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칼럼 하촌 류재호
부안 변산반도 트레킹
청포도 익어가는 7월이다
온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당에서 멍석 깔고 누워 자도 좋았던 옛 시절이 생각난다.
생풀 냄새 향긋한 모깃불에 눌른국수 꽁댕이 구어먹고 입가 한번 쓱 문지르고 누우면 하늘에선 총총한 별들이 반짝반짝.
모깃불 사이로 반딧불이 날아 다니고.밤 늦게 까지 개구리가 울어대던 여름밤의 풍경이 새삼 그립다.
모두가 정감 넘치는 풍경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이르키는 계절이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갈까 휴가철이라 계획 세우느라 분주하다.
필자는 항상 지인들과 많이 다녔는데 모처럼 온 가족이 시간을 내어 2박 3일 부안 변산반도 트레킹을 하기로 정했다.
2시간을 달려 격포항을 지나 고사포항 숙소에 도착.중식후 이름도 재미있는 '마실길'을 따라 해변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바다를 따라 마을과 마을을 있는 마실길 대나무 숲의 운치는 으뜸이다.지금걷고있는 이 길은 2009년 개통 되었으며 2011년 국토부 선정 해안 누리길로 지정된후 매년 100만명씩 탐방객이 찿고있다.
3코스인 이 해변길은 적벽강 노을길이라 불리며 성천마을~하섬전망대~반원마을~쉼터~적벽강~격포항에 이르는 7KM 구간이다.
새우 모양을 닮은 하섬 전망대 방향으로 가다보면 반원 마을의 노거수에서 황금 노을을 바라보며 중국 송나라 소동파 시인이
즐겨 찿았던 곳과 흡사하다는 적벽강과 이어지는 작은 당사구에 이른다.
소동파 시인이 필화 사건으로 죄를 얻어 호북성의 황주에 유배되었을때.1082년 가을(음력7월)과 겨울(음력10월)에 황지우
성밖의 적벽에서 배를타고 노닐면서 지은시를 소개해본다.
전 적벽부(前 赤壁賦) 소식 소동파(蘇軾 蘇東坡.1037~1101)
임술지추.칠월기망.(壬戌之秋.七月旣望)
소자여객범주(蘇子與客泛舟) 유어적벽지하(遊於赤壁之下)
임술년 가을 칠월 십육일.나는(蘇子) 손님과 더불어 배를 띠워.적벽 아래에서 노니는데.
청풍서래.수파불흥(淸風徐來.水波不興)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물결은 고요하더라.
거주속객.송명월지시.가요조지장(擧酒屬客.誦明月之詩.歌窈窕之章)
술을 들어 손님에게 권하며 명월의 시를읊고 요조의 문장을 노래하네.
호호호.여풍허어풍.이부지소지(浩浩乎.如馮虛御風.而不知所止)
넓고 넓구나.허공을 밟고 바람을 타는듯 하여.멈출곳을 모르는듯.
필자는 적벽강 몽돌밭에서 쌍봉 가운데 폭포 물줄기가 선명한 명석 과 인연을 맺어 큰 행운을 얻어 기쁘기 그지없다.
여름 바다는 푸르다.절벽을 끼고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풍경은 일망무제(一望無際) 의 장관이다.
다비드 르브르통은<걷기예찬>에서.걷는 사람들의 길은 살아있다. 흙길이나 오솔길이나 삶의 밀도가 배어있다고 말한다.
산.들.바다가 어우러진 부안은 생거부안(生居扶安) 이란 명칭은 영조때 암행어사 박문수가 '어염시초(魚鹽柴草)'가 풍부해
부모를 봉양하기 좋은 곳이라하여 생거부안 이라고 말하여 부르게되었다.
변산(邊山)은 옛 부터 맛.풍경.이야기.세가지 즐거움이 있다하여 변산삼락(邊山三樂)이라 불렀다.
주변으로는 직소폭포.내소사.적벽강.모항.계화도.등 수많은 명소들이 많아 국내 유일의 산해절승(山海絶勝) 으로 유명하다.
손주(규범) 손녀(규림)와 어울려 물속에서 놀다 백사장을 걷다 이야기 나누며 느긋하게 걷다보니 격포항 채석강에 이르렀다.
7천 만년전 퇴적한 성층으로 이루어진 채석강은 1.5 KM 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말하며 1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며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졌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태백(李太白.701~762)이 채석강에서 술 마시고 노닐면서 지은시 한구절을 옮겨본다.
제(題) 파주문월(把酒問月.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 (一首)
청천유월내기시(靑天有月來幾時)
아금정배일문지(我今停杯一問之)
푸른 하늘의 달이여.언제부터 있었느냐?
나 지금 술잔을 멈추고 한번 물어보노라.
인반명월불가득(人攀明月不可得)
월행각여인상수(月行却與人相隨)
사람은 저 밝은달을 잡을수 없는데.
달이도리어 사람을 따라 오는구나.
닭이봉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위도와 칠산 앞바다를 볼수있다.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들은 변산반도의 위용을 높여준다.
귀경길에 고찰 선운사 를 둘러본후 TV 한번도 방영되지 않은 맛집 들마루에 앉아 풍천 금장어를 시식후 무사히 귀가했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라 더욱 멋지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것이다.
첫댓글 참으로 어릴적 느꼇던 순수한 감정을 재연할 수 있는 가족들과의 멋진 기행문
감명깊게 잘 보았읍니다.
언제나 가보아도 변산반도는 명승지중에 명승지이지요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