!
인간 사회는 사회라는 말 자체가 조직을 의미하기에 조직이 있는 한 권력질서가 있기 마련이다. 이에 권력층이나 기득권층이 존재하기 마련인 법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新陳代謝(신진대사)를 통해 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능력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로 부단히 채워지는 한편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태되는 구조라면 어떤 체제든 또는 이념을 가졌든 간에 탄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능력 있고 식견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시정하고 개선해갈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을 본다면 현재 미국이 앞서 망조가 들었다는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그냥 몰락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 하는 것을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 하겠다.
분열된 미국이지만 그 분열을 다시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들이 미국 내부에 존재하고 또 그들이 상층부로 올라서는 한 미국의 몰락을 점치기는 빠른 것이다.
오바마는 흑인 대통령이다.
소수 계층이고 하층 계층 출신인 오바마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미국이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가 아니겠는가!
미국이 어려움을 맞이한 시점에서 오바마가 당선되었다는 것은 따라서 참 묘한 느낌을 준다. 어렵긴 하지만 극복 가능한 미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는 상징으로서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인 것이다.
최근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역시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오바마의 대표적인 복지 정책이 바로 의료보험 개혁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미국이다.
이번 재정적자 한도 증액 건이 유달리 진통을 치른 것도 복지에 대한 요구와 건전재정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충돌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사정은 미국보다 좋은 편이지만 복지 물결에 휩싸여 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머잖은 세월에 북한을 우리가 떠안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우리 재정 문제 역시 한 순간에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 틀림없다.
이번 호우에 서울 서초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고 사망자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초 강남 이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는 哀悼(애도)가 아니라 나름 고소하다는 느낌이 역력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정치권의 재벌 때리기와 부자 혐오 유발성 발언들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도 같지만, 그런 일시적인 것을 떠나 우리 역시 놀라울 정도로 분열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복지 논쟁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세를 이루고 있으니 내년 총선과 대선은 역대 최악의 무책임한 선거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
음양오행 상으로 살필 때 복지 논쟁은 2016 년 정도가 되면 진정이 될 것으로 본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복지 운운 하기에는 우리 현실도 절박해져 있을 것이기에 절로 대다수 국민도 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 이젠 비가 지겹다, 고만 좀 하자.
[출처]<a href='http://www.hohodang.com/?bbs/view.php?id=free_style&no=660' target='_blank'>호호당 블로그</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