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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과 맹꽁이
김 유 정
잎잎이 비를 바라나 오늘도 그렇다. 풀잎은 먼지가 보얗게 나훌거린다.¹ 말뚱한 하늘에는 불더미 같은 해가 눈을 크게 떴다.
땅은 달아서 뜨거운 김을 턱밑에다 품긴다.² 호미를 옮겨 찍을 적마다 무더운 숨을 혁헉 돌른다. 가물에 조잎은 앤생이³다. 가끔 엎드려 김매는 코며 눈통이를 찌른다.
호미는 튕겨지며 쨍 소리를 때때로 낸다. 곳곳이 박인 돌이다. 예서부터면 한 번 찍어넘길 걸 세네 번 안 하면 흙이 일지 않는다. 콧등에서 턱에서 땀은 물 흐르듯 떨어지며 호미자루를 적시고 또 흙에 스민다.
그들은 묵묵하였다. 조 말고랑에 쭉 늘어박혀서 머리를 숙이고 기어갈 뿐이다. 마치 땅을 파는 두더지처럼一― 입을 벌리면 땀 한 방울이 더 흐를 것을 염려함이다.
그러자 어디서 말을 붙인다.
“어이 뜨거, 돌을 좀 밟았다가 혼났네.”
“이놈의 것도 밭이라고 도지⁴를 받아 처먹나.”
“이제는 죽어도 너와는 품앗이 안 한다”고 한 친구가 열을 내더니
“씨 값으로 골치기⁵나 하자구 도루 줘버려라.”
“이나마 없으면 먹을 게 있어야지――”
덕만이는 불안스러웠다. 호미를 놓고 옷깃으로 턱을 훑는다. 그리고 그편으로 물끄러미 고개를 돌린다.
가혹한 도지다. 입쌀 석 섬. 보리·콩 두 포⁶의 소출은 근근 댓 섬, 나눠 먹기도 못 된다. 본디 밭이 아니다. 고목 느티나무 그늘에 가려 여름날 오고 가는 농군이 쉬던 정자터이다. 그것을 지주가 무리로 갈아 도지를 놓아 먹는다. 콩을 심으면 잎 나기가 고작이요 대부분이 열지를 않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일상 덕만이가 사람이 병신스러워, 하고 이 밭을 침 뱉아 비난하였다. 그러나 덕만이는 오히려 안 되는 콩을 탓할 뿐 올해는 조로 바꾸어 심은 것이었다.
“좀 쉬어서들 하세――”
한 고랑을 마치자 덕만이는 일어서 고목께로 온다. 뒤묻어 땀바가지들이 웅기중기 모여든다. 돌 위에 한참 앉아 쉬더니 겨우 생기가 좀 돌았다. 곰방대들을 꺼내 문다. 혹은 대를 들고 담배 한 대 달라고 돌아치며 수선을 부린다.
"북새⁷가 드네. 올 농사 또 헛하나 보다.”
여러 눈이 일제히 말하는 시선을 더듬는다. 그리고 바람에 아른거리는 저편 버덩⁸의 파란 볏 잎을 이윽히 바라보았다. 염려스러이――
젊은 상투는 무척 시장하였다. 따로 떨어져 쭈그리고 앉았다. 고개를 푹 기울이고는 불평이 요만이 아니다.
“제미 붙을⁹ 배고파 일 못하겠네――”
“하기, 죽겠는걸 허리가 착 까부러지는구나――”
옆에서 받는다.
“이 땀을 흘리고 제누리¹⁰ 없이 일할 수 있나? 진흥회 아니라 제할아비가 온대두.” 하고 또 뇌더니 아무도 대답이 없으매
“개 ×두 없는 놈에게 호포¹¹는 올려두 제누리만 안 먹으면 산담 그래――”
어조를 높여 일동에게 맞쟝¹²을 청한다.
“너는 그래두 괜찮아. 덕만이가 다 호포를 낼라구.”
