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멀쩡’ 다리만 ‘뻐근’
화제 ‘16시간 노래 부르기’ 도전 성공 김석옥씨
한 50대 여성이 16시간 쉬지 않고 ‘노래 부르기’ 세계 기네스 도전에 나서 화제다. 자연매력의 ‘시인 가수’ 김석옥(51)씨가 그 주인공. 가수 경력 4년째인 김씨는 ‘가수로서의 자질’을 검증받기 위해 이 과제에 도전했다. 김씨의 주특기는 단연 ‘노래’. 하지만 김씨는 “노래는 재능이 아닌 호흡”이라고 말한다.
김씨의 노래는 남다르다. 목이 아닌 단전밑에서 소리를 끌어올려 부르기 때문에 그 위력이 엄청나다. 이 때문에 김씨는 이미 가수들 사이에선 ‘천상의 소리’를 내는 ‘프로’로 소문나 있다.
김씨가 ‘가수를 넘어선 소리꾼’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이 같은 내공이 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김씨는 노래를 직업으로 삼은지 올해로 4년째다. 햇수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실력과 명성은 실로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일 오후 2시 경기도 광주 퇴촌면에서 ‘가수를 넘어선 소리꾼’ 김씨를 만났다.
가수 검증받기 위해 도전
“가수로서 자격이 있는지 검증해 보려고 ‘노래 부르기’ 신기록에 도전하게 됐어요.”
지난 5일 경기도 양평 전수리 강촌노래타운. 세계기네스북등록컨설팅업체 한국기록원의 정식 기록 하에 김씨는 ‘노래 부르기’ 신기록에 도전했다. 김씨가 기록한 시간은 16시간. 종전 한국 기록(판소리부문 9시간 20분)에 비해 6시간 40분을 더 늘린 셈이다.
이날 도전은 오전 9시 10분부터 시작됐다. 43kg의 가녀린 몸을 가진 김씨였기에 처음에 주변사람들은 ‘중도포기’나 ‘심장발작으로 인한 병원 행’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다음날 새벽 1시 10분까지 시종일관 서서 각기 다른 노래 271곡을 소화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뚱뚱하고 풍채가 좋을 것이다’라는 일반 통념을 깨뜨리는 순간이었다.
김씨는 노래 간주가 나오거나 녹화 비디오테이프를 교체하는 등 자투리시간을 활용해 허기를 달랬다. 김씨가 16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면서 먹은 것은 고작 맥주 400cc, 치즈4장, 식빵3조각, 귤1개 반. ‘노래하기 전에는 절대 음식을 먹지 않는’ 그녀의 습관이 한몫 거든 셈이다.
김씨는 노래 부르는 내내 객석에 있는 관중들을 살피기도 했다. 관객 나이 대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다. 또 직접 노래를 선곡하고 곡 번호까지 일일이 누르는 여유까지 보이며 ‘프로’임을 과시했다고 한다.
‘노래 부르기’ 국내 기록이 무너진 5시께. 김씨는 종전 기록을 깼다는 ‘쾌감’에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발라드, 댄스, 트로트, 팝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마지막까지 변함없는 노래를 이어갔다.
“가수는 시간이 지나도 음악성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10시간 이상은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지론. 실제로 관객들은 271번째 마지막 노래를 가장 잘 불렀다고 평했다는 후문이다.
이것으로 김씨는 ‘진정한 소리꾼’임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진정한 실력으로 팬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병상 남편대신 생계 책임져
오늘이 있기까지 김씨의 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노래에 소질을 보였던 그녀는 재능은 남달랐지만 관심은 없었다. 게다가 엄한 아버지 반대로 가수를 직업으로 가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에 김씨는 환경관련업에 매진,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억대연봉을 받는 비즈니스 우먼으로 성공하게 된다. ‘내로라’하는 기업체를 오가며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이렇게 김씨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그랬던 그녀가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을 포기하고 가수의 길로 들어선 것은 2002년 10월. 남편이 악성뇌종양 판정을 받고나서부터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죠. 건강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으니까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러나 1남1녀를 두고 남편까지 병상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두손, 두발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김씨는 어떤 일을 할까 생각하다가 재직 당시 자신에게 음반을 내도록 권유했던 작곡가를 찾아가 노래를 본격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앨범을 2집까지 내며 바쁘게 생활했다.
