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영동지방의 폭설을 헤드라인뉴스로 보도하며 중청에는 125cm의 하루적설을 알리고 남쪽으로 내려간 눈구름은 부산지방의 100년만의 폭설을 보도중이다. 1시간에 10cm가 쌓인다는 3월의 폭설 다음날 안 결과는 39cm의 적설을 기록한 부산의 눈을 뚫고 남쪽으로 걱정속에 달려간다.
진영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지난번 하산한 낙원고개 14번 국도오름길에 이르니 눈이 하얗다. 아니 강원도를 남쪽으로 옮겨온듯한 풍광이 펼쳐진다.
들머리인 낙원고개의 설경
절개지 사면의 눈덮인 표지기를 보며 급오름길으로 오르는데 미끄러워 몇번씩 헛걸음 치며 오른다. 춥지는 않지만 눈이 나무들을 워낙 많이 덮고있어 그사이의 길로 들어서면 눈사람이 되는터라 20분의 오름끝에 만난 고압선 아래서 자켓을 입고 배낭카바를 꺼내는 동안 잠시 벗은 장갑이 눈속에 빠졌는지 보이질 않는다.
철탑봉에서 보는 일출
3000량짜리 싸구려지만 겨울동안 손을 녹여 주었는데 계속 찾을 수 없어 다른 넘으로 갈고 길을 따라 나선다.
100년만의 폭설등로
그많은 표지기도 잘 안보이고 수북히 눈을 쓴 나뭇가지들은 늘어져 길을 가로 막지만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니 갑자기 절개지가 나오니 건축폐기물 처리장이 마루금을 가로막고 서 있다.
사면으로 가보다가 돌아와 야적된 폐기물로 내려가니 커다란 장비는 눈을 치워 길을 만들고 능선으로 가려니 일하던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로 사무실옆으로 가 다시 산길로 드는데 먼저 다른 방향으로 간 먼산님이 보이질 않는다. 이공장 자체가 마루금에 앉아있어 중앙으로 통과해야한다.
한참을 더듬어 철탑봉을 넘어 내려사면 엄청난 규모의 낙원공원묘지가 펼쳐지는데 산 몇 개의 사면이 모두 묘지로 이루어져 장관을 이루는데 과연 매장문화의 폐해를 이대로 두어야 하는지 생각케 한다. 국토의 4%가 묘지인 나라에서 자그만한 삼각점 봉을 넘어 내려서면 놀란 고라니 한마리가 사면으로 튀는데 어찌나 빠른지 눈보라가 날리는듯한 모습으로 보인다. 영춘기맥에서 올무에 걸려 구해준 고라니는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며 잘 도망다녀 살아가야 할텐데...
묘지관리소 앞의 양지바른 도로에서 눈을 헤치고 간식으로 술잔을 돌리고 다시 묘지사이로 오른다. 먼산님은 우리가 지난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다시 폐기물공장으로 들어갔다 왔다며 이상한 알바를 하게된다.
묘지들 사이로 올라 다시 산이 시작되며 벌써 지겹게 느껴지는 눈을 헤치며 나간다. 하지만 날씨가 좋아져서 그런대로 잘 진행이 되는데 이렇게 많은 눈은 이지역에는 없을듯하다.
금을산이라는 350정도의 무명봉을 지나고 내려서면 다시 묘지가 시작되는데 공원묘지로 들어오는 도로중간에 보니 표지기가 보여 계단으로 내려서고 다시 도로를 건너 건너편 숲으로 들어선다.
엄청난 규모의 낙원공동묘지
이부근의 산은 서부경남의 묘지가 다 모인듯 보인다.
부지런히 올라서면 황새봉인듯 부서진 산불초소봉이 나오고 바로 옆 잡풀속에 깨진 삼각점이 나오는 황새봉이다. 다시 쉬어가며 내가 가져온 왕맥주를 돌리니 보따리도 가벼워진다.
황새봉의 산불초소
간간이 넘어지며 다친 왼쪽어깨 인대부위가 영 불편하고 간간이 오는 통증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데 어찌 해볼 도리도 없고 가볍게 지고 다녀야 할텐데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눈과 눈
다시 숲으로 들어서서 396봉 봉우리를 향해 나가는데 맞은편에서 일군의 산행객들이 몰려온다. 가만 생각해보니 낙남을 반대로 진행하는 거인팀인듯 하다. 5시에 냉정고개에서 시작했다니 냉정고개까지 눈길은 제대로 난셈이고 길찾기와 눈치우기의 걱정을 덜게된다. 느긋하게 반대로 온 발길만 따라서 가면 되니 한결 부드러운 진행이 된다.
