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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독 여러분 ^^
유타루 작가님의 <젓가락 달인>, 출간 기념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출간 예정 도서인 저학년 대상의 <젓가락 달인>!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한 유타루 작가님의 출간 기념 인터뷰를 만나 보세요.
유타루 작가님은요!
1965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스와힐리어를 공부하였습니다. 문득 텅 빈 듯한 제 자신을 들여다본 후, 다니던 방송국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위로와 희망의 속삭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별이 뜨는 꽃담]으로 제1회 송순문학상을, [왕십리벌 달둥이]로 제7회 건국대학교 창작동화상을 수상했고, [한 줄의 반성문]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금동이네 김장 잔치], [김홍도], [방정환], [장영실], [허준], [불대장 망개], [내 마음의 나이테], [북정록], [남한산성의 눈물] 등이 있습니다.
<유타루 작가님 인터뷰>
1. 오랜만에 바람의아이들에서 즐거운 작품으로 함께 하시는 유타루 작가님! 그간 작가님 소식을 많이 궁금해하신 독자분들을 위해 선생님의 근황을 들려주세요. 라오스 여행도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라오스가 낯선 저와 같은 독자분들을 위해 여행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바람의아이들을 통해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동화에 관심을 갖고 글쓰기를 시작할 때, 아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가곤 했던 데가 바람의아이들이었죠. 저 뿐만 아니라 여러 글 작가, 그림 작가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편안한 출판사였죠. 아니, 글 집 그림 집이었죠.
그동안 쉰 것은 아니고 출판사 세 곳에서 여러 책들을 냈습니다.
라오스는 2년 전에 다녀왔습니다. 라오스에 둘째 형 가족이 살고 있어요. 형 부부는 선교와 엔지오 사업을 하고 있지요. 라오스 여행은 아홉이나 되는 가족이 함께해서 더욱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와 환경. 그 낯섦을 대하는 가족 각각의 태도는 여행을 여행답게 했답니다. 때문에 여행 내내 시끌벅적했죠.
지금도 인상적인 것은 라오스에는 나무가 많고 높은 건물이 드물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작은 소도시 같은 수도 비엔티엔을 벗어나면 나무들 천지예요. 외국 기업들이 공장을 짓는 곳은 머리 뜯긴 것처럼 숲이 사라지고 웅장한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요.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돼지들이 개처럼 길거리를 아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겁니다. 아, 또 있네요,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인데, 대통령 궁 정문에 경비가 한두 사람 밖에 없고, 후문에는 아예 경비가 없다는 거. 정문 후문 둘 다 활짝 열려 있었는데도 말이죠. 직접 눈으로 보면서 좀 얼떨떨했어요. 대통령 궁 주위를 차로 한 바퀴 돌아주면서 둘째 형이 그러더군요. 외국 사절이 와서, 경비가 왜 허술하냐고 묻자, 대통령이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나는 잘못한 일도, 죄지은 일도 별로 없어서 경비를 잘 안 해도 걱정 없습니다, 라고.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로 비엔티엔에서 국제적인 행사가 열린 걸로 아는데, 지금은 대통령궁 경비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합니다. 젓가락 달인의 모티브가 된, 쫀득쫀득한 카오리아오도 빼놓을 수 없는 라오스의 독특함이었습니다.
2. 작가의 말에서 ‘외국인선교부’에서 봉사활동을 하셨다고 이야기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다문화 가정을 가까이에서 접하셨기에 다문화에 대해 느끼시는 점이 남다를 듯해요. 활동을 하시며 선생님께서 느끼신 점들, 혹은 다문화에 대해 말씀 하시고 싶으신 것들이 있으시다면 이야기 들려주세요.
저는 집 근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외국인선교부가 있는데, 이란, 베트남, 중국, 몽골 사람들이 와서 예배를 드리죠. 저는 몽골 팀에서 사 년 째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선교부에 다문화 가정이 여럿 있습니다.
각종 뉴스매체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해 조명하고, 여러 문제들을 다루는 것을 여러분들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다른 언어와 생활 습관으로 인한 갈등, 생활에서의 왕따, 폭력, 이혼 문제들 말입니다.
외국인 선교부의 다문화 가정도 그런 상황에서 벗어났다 할 수 없습니다. 신앙 안에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또 극복해나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도 하지만,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은 항상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점들이 다문화 가정이 아닌, 일반적인 가정에도 있지요. 하지만 다문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칠 때 다르다는 것을, 달라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상호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가정과는 좀 달리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문화 가정의 울타리를 치는 순간 ‘그 특별한 다름’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원만한 가정을 위해서는 극복되어져야 할 것으로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다름이 극복되어지지 못하고 문제가 되고 갈등으로 불거지는 경우가 왕왕 생기니 안타까울 수밖에요.