뚝건달 뭉태는 콧살을 찡긋이 비웃으며 바라본다. 네나 내가 촌뜨기들이 떠들어 뭣하리. 그보다――
“여보게들, 오늘 참 들병이¹³ 온 것을 아나?”
이 말에 나찬¹⁴ 총각들은 귀가 번쩍 띄었다. 기쁜 소식이다. 그 입을 뻔히 쳐다보며 뒷말을 기다린다. 반갑기도 하려니와 한편으로는 의아하였다. 한참 바쁜 농시방극¹⁵에 뭘 바라고 오느냐고 다 같은 질문이다.
그것은 들은 체 만 체 뭉태는 나무에 비스듬히 자빠져서 하늘로 눈만 껌벅 인다. 그리고 홀로 침이 말라 칭찬이다.
“말갛고 살집 좋더라. 내려 씹어두 비린내두 없을걸―― 제일 그 볼기짝 두두룩한 것이…….”
“나이는?”
“스물둘, 한창 폈더라――”
“놈팽이 있나?”
예제서¹⁶ 슬근슬근 죄어들며 묻는다.
“없어, 남편을 잃고서 홧김에 들병이로 돌아다니는 판이라데――”
“그럼 많이 돌아먹었구먼?”
“뭘 나이를 봐야지. 숫배기드라.”
“얘 좋구나. 한잔 먹어보자.”
이쪽저쪽서 수군거린다. 풍년이나 만난 듯이 야단들이다. 한구석에 앉았던 덕만이가 일어서 오더니 뭉태를 꾹 찍어간다. 느티나무 뒤로 와서
“성님 정말 남편 없수?”
“그럼 정말이지 ―”
“나 좀 장가들여주, 한턱 내리다.”
뭉태의 눈치를 훑는다. 의형이라 못할 말 없겠지만 그래두 어쩐지 얼굴이 후끈하였다.
“염려 말게. 그러나 돈이 좀 들걸―ㅡ”
개울 건너서 덕만 어머니가 온다. 점심 광주리를 이고 더워서 허덕인다. 농군들은 일어서 소리치며 법석이다. 호미자루를 뽑아 호미 등에다 길군악¹⁷을 치는 놈도 있다.
“점심. 점심이다. 먹어야 산다.”
저녁이 들자 바람은 산들거린다. 뭉태는 제 집 바깥뜰의 버릿지¹⁸를 깔고 앉아서 동무 오기를 고대하였다. 덕만이가 제일 먼저 부리나케 내달았다. 뭉태 옆에 와 궁둥이를 내려놓으며 좀 머뭇 거리더니
“아까 말이 실토유. 꼭 장가 좀 드려주게유.”
"글쎄 나만 믿어. 설사 자네에게 거짓말하겠나.”
"성님만 믿우. 꼭 해주게유” 하고 다지고
“내 내 닭 팔거든 호미씨세 날¹⁹ 단단히 답례하리다.” 하고 또 한 번 굳게 다진다.
낮에 귀띔해왔던 젊은 축들이 하나 둘 모인다. 약속대로 고스란히 여섯이 되었다. 모두들 일어서서 한 덩어리가 되어 수군거린다. 큰일이나 치러 가는 듯 이러자 저러자 의견이 분분하여 끝이 없다. 어떻게 해야 돈이 덜 들까가 문제다. 우리가 막걸리 석 되만 사 가지고 가자. 그래 계집더러 부으라 하고 나중에 얼마간 주면 고만이다, 고 하니까 한편에선 그러지 말고 그 집으로 가서 술
을 대구 퍼먹자. 그리고 시치미 딱 떼고 나오면 하고 우기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뭉태는 말하였다. 계집을 우리 집으로 부르자. 소주 세 병만 가져오래서 잔풀이로 시키는 것이 제일 점잖고.
술값은 각추렴으로 할까 혹은 몇 사람이 술을 맡고 그 나머지는 안주를 할까를 토의할 제 덕만이는 선뜻 대답하였다. 오늘 밤 술값은 내 혼자 전부 물겠다고 그리고 닭도 한 마리 내겠으니 아무쪼록 힘써 잘해달라고 뭉태에게 다시 당부하였다.