가수로 활동한지 4년째인 김씨는 여전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방을 다니며 문화공연 등에 출연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시를 쓴다. 남편을 간병하는 한편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가수, 시인, 사회복지사, ‘나눔의 집’ 홍보대사 등 수많은 역할을 해내고 있는 김씨는 이미 많은 팬과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김씨의 향후 목표는 ‘세계 기록 도전’이다. 현재 GWR(기네스 월드 레코드)로 16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던 자료를 보내 검증을 받고 있는 상태다.
“노래는 내게 재능을 넘어선, 끼를 넘어선 ‘호흡’이에요. 이제는 세계 기록을 목표로 기네스에 이름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녀는 노래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진정한 소리꾼’이었다.
<정은혜 기자>kkeunnae@ilyoseoul.co.kr
<사진=이병화 기자>photolbh@ilyoseoul.co.kr
# 미니 인터뷰
“노래부르기는 놀이와 같다”
- 국내 신기록을 보유하게 된 소감은.
▲ 노래를 장시간 부르는 것이 내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노래방에서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저 ‘놀이’로 즐겼을 뿐이다. 하지만 국내 기록을 깼다는 것은 매우 기쁘다. ‘세계 신기록’도 세우고 싶다.
- 16시간 동안 노래 부르면서 힘들지 않았나.
▲ 목은 아무렇지 않은데 다리는 좀 뻐근했다. 더 부를 수 있었는데 한국 기록원에서 녹화 비디오테이프(1시간짜리)를 16개밖에 준비하지 않아 오히려 아쉬웠다.
- 자신 있는 장르가 따로 있나.
▲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굳이 말한다면 팝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 존경하는 가수는 누구인가.
▲ 국내는 가수 故배호씨, 국외는 케니 로저스다. 이들의 특이한 음색에 빠져든다.
- 노래를 부를 때 징크스나 특징은.
▲ 항상 ‘고무신’을 신는다. 발이 편안해야 무리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노래를 부르다보면 체온이 상승하기 때문에 ‘부채’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침마다 날계란을 2알 먹고 주로 생선을 즐겨 먹는다.
- 세계 기네스 기록 도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나.
▲ 없다. 최상의 컨디션만 유지하면 된다. 긴장하지 않고 즐기면서 편안하게 부를 예정이다.
<은>
2006-02-15 11:04:31
첫댓글 어느 누구도 당신의 그 자리에는 설 수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인생에서 값진 일을 성취하신 만큼....더욱 더 전진 하시기를..... 고무신과 부채의 위력은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기사 좋군요. 기자분이 성심을 다해 제대로 기사를 작성하셨군요. 좋은 기사에 가득 축복이 부어질것 같습니다.
일요서울신문, 두툼한 주간지로 알고 있습니다. 짭짤한 가시가 꽤 많은..........
고무신 부채의 위력.......우리 것이 최고군요. ㅎㅎㅎ
깐니님 말씀처럼 그 어느 누구도 김시인님 자리를 대신할 순 없어요,
기자님 실력있게 기사 잘 썼군요. 아주 좋은 기사에요. 박수!!!!!
기사 잘 보고 가네요. 문운과 소리운이 영원히 빛나시길..........
아무도 대신할수 없는 자리에 훌쩍 서계십니다. ㅉㅉㅉㅉㅉㅉㅉㅉ
기자님 기사 쓴거 보니 실력 짱이시네. 기자분들도 실력 차이 엄청납니다.
멋진 기사!
기사 멋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