어떤 문제와 갈등을 당사자들 스스로 해결하거나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고 봅니다. 다문화 가정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봐요.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더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다문화 가정 이웃들과 그 주변의 시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문화 가정을 따뜻하게, 다정한 이웃으로 받아주어야 합니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해요.
다문화 가정이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될 때 가장 깊은 상처를 받는 게 나이 어린 아이들이 아닌가 싶어요. 마음이 더욱 쓰이는 이유죠.
3. <젓가락 달인> 집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외국인 선교부 봉사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봉사 활동을 하면서 다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접했고, 특별히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이 결국 다문화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이끌어냈으니까요.
4. 선생님께서 <젓가락 달인>을 지으실 때, 혹은 <젓가락 달인>과 같은 저학년 동화를 집필하실 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무엇인지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문체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이 쉽고 편안하게 읽었으면 하니까요. 쉽고 편안하게 읽혀야 재미도 더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어려서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고모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참 잘했습니다. 먼 타동네에 사는 고모가 어쩌다 우리 집에 오면 형이랑 누나랑 고모 무릎 옆에서 떠날 줄 몰랐어요. 고모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었거든요. 똑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해도 재미있었어요. 왜 그랬나 생각해보면 아마도 어린 제가 충분히 알아들을 만큼 쉽게 이야기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재미가 있는 책은 오래 기억될 거예요. 오래 기억되는 동안 재미 속에 숨어 있는 글쓴이의 의도들을 발견하고 곱씹어보기도 할 테고요. 글쓴이의 지나친 바람이고 욕심인가요?
5. <젓가락 달인>에는 재미있고 쉬운 젓가락 권법들이 나옵니다. ‘악어 입 탁탁 권법’, ‘농게 집게발 수법’, ‘구리구리 딱따구리 권법’, ‘쏙쏙 족집게 수법’ 등 이러한 젓가락 권법 이름들은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또, 가장 마음에 드는 젓가락 권법이나 선생님만의 젓가락 권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재미와 생동감을 주기 위해 지은 이름들입니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젓가락 놀이가 되었으면 하고 지은 거예요. 그런데 제 나름으로 짓긴 지었지만 사실 아이들을 따라했다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천부적인 놀이 발명가들이잖아요. 어디에 있어도 아이들은 심심하지 않게 놀이를 만들어 내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그랬던 거 같고, 제 아들을 봐도 그렇고, 집 밖 놀이터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 교회 학교 아이들을 봐도 그래요.
나만의 젓가락 권법은, 글쎄요, 질문을 받고 생각했는데, ‘깜깜짝 눈 깜짝할 새 권법’을 써 보면 어떨까 해요. ‘깜깜짝 눈 깜짝할 새 권법’으로 다들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거죠.
그리고 한 가지 더요. 이 권법은 저뿐만 아니라 젓가락 권법이나 수법을 쓰는 사람들 모두가 따로 하나 더 가졌으면 하는 권법입니다. 수법이라고 해도 좋아요. 바로 ‘싹둑 싹둑 권법.’ 이 권법은 무조건 이기려고만 한다거나, 이기려고 상대방에게 욕을 퍼붓거나, 졌다고 토라져서 울거나, 경기 후에 서로 격려 하지 않고 등을 돌린다거나 하는 마음과 태도를 싹둑싹둑 잘라내는 권법이죠.
6. 작품 안에서 젓가락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삼십초 동안 쇠젓가락으로 콩을 열 개 이상 옮겨야 해요. 젓가락 초급, 중급, 고수, 달인에 대한 기준이 정확히 나와 있어,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이 젓가락질 어떤 단계에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것도 같습니다. 젓가락 달인이 되는 이 기준은 어떻게 정하셨을까요?
아, 이것은 전북 익산의 어느 한 초등학교 생활급수제에서 따온 거예요.
제가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웃을 했어요. 전북 부안에 있는 학교였어요. 그때 보이스카웃을 지도했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이 년 전에 선생님을 찾아가 뵈었어요. 보이스카웃을 한 이후 처음이었어요. 선생님은 익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되어 계셨어요. 거의 사십 년 만에 찾아뵌 건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이 제 친누나의 담임이기도 했는데, 누나는 선생님과 연락이 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누나랑 함께 찾아가 인사를 드렸던 겁니다. 그때 얘기를 나누다가 생활급수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학교 생활급수제에는 젓가락질도 있었고 끈 매듭짓기도 있었어요. 연필을 바르게 쥐고 애국가를 일절부터 사절까지 쓰는 것도 있었고요. 제가 얘기를 듣고 선생님께 그랬어요. 젓가락 얘기를 동화로 써보겠다고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흔쾌히 그러라며 아주 기뻐하셨어요.