뭉태는 계집을 데리러 거리로 나갔다. 덕만이는 조금도 지체 없이 오라 경 계하였다. 그리고 제 집을 향하여 개울 언덕으로 올라섰다.
산기슭에 내를 앞두고 놓였다. 방 한 칸 부엌 한 칸 단 두 칸을 돌로 쌓아 올려 이엉으로 덮은 집이었다. 식구는 모자뿐. 아들이 일을 나가면 어머니도 따라 일찍 나갔다. 동리로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왼종일 방아품을 팔아 밥을 얻어다가 아들을 먹여 재우는 것이 그들의 살림이었다. 딸은 선채²⁰를 받고 놓았다. 아들 장가들일 예정이던 것이 빚구멍 갚기에 시나브로 녹여버리고
“그까짓 며느리쯤은 시시하다유” 하고 남들에게는 겉을 꺼리지만―ㅡ
“언제나 돈이 있어 며누리를 좀 보나―ㅡ”
돌아서 자탄을 마지 않는 터이다. 반드시 장가는 들어야 한다.
덕만이는 언덕 밑에다 신을 벗었다. 그리고 큰 몸집을 사리어 삽붓삼붓²¹ 집엘 들어섰다. 방문이 벌꺽 나가떨어지고 집안이 휑하다. 어머니는 자는 모양. 닭장문을 조심해 열었다. 손을 집어넣어 손에 닿는 대로 허구리께를 슬슬 긁어주었다. 팔아서 등결잠뱅이 해 입는다는 닭이었다. 한 손이 재바르게²² 목대기를 훔켜잡자” 다른 손이 날갯죽지를 훔키려 할 제 고만 빗나갔다. 한놈이 풍기니까 뭇놈이 푸드덕하며 대구 골골거린다.
별안간
“획― 획― 이 망한 년의 ×으로 난 놈의 괭이ㅡ” 하고 쥐어박는 듯이 방에서 튀어나는 기색이더니
“다 쫓았어유, 염려 말구 주무시게유――” 하니까
“닭장 문 좀 꼭 얽어라.”
소리뿐으로 다시 조용하다. :
그는 무거운 숨을 돌랐다. 닭을 옆에 감추고 나는 듯 튀어나왔다. 그리고 뭉태 집으로 내달리며 그의 머리에 공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뭉태가 이쁘달 때엔 어지간히 출중난 계집일 게다. 이런 걸 데리고 술장사를 한다면 그밖에 더 큰 수는 없다. 두어 해만 잘하면 소 한 바리쯤은 낙자없이²⁴ 떨어진다. 그리고 아들도 곧 낳아야 할 텐데 이게 무엇보다 큰 걱정이었다.
뭉태는 얼간하였다. 들병이를 혼자 껴안고 물리도록 시달린다. 두터운 입술을 이그리며
“요것아, 소리 좀 해라. 아리랑 아리랑.”
고갯짓으로 계집의 응등이²⁵를 두드린다.
좁은 봉당이 꽉 찼다. 상 하나 희미한 등잔을 복판에 두고 취한 얼굴이 청승궂게 죄어 앉았다. 다같이 눈들은 계집에서 떠나지 않는다. 공석²⁶에서 벼룩은 들끓으며 등어리 정강이를 대구 뜯어 산다. 그러나 긁는 것은 사내의 체통이 아니다. 꾹 참고 제 차지로 계집 오기만 눈이 빨개 손꼽는다.
“술 좀 천천히 붓게유.”
“그거 다 없어지면 뭘루 놀래는 게지유?”
