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죽음은 그 사람을 닮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라는 것은 ‘살아온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노래와 삶과 죽음이 닮은 한 사람이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민기 선생 말입니다.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제가 설교에서도 안골편지에서도 몇 번 말씀드렸기 때문에 길게 덧붙이지는 않겠습니다만, 한 마디로 우리 시대의 ‘어른’이었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했고, 말보다 침묵의 깊이를 지니셨던 분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찬송가 다음으로 그분의 노래를 듣고 부르고 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습니다만, 늘 제 곁에 계셨습니다. 그분의 노래는 ‘영혼’이 있어서 저의 깊은 곳까지 울림이 있었고 더러는 기대고 싶은 나무였습니다. 시대에 저항했고, 가엾고 힘든 이들의 벗이 되었습니다. 돈 되는 일보다 돈 안되는 일을 귀하게 여겼던 분이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그분의 표정이 아닌가 합니다. ‘겸연쩍다’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런 모습이 저에게는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표정 또한 그의 삶의 모습이겠지요.
그분의 사진들을 쭉 살펴보다가 문득 어떤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무언가 비슷하고 닮은 듯한 것이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입니다. 전태일 열사야 스물두 살 청춘에 몸을 불살랐으니 그때 모습만 남아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왜 그렇게 닮아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이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겠지요.
며칠 ‘속앓이’를 하면서 선생님의 목소리로 부른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노래 속에서 들리는 말씀이 있어서 적으면서 마칩니다.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다”(이사야 42:2~3)
* ‘아름다운 사람’은 김민기가 1971년 만들어서 부른 노래이고 ‘아름다운 청년’은 1995년 박광수 감독이 만든 전태일 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그 해 청룡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탔다.
첫댓글 김민기선생님 ..아침이슬.. 나 이제 가리라! 저 거친 광야로..다시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