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어있는 돼지 섬, 저도 탐방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里에 딸린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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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삼월 초 이래날.
한 바퀴 더 도는 달 음력 삼월, 귀신도 손 놓고 노는 윤삼월이다.
19년에 7번 오는 썩은 달, 공짜 달, 덤으로 얻은 달, 복덩어리 달,
귀신도 손 놓고 쉰다는 공달이다.
인간이 좀 불경스러운 일을 해도 신의 노여움을 크게 사지 않는
달로 액이 끼지 않아 산소나 이장과 이사하는데 안성맞춤이다.
어른신들 조용히 하늘갈 때 입을 삼베 수의(壽衣)도 짓는다.
수의(壽衣)에는 실매듭과 호주머니가 없는데 사람이 죽을 땐 다 풀고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란다.
광주역광장 산행버스 안이 시끌벅적하다.
멀쩡하던 날씨가 금요일만 되면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고,
혹한으로 금년 내내 속을 썩이던 금요일 날씨가 오늘은 유쾌 상쾌 명쾌
하다못해 통쾌하기 때문이다.
총무가 만석(45인승)이라고 말한다.
날씨가 좋아서일까, 마산 저도비치로드라는 상품성이 좋아서일까!
오랜만에 들어본 소리, 아니 올 들어 처음 들어본 소리다.
욕심 같아서는 보조의자 몇 개는 더 놓아야 하지 않을까했지만 그것은
웃자고 하는 욕심이겠지.
저도(猪島)는 “도섬”이라고도 하는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里에 딸린 섬이다.
남해로 돌출한 구산반도의 서쪽 해상에 있으며 섬의 모양이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뻗어 있으며 구릉성 산지를 이루고 있다.
주변 경관이 수려하며 바닷물 속에서 고기가 노니는 모습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맑다.
새해 첫날에는 일출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일대가 북적인다는 곳이다.
피는가 싶더니 벌써 진 벚꽃에 상심한 게 엊그제인데
어느새 낮 기온이 성큼 올라 사람들 손엔 아이스커피가 들리고,
그것도 잠시 갑자기 몰아닥친 강한 비바람에 혼란스러운 계절의
감각으로 우리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봄 날씨에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짧은
길목에서 스치듯 만난 봄은
제멋대로이고 심술만 부리고 아쉬움만 주는 게 요즘의 봄이다.
이렇게 훌쩍 가버린다면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우리들에 봄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산행버스는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 마산으로 접어들었고 길 좁은
지방도를 이리 저리 달려 저도에 도착 했다.
1987년 육지와 저도를 잇는 길이 170m, 너비 3m, 높이 13.5m의
인도(人道)용 철제 연륙교가 가설되었는데,
그 후 길이 182m, 너비 13m의 차도(車道)용 신 연륙교가 2004년
12월에 나란히 옆에 개통되었다.
연륙교부터 저도해변 일대는 마산 자연발생유원지로 지정되었다.
기존의 연륙교는 관광명소로 보존되고 있는데,
전쟁의 무의미함을 묘사한 미국영화 “콰이江의 다리”를 닮았다 하여
“한국의 콰이江의 다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디서 영화주제곡에 삽입된 힘찬 휘파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다리는 노효정이 감독한 영화 (인디언 서머 Indian Summer)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영화 (인디언 서머)는,
사형선고를 받은 이 신영(이 미연)이 항소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후,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변호사 서 준화(박 신양)와
이곳에서 이틀간을 보낸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손을 잡고 끝까지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다리 위에서 빨간 장미 100송이를 주면서 프러포즈를 하면 사랑이
맺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북동쪽 해안은 경사가 완만하고 작은 만입(灣入)이 발달하였으나,
남서쪽 해안은 소형 선박도 접안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른 해식애로
이루어져 있다.
낙지, 도다리, 노래미 등이 많이 잡히고,
북동쪽 연안에서는 홍합, 굴 등의 양식이 활발하다.
오늘은 산행이라기보다 비치로드를 걷는다는 것이 더 좋을듯하다.
저도주차장(비치로드 시작점)에서 출발:-
제1전망대 -제2전망대 -사각정자 -코스분기점 -제1 바다구경 길
-제2 바다구경 길 -제3 바다구경 길 -정상가는 길 -용두산 정상
-되돌아와서 -코스합류점 -하포길 -저도연륙교 건너 -팔각정으로
가는 코스다.
오늘은 모든 회원들이 산행에 동참했다.
날씨도 좋고, 산책길이 넓고 잘 정비되어 있어 무리가 없었고,
각자 능력에 맞게 코스별로 가다 분기점에서 최단거리로 내려오면
되는 산행이었기 때문이다.
저도비치로드는 하포마을일원에 조성된 총연장 8.1km의 산책길이다.
아는 사람들만 알던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휴양공간이
산책길로 변한 것이다.
넉넉잡아 3시간이면 완주하는 그리 길지 않은 코스지만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전망대, 체력과 시간적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단축코스도
마련돼 있었다.
“걷기 좋다”라는 말은 비치로드를 딛는 순간 첫 느낌이었다.
산길이지만 2-3명이 나란히 함께 걸을 수 있을 만큼 넓고 잘다져진
길은 신작로를 걷는 기분이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맑고 상쾌하고
왼쪽으로 구산면 원전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정면에는 거제 앞바다가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 고성군이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해변 가를 걸으면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보였다.
크고 작은 배들이 섬처럼 박혀 움직임이 없었고,
양식어장에 처 놓은 스틸로펌이 하얀 수련처럼 피어있다.
어디서 뱃고동 소리가 울리고 확성기노래소리가 연기처럼 퍼져 흐른다.
바다구경 길에서는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맨발을 적시며 걷는 회원들도
있었다.
연륙교부근 횟집에 들렸더니 먼저 온 회원들이 조개구이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우리 일행도 합석하여 멍게, 해삼안주에 막걸리를 마셨다.
아내에게 주려고 해삼과 멍게를 사서 얼음 넣은 스틸로펌상자에 포장해
달랬다.
한국의 콰이江의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젊은 연인 한 쌍이 다리에서 사랑을 하고 있는데 난간에는 각기 모양이
다른 수십 개나 되는 자물쇠가 걸려있다.
무슨 의미일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팔각정에서 돼지고기볶음에 상추쌈을 곁들인 하산酒를 먹었다.
날씨 탓인지 회원들은 기분이 좋았고 술이 날개달린 듯 사라진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린 함양휴게소에서 회원 한사람이 타지 않았는데
산행버스가 모르고 출발을 해버렸다.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이 사실을 알았지만 차는 돌릴 수는 없는 것,
뒤늦게 이 회원이 화물차를 타고 복귀했지만 1시간을 고속도로 갓길에서
초조하게 기다려야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인생사 다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닌가.
(2012년 4월 27일)
첫댓글 우째 이런일이... 만석이라는데 한사람을 놓치다니!!!
오랫만에 화창한 날에 취해 그랬나 봅니다...
신창동생! 개콘 대사같은 댓글에 웃음을 금할 수 없다네,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