“그럼 일루 밤 새유? 없으면 가친²⁷ 자지유――”
계집은 곁눈을 주며 생긋 웃어 보인다. 덩달아 맨입이 맥없이 그리고 슬그머니 뻥긴다.²⁸
얼굴 까만 친구가 얼마 벼르다가 마코²⁹ 한 개를 피워 올린다. 그리고 우격으로 끌어당겨 남보란 듯이 입을 맞춘다. 계집은 예사로 담배를 받아 피우고는 생글거린다. 좌중은 밸이 상했다. 양권연 바람이 세다는 등 이왕이면 속곳 밑 들고 인심 쓰라는 둥 별별 핀퉁이³⁰가 다 들어온다.
“돌려라 돌려. 혼자만 주무르는 게야?”
목이 마르듯 사방에서 소리를 지르면 눈을 지릅뜬다.³¹ 이 서슬에 계집은 일어서서 어디로 갈지를 몰라 술병을 들고 갈팡거린다.
덕만이는 따로 떨어져 봉당 끝에 구부리고 앉았다. 애꿎은 담배통만 돌에다 대구 두드린다. 암만 기다려도 뭉태는 저만 놀 뿐 인사를 아니 붙인다. 술은 제가 내련만 계집도 시시한지 눈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 입때³² 말 한마디 못 건네고 홀로 끙끙 앓는다.
봉당 아래 하얀 귀여운 신아 납죽 놓였다. 덕만이는 유심히 보았다. 돌아앉아서 남이 혹시 보지나 않나 살핀다. 그리고 퍼드러진 시커먼 흙발에다 그 신을 꿰고는 눈을 지그시 감아보았다. 계집의 신이다. 다시 벗어 제 발에 꿰고는 짝 없이³³ 기뻐한다.
약물같이³⁴ 개운한 밤이다. 버들 사이로 달빚은 해맑다. 목이 터지라고 맹꽁이는 노래를 부른다. 암숫놈이 의좋게 주고받은 사랑의 노래였다.
이 소리를 들으매 불현듯 울화가 터졌다. 여지껏 누르고 눌러오던 총각의 쿠더분한 울분이 모조리 폭발하였다. 에이 하치 못한 인생! 하고 저 몸을 책하고 난 뒤 계집의 앞으로 달려들어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은 공손히 무릎 위에 얹었다. 그 행동이 너무나 쑥스럽고 남다르므로 벗들은 눈이 컸다.
“뵙기는 아까부터 봤으나 인사는 처음 여쭙니다.” 하고 죽어가는 음성으로 억지로 봉을 뗐다.³⁵ 그로는 참으로 큰 용기다.
“저는 강원도 춘천군 신남면 증리 아랫말에 사는 김덕만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승³⁶이 광산 김갑니다.”
두 손을 자꾸 비비더니
“어머니허구 단 두 식굽니다. 하치못한 사람을 찾아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서른넷인데두 총각입니다.”
“?”
계집은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하다가
“고만이올시다.” 하며 이마를 기울여 절하는 것을 볼 때 참았던 고개가 절로 돌았다. 그리고 터지려는 웃음을 깨물다 재채기가 터져버렸다.
“일테면 인사로군? 뭘 고만이야 더 허지――”
여기저기서 키키거린다. 그런 인사는 좀 두었다 하자구 핀잔이 들어온다.
모처럼 한 인사가 실패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얼굴이 벌게서 고개를 숙인 채 부처가 되었다.
새벽녘이다. 달이 지니 바깥은 검은 장막이 내렸다.
세 친구는 봉당에 고라졌다.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어찌 지껄였던지 흥에 취하였다. 뭉태 덕만이 까만 얼굴 세 사람이 마주보며 앉았다. 제가끔 기회를 엿보나 맘대로 안 되매 속만 탈 뿐이다.
뭉태는 계집의 어깨를 잔뜩 움켜잡고 부라질³⁷을 한다.
실상은 안 취했건만 독단 주정이요 발광이다. 새매같이 쏘다가 계집 귀에다 눈치 빠르게 수군거리곤 그 허구리를 꾹 찌르고
“어이 술 취해. 소피 좀 보고 음세.”
