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앞두고 대선 패장 이재명 옥죄는 ‘사정 칼날’, 우연일까
- 경찰, 5월 들어 경기도청·성남시청 압수수색...이재명 파상 타격
- 민주당 이재명계 “검·경 합작으로 尹 취임식 선물 준비?” 반발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20대 대통령 취임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시대’ 개막을 앞둔 가운데, 사정기관들이 일제히 대선 패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향해 매섭게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지난 2일 경찰은 19·20대 성남시장을 역임한 이 고문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성남시청 전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 불충분에 따른 검찰 불송치로 결론을 내렸지만, 검찰 측의 보완수사 요청에 따라 자료 추가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 고문과 그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카 의혹’과 관련, 지난달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들 부부를 ‘국고손실 혐의 공범’으로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3.9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재명발(發) 의혹들에 대한 검·경 수사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적폐 수사’를 언급한 윤 당선인의 기조에 발맞춰 사정기관들이 이 고문 수사 압박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후속 타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사정기관의 ‘권력 눈치보기식’ 수사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3.9 대선 승자와 패자에 대한 검·경의 수사 기조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대통령 취임을 앞둔 윤 당선인의 ‘고발 사주 의혹’은 무혐의로 판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불기소 처분이 지난 6일 확정됐고, 배우자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최근 검찰이 내부적으로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반면 ‘대선 패장’ 이재명 상임고문과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정권이 전환되는 시점에서야 경찰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정가에선 윤 당선인의 취임 후 이 고문을 향한 검·경의 수사 강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비록 ‘정치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도 검·경의 잠정적 수사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돈다. 이른바 윤석열 정부의 영향력에 들게 될 사정기관들의 ‘선(先)이재명, 후(後)문재인 타격설’이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고문의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설이 급부상한 가운데 이뤄진 경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그 전조로 읽힌다.
일각에선 이러한 ‘사정 칼날’ 압박이 이 고문의 여의도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새 정부 집권 시기에 발맞춰 검·경이 기민하게 움직이자, 당초 정계 조기 등판에 회의적이었던 이 고문이 급기야 여의도 진출 결심을 굳힐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이재명계 인사들의 중평이다.
이재명 옥죄는 검·경 수사 칼날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 2일 이 고문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까지 불과 8일을 남겨둔 시점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6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압수수색에는 수사관 22명이 투입됐다. 성남시청 건축과, 도시계획과, 정보통신과, 정책기획과, 체육진흥과 등 5개 부서가 집중 수사 대상으로, 이 고문의 자택은 압수수색에서 제외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의 공개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던 만큼, 민주당에선 경찰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저격성 수사라며 “이재명 죽이기”라고 즉각 반발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핵심은 이 고문이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를 겸임하면서 2014∼2016년 두산, 네이버 등으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 토지용도 변경 등의 편의를 제공했는지 여부다. 2018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당시 바른미래당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고문이 대기업에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신 후원금으로 뇌물을 받았다며 검찰에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9월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 불송치로 일단락됐다. 이후 8개월여 만에 검찰 측 보완수사 요청을 이유로 대통령 취임일을 8일 앞두고 수사를 재개한 것.
앞서 지난달 4일에도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재명 부부의 법카(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 수사를 위해 경기도청 총무과, 조사담당관실, 의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제시된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고문이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국고손실죄 공범으로 적시됐고, 의전 업무를 봤던 배 모 사무관의 급여 등 5억5000여만 원이 국비 손실액으로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날도 압수수색과 함께 경기남부경찰청의 기자간담회가 병행됐다는 점이다. 경찰청 브리핑은 일정이 미리 공지되는 만큼,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경찰의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브리핑에서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며 “수사 진행 단계에서 필요한 절차에 맞춰 진행한 것일 뿐”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냈다.
민주당, 李 ‘압수수색’ 적신호에 “尹 취임 조공”
민주당은 자당 정치 자산이자 실질적 리더 격인 이재명 상임고문을 향한 검·경 수사 압박에 위기감과 반발 여론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경찰이 이 고문의 정치 기반인 경기도청과 성남시청을 각각 압수수색한 것을 놓고, 심지어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 서막이 올랐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대체로 격앙된 반응 일색이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윤석열 정부의 집권 시기에 맞춰 검·경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성남FC 건은 이미 지난해 무혐의로 결론이 난 사안인데, 희한하게도 ‘검찰 보완수사 지시’ 명목으로 윤 당선인 취임 일주일을 앞두고 경찰이 성남시청에 들이닥쳤다.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로만 볼 수 있는 사안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경이 (윤 당선인의) 취임 합작 선물을 준비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계 최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초선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과 부인(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기관들의 일관된 무혐의 처리 기류만 봐도 정권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라며 “어떻게 하나같이 (경기도청·성남시청) 압수수색 날짜와 (경기남부)경찰청 브리핑 일정이 절묘하게 겹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압수수색을 누군가에게 ‘어필’하려 했던 건 아닌지 그 여부는 국민들께서 판단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또 친문(親文, 친문재인)계 민주당 3선 의원은 “검·경의 현 수사 행태는 취임을 앞둔 윤석열 당선인과 보수정권에 바치는 조공과 다를 바 무엇”이라며 “명색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보복성 수사는 필연적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나. 이래서 검찰개혁이 더욱 필요했던 것”이라고 윤 당선인의 ‘정치 보복’ 의지가 이번 검·경 압수수색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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