선생님, 최일광 선생님, 항상 강건하시고 행복하셔요.
아 참, 그래요, 책에 나와 있는 단계와 권법으로 친구들끼리 젓가락 시합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또 가족이 모여 앉아 해보는 것도 권하고 싶어요.
7. 젓가락 대회의 마지막에서 우봉이가 다문화 가정의 친구 주은이를 이기고 젓가락 왕의 자리를 차지할지, 친구에게 양보를 할지 열린 결말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독자로써 우봉이의 선택이 너무너무 궁금하지만, 결말은 책을 읽으시는 독자분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 제 마음 안에서 나름의 결말을 생각해 보아요. ^^ 유타루 선생님께서 우봉이라면 대회의 마지막에 어떠한 결정을 내리실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왜냐하면 저는 누군가에게 양보를 잘 하는 사람이 못되거든요. 욕심도 많고 질투도 하거든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제가 우봉이라면 결국 주은이에게 젓가락 왕의 자리를 내주게 될 것 같아요. 주은이가 젓가락 왕이 되고 싶은 이유를 알고 있고, 그것이 주은이의 진심 어린 소망이라는 걸 아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봉이 눈에 콩깍지가 꽤 씌었잖아요. 우봉이가 주은이를 좋아하잖아요. 나이가 많건 적건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면 모든 걸 감싸주고 내어 줄 수 있는 거라고 봐요. ^ ^
8. 선생님의 작품들을 보면, 노인부터 아이까지, 등장인물 연령층의 폭이 굉장히 넓은 것 같아요. 일부러 작품에 폭넓은 연령층의 인물을 등장시키고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신경을 쓴다기보다 제 삶이 그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농촌에 성장 기반을 두었는데, 제가 어렸을 때 농촌은 노동집약형의 공동체였어요. 마을 공동체 안에는 갓난아기부터 센 머리의 노인까지 각 연령대가 촘촘했어요. 또 친인척 관계에 있어서도 그 폭이 넓었어요. 큰집 작은 집은 물론이고 외가댁, 오촌부터 팔촌 그 이상까지 왕래가 빈번하였으니까요. 때때로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꾸벅꾸벅 인사하곤 했어요. 사탕 하나가 귀하던 농촌이고 시절이었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게 아직도 몸에 배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연령층이 비교적 넓게 나오나 봐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넓은 연령층’에 대해 일부러라도 신경을 쓰고 싶어요. 핵가족화, 세대 간 소통, 공동체 의무와 책임 같은 문제들이 우리 사회에서 불거지고 있잖아요. 이런 문제들을 의식하면서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연령층과 다양성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짚어보고 싶습니다.
9.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하는 이책! 앞으로 <젓가락 달인>을 만나보실 독자분들께 <젓가락 달인>은 어떤 책인지, 어떤 독자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지, 자유롭게 이야기 들려주세요.
[젓가락 달인]은 건강한 사회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들을 나누어보고자 하는 책입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구성 요건은 많이 있을 겁니다. 이 책에서는 ‘차이’ 혹은 ‘다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차이와 다름이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 사회가 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사회든 경쟁은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사회는 지나치다 싶어요. 경쟁이 지나치면 강한 것만 눈에 띄기 십상 아닌가요. 강하다는 것은 승리를 말하고, 여기에서의 승리는 획일화된 결과물이나 다름없죠. 그런데 사회를 구성하는 본래의 것은 ‘차이들’ 혹은 ‘다름들’이라고 봅니다. 수많은 차이와 다름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사회를 이루는 거라고 봐요. 하지만 경쟁이 지나치면 사회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 즉 차이와 다름이 무시되는 경향이 농후해지고 심지어는 짓밟히기도 하는 거죠. 건강한 사회일수록 아주 작은 차이도 헤아리고 상식 안에서 따뜻하게 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젓가락 달인>은, 어쩔 수 없이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주변을 살피고 배려해야 할 대상은 없는지 되짚어보고 생각을 나누고자 하는 책입니다. 저학년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나 다른 어른들도 읽어보고, 읽은 소감을 서로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즐거운 젓가락 시합도 해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