뻘덕 일어서 비틀거리며 싸리문 밖으로 나간다. 좀 있더니 계집이마저 오줌 좀 누고 오겠노라고 나가버린다.
덕만이는 실죽하니 눈만 둥굴린다. 일이 내내 마음에 어그러지고 말았다. 그다지 믿었던 뭉태도 저 놀 구멍만 찾을 뿐으로 심심하다. 그리고 오줌은 만드는지 여태들 안 들어온다. 수상한 일이다. 그는 벌떡 일어서 문밖으로 나왔다.
발밑이 캄캄하다. 더듬어가며 잿간 낟가리 나뭇더미 틈바구니를 샅샅이 내려뒤졌다. 다시 발길을 돌려 근방의 밭고랑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눈에서 불이 난다.
차차 동이 튼다. 젖빛 맑은 하늘이 품을 벌린다. 고운 봉우리 험상궂은 봉우리 이쪽저쪽에서 하나 둘 툭툭 불거진다. 손뼉 같은 콩잎은 이술을 머금고 우거졌다. 스칠 새 없이 다리에 척척 엉기며 물을 뿜는다. 한동안 헤갈³⁸을 하고서 밭 한복판 고랑에 콩잎에 가린 옷자락을 보았다. 다짜고짜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짓이지유? 아까 뭐라구 마쿠었지유?”³⁹
하고는 저로도 창피스러워 두어 칸 거리에서 다리가 멈칫하였다. 의형이라고 믿었던 게 불찰이다. 뭉태는 조금도 거침없었다. 고개도 안 돌리며
“저리 가. 왜 사람이 눈치를 못 채리고 저 뻔새야.”
화를 천동같이 내지른다. 도리어 몰리니 기가 안 막힐 수 없다. 말문이 막혀 먹먹하다.
“그래 철석같이 장가들여주마 할 제는 언제유?”
하고 지지 않게 목청을 돋우었다.
(此間七行略)⁴⁰
“술값 내슈. 가게유―”
손을 벌릴 때
“나하고 안 살면 술값 못 내겠시유.” 하고는 끝대⁴¹로 배를 튀겼다. 눈은 눈물이 어려 야속한 듯이 계집을 쏘았다.
계집은 술 먹고 술값 안 내는 경우가 뭐냐고 중언부언 떠든다. 나중에는 내가 술 팔러 왔지 당신의 아내가 되러 온 것이 아니라고 좋게 타이르기까지 되었다. 뭉태는 시끄러웠다. 술값은 내가 주마고 계집의 팔을 이끌어 콩포기를 헤집고 길로 나가버린다.
시위로 좀 해봤으나 최후의 계획도 글렀다. 덕만이는 아주 낙담하고 콩밭 복판에 멍하니 서서 그들의 뒷모양만 배웅한다. 계집이 길로 나서자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깜둥이 총각이 또 달려든다.
(此間四行略)⁴²
이것을 보니 가슴은 더욱 쓰라렸다. 동무가 빤히 지키고 섰는데도 끌고 들어가는 그런 행세는 또 없을 게다. 눈물은 급기야 꺼칠한 윗수염을 거쳐 발등으로 줄대 굴렀다.
이 집 저 집서 일꾼 나오는 것이 멀리 보인다. 연장을 들고 밭으로 논으로 제각기 흩어진다. 아주 활짝 밝았다.
덕만이는 금시로 콩밭을 튀어나왔다. 잿간 옆으로 달려들며 큰돌멩이를 집어들었다. 마는 눈을 얼마 감고 있는 동안 단념하였는지 골창으로 던져버렸다. 주먹으로 눈물을 비비고는
“살재두 나는 인전 안 살 터이유――” 하고 잿간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제 집으로 설렁설렁 언덕을 내려간다.
그러나 맹꽁이는 여전히 소리를 끌어올린다. 골창에서 가장 비웃는 듯이 음충맞게 “맹―” 던지면 “꽁―” 하고 간드러지게 받아 넘긴다.
-끝-
2016년 5월 31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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