396봉을 넘어 나오는 불티재는 안부이지만 이름에 맞는 사람의 왕래가 잦은듯 하지는 않고,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넘너들면 철탑도 나오고 이정목도 나오는걸 보니 황새봉으로 일반산행도 이루어지는듯….
임도로 떨어지니 좌측에서 올라온 발자국이 무성하니 거인팀의 마지막 발자국이다. 고개둔덕을 넘으니 남해고속도로 8차선의 절개지 어깨에 선다.
남해고속도로가 지나는 장고개
2차선 고속도로 개통될때 자주 다녀본 남해고속도로가 8차선이 되었으니 20년 넘는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맞은편으로 가려니 2명은 우측으로 나머지는 좌측으로 한참을 내려가 마을통로를 이용하여 140봉을 생략하고 그냥 도로로 잠시 가면 냉정마을이 나오는 냉정고개이다.
마루금의 따뜻한 양지에서 자리잡고 점심만찬을 칼국수+감자수제비로 지난주 처럼 벨라님 덕분에 즐긴다.
길건너의 전경부대정문을 지나 급사면을 오르게 되는데 이곳은 이정표에 낙남정맥 표지까지 있는 신기한 이정목이다. 배가 불러 너무도 힘들지만 그래도 꾸역구역 오르면 완만한 주릉에 도착되고 방향을 바꾸어 조금 더 진행하면 길 가운데에 삼각점이 있는 473봉이다.
등로는 이후로는 너무 좋아 잡목과는 전혀 관계없는 고속도로이다.
잠시 쉼을 갖고 진행하면 내리막에는 눈이 녹아 질척거리고 미끄러워 넘어지면 옷이 엉망이 될까 조심해 내려간다.
지나온 마루금
내려서면 안부의 임도에 이르고 용지봉까지는 도로에서 5km의 이정표가 되어 있으며 다시 봉우리를 넘어서면 또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지난 마루금과 김해 장유쪽
용지봉 가는길
이제 용지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으로 부지런히 20여분을 오르니 너른 공터의 용지봉에 이르고 몇몇 산행객을 만난다. 간식과 남은 술로 간식을 먹고 기념사진까지 한장 박으니 오늘의 최고봉에 오른 보람을 느낀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불모산의 능선이 우뚝하고 그아래 진해앞바다가 섬사이로 반짝인다.
마루금에서 벗어나 불모산
장유쪽 설경
내림길은 예상외로 가파르고 바위도 간간이 있어 조심해서 내려서면 철탑을 지나 다시 오름길이 이어지지만 그리 부담은 없다. 케른이 서있는 707봉을 지나 부지런히 대암산을 향해 오르면 억새밭이 간간이 나오고 정상부는 너른 호가 파여있고 조금 더 가면 정상석이 있는 대암산(699)이다. 이제 하산분기점인 남산치까지는 2km가 남았으니 오늘 산행의 종점에 가까워진다.
대암산에서 본 창원시가지
대암산
바위가 자주 나타나고 내림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차야할 정도지만 조심해서 진행하면 그런대로 갈 만하다. 바위가 많아 간간이 멋진 조망이 나타나고 삼거리가 나와 동네분에게 남산치를 물으니 뭔소리인지 알아듣질 못하신다.
대암산에서 남산치쪽 마루금과 다음에 갈 능선들
하여튼 개나리아파트내림 이정목을 지나 좀 더 진행하여 로프매어진 급내림을 지나자 너른 사거리안부에 이르니 남산치이다. 잠시 벤치에서 쉬다가 내림길로 내려서면 고속화도로를 지나 저수지가 나오고 체육공원의 화장실에서 재정비하고 우리의 귀가차편을 기다린다.
첫댓글 그쪽 지방에서 그렇게 많은 눈은 아마 처음일겁니다. 그 구간은 봄에 진달래 필때면 더 좋다고 합니다. ^^ 저도 불모산은 가보고 싶었는데 여유가 안되더군요. 계속 높은산팀